KASI NEWS 60호, 글: 편집부

KASI : 하고 계신 연구 분야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종수 : 최근에 하고 있는 연구는 별 탄생에 관한 것입니다. 한 30년 전에 표준 별 탄생 모형이란 것이 발표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표준 모형에 따르면, 우주 공간의 분자운이 자체 중력으로 수축하고, 중심부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온도에 이르면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수축하기 위해서는 임계 질량이 필요합니다. 임계 질량보다 크면 중력 수축을 통해 별이 탄생하는 것이죠. 실제 관측을 해보면 대부분의 분자운은 임계 질량보다 커요. 그런데 모든 분자운에서 별이 탄생하지는 않습니다.

KASI : 그게 무슨 뜻이죠?

김종수 : 분자운의 총 질량과 그 분자운 안에서 탄생한 별의 질량의 비를 별 생성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생성률이 얼마 정도냐 하면 수%밖에는 안 됩니다. 굉장히 작죠. 임계 질량만을 고려하면 분자운 안에서 별을 상당히 많이 만들어낼 것 같은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KASI : 박사님께서는 그 원인을 찾고 계시는 거군요.

김종수 : 예, 별 생성률이 왜 낮은가에 대한 원인을 찾는 게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연구입니다. 표준 모델에서는 그 원인을 자기장으로 생각해왔습니다. 분자운 안에 자기장이 있으면 수축을 방해하는데, 그 세기가 강하면 수축 자체를 못하게 막습니다. 그런게 최근에 이 방해꾼으로 지목 받게 된 것이 난류입니다. 분자운 내에서 발생한 난류가 문자운의 수축과 별 탄생을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이 이론은 선형적으로 간단하게 기술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를 유도해내고 있습니다.

KASI : 이론은 어떤 식으로 검증을 하게 되나요?

김종수 : 어떤 모델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토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합니다. 여기에서 관측과 비교할 수 있는 물리량을 얻어냅니다. 그 물리량과 실제 관측으로 얻어진 결과를 비교하는데, 이때 둘의 물리량이 일치한다면 새로운 모델은 검증을 통과하게 되는 것입니다.

KASI : 만화를 보면 ‘전구가 번쩍 켜지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장면이 나오곤 하는데요. 실제로도 막혔던 문제가 갑자기 뻥 뚫리면서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나요?

김종수 : 그런 식으로는 절대 과학이 안 됩니다. 과학은 그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어야만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만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천재가 어떤 분야에 들어가서 획기적인 이론을 만드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는 게 과학입니다.

KASI : 박사님 연구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 같군요.

김종수 : 관측 천문학자가 더 큰 망원경을 원하는 것과 같습니다. 모델을 시뮬레이션해서 얻어지는 결과에도 망원경에서의 분해능과 같은 게 필요합니다. 더 우수한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보다 세밀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시뮬레이션을 위해서는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제 경우에는 클러스터 컴퓨터를 사용합니다. 여러 대의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구성해서 하나의 시뮬레이션을 나눠서 하는 것이죠. 1대로 30일 걸리는 일을 30대를 이용해 하루에 끝내는 것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KASI : 어렸을 적 꿈이 천문학자셨나요?

김종수 :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학생 때 수학을 잘 해서 수학과를 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천문학을 공부하는 선배의 조언을 듣게 되었고 천문학과로 진학하게 됐습니다. 천문학은 굉장히 성격이 다양합니다. 이론을 좋아하는 사람은 저처럼 이론 천문학을 할 수 있고, 기기 만드는 것에 재능이 있고 활동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관측 천문학을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분야 사람들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학문이 바로 천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KASI : 새로운 분야에 대한 욕심은 없으신지요?

김종수 : 제가 아는 서양의 학자들 대부분은 한 분야를 계속 연구합니다. 그리고 그 분야의 권위자로서 인정을 받고 있죠. 저 역시 제가 연구하는 분야를 말하면 누구나 제 이름 석자가 떠오르는 그런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관측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은 실제 관측에서 망원경을 움직이는 것은 오퍼레이터가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얻는 결과는 매우 의미 있는 것이니까요.

KASI : 긴 시간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하시는 연구, 좋은 성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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