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자! 행복]MBC·대덕넷·디트뉴스24 공동기획···맹인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님들이 오셨는데 대접할게 없다"며 칠순을 훌쩍넘긴 노인이 주변을 더듬는다. 아껴 먹던 귤 봉투를 찾기 위해서다. 아쉬운 마음에 손을 뻗쳐 보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앞이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올해 만 76세 송순희 할머니. 수년 전 시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치아가 삭아들고, 전신의 뼈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엄습한다. 당뇨 합병증이 원인이다.

송 할머니는 혼자서 몸을 가누지 못한다. 식사조차 스스로 하지 못하는 송 할머니를 뒷바라지 하는 것은 84세 고령의 노인. 이영훈 할아버지다. 젊어서는 부동산 사업과 사회봉사 활동 등도 하며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고령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이제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나이. 부인과 함께 하루하루 연명해 가고 있다. 하루 끼니를 때우는 것도 큰 걱정거리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아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끼니때면 식사를 차리고, 할머니의 대소변까지 묵묵히 처리해 주곤 한다. 이들 노부부는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된 손녀딸과 함께 산다. 손녀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본인들은 어떻게 연명해 나가더라도, 손녀딸이 자라면 자랄수록 식비, 의복비, 학비 등이 점점 더 들어가야 한다. 저소득층을 위한 정부지원금 26만원. 세 식구가 좁은 단칸 아파트에 살며 한 달을 연명해야 할 돈이다. 이정도 액수로 30일을 살아갈 수 있을리 만무하다. 그나마 생활이 가능했던 건 젊어서 저축해 두었던 돈으로 20년 이상 버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장 잔고가 0원이 된 게 벌써 몇 해 전이다.

◆ 장애우 된 두 아들 연락 끊겨···손녀 현주 "재무부 장관 되고 싶어요"

손녀 현주는 중학교 1학년의 어린 나이지만, 장차 '재무부 장관'이 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자신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환경에 굴하지 않고 노력해 장차 국가 살림을 운영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현주가 할아버지·할머니 손에 맡겨진 것은 3살때. 부모님의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을 나이다. 키워준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마움을 아는 지 공부도, 집안일도 곧 잘한다.

이영훈 할아버지 부부는 슬하에 아들 2형제를 뒀다. 어릴적 사고로 두 사람이 모두 장애우가 됐고, 연락이 끊겨 이제는 소식도 알 수 없다. 맏 아들은 처가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명절때도 찾아오지 못할 만큼 연락이 없는 상태다. 손녀 현주는 둘째 아들의 딸이다. 장애를 가진 아들과의 삶을 견디지 못한 며느리가 집을 나간 후 아들 역시 행방불명이 됐고, 할아버지는 "아이를 버릴 순 없으니 내가 키우겠다"며 데리고 왔다. 현주가 고등학생이 되면 이영훈 할아버지의 나이는 90을 넘어선다. 예쁘고 똑똑한 손녀가 건강히 자라나는 것을 보는게 남은 평생의 소원이라는 할아버지.

그러나 현실은 그런 작은 희망마저도 외면한다. 아이가 등교할 때 손에 쥐어줄 학비조차, 도시락을 챙겨줄 끼니거리 조차 없다. 열어본 냉장고는 언제 식사를 해 먹었냐는 듯 텅 비어 있었다. 인생의 황혼기. 자식에게 외면 받고 손녀까지 키우는 이들 노부부를 도울, 작은 손길이 절실하다. 그들 노부부의 남은 삶은 평생 해왔던 고생만큼이나 거칠어 보였다. 이영훈 할아버지는 "손녀가 밝고 명랑하게 자라는 것을 보는 것이 지금의 소망"이라며 "끼니라도 부족함 없이 챙겨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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