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미래산업 정문술 회장...벤처리더스클럽 강연

"벤처위기의 극복방법은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밖에 없다."

정문술 전 미래산업회장이 오랜만에 벤처인들에게 일갈했다. 22일 오후 6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벤처리더스클럽(회장 김일섭) 특별강연에서다. 특강에는 50여명의 벤처기업인이 참석했다.

이날 정 전회장은 벤처기업위기론의 책임은 전적으로 벤처기업인에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전회장은 "최근 벤처위기론의 책임은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모든 벤처기업인에게 있다"면서 "기업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과 동시에 도덕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기업경영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벤처의 위기론에 대해 "그동안 실패를 경험해 보지 못한 벤처기업인과 실패가 통용되지 않는 기업풍토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 뒤 "실패가 통용돼 재기의 발판으로 만들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 조성이 시급한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정문술 미래산업 전 회장의 강연내용

벤처는 졸부가 아니다

70,80년대 땅투기로 한순간에 엄청난 부를 거머쥔 졸부들의 호화로운 생활이 사회적인 지탄대상이 되었던 시대가 있었다. 한때 벤처열풍과 코스닥 시장의 활황으로 젊은 나이에 많은 돈을 번 선배 벤처인들은 '돈을 물 쓰듯' 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이들의 호화로운 생활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졸부'와 비교의 대상이 되곤 했다. 벤처들은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많은 지탄을 받았고 '벤처인기'는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이들 때문에 오로지 벤처정신으로 열심히 연구개발에 노력하고 있던 후배 벤처인들의 사기와 희망을 꺾어 버렸다. 벤처의 위기는 결국에 벤처를 운영하는 우리 자신들이 자초한 결과였다.

지금 벤처기업인들은 각자 자신을 되돌아보고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하는 사회적 책무가 있다. 회사를 떠난지 얼마 안돼 유망한 코스닥기업의 젊은 벤처 CEO가 찾아뵙자는 제의를 해 왔다. 이 젊은 벤처 CEO는 나에게 자신 회사의 사외이사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해 왔다. 코스닥이 무너지고 주가가 폭락하자 나를 회사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한 방안으로 사외이사로 영입하려고 한 것 같아 이를 거절했다. 그리고 나서 이 사람에게 몇가지 컨설팅을 해 주었다.

첫째 절대로 주가관리를 하지 말라. 둘째 3년동안 머리를 깎고 입산수련하는 마음으로 돌아가 기업을 살리기 위한 행동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능력을 키울 것을 주문했다. 현재 이 젊은 CEO은 언론에 오르내리지 않고 어디에선가 자신의 일에 매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실패가 허용되는 풍토조성

벤처의 위기에 대한 근본원인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실패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실패의 경험을 누릴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할 때이다. 다시 말해 실패의 경험을 재기의 발판으로 만드는 환경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벤처간 M&A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예비 벤처창업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지 않는 기업은 절대로 창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기업은 자신감 하나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하나 결코 남이 하는 것을 모방하는 사업을 하지 말라.

윤리경영의 시대

대부분의 벤처 CEO는 사업의 최종목표는 무엇인가? 라고 물으면 코스닥 등록이라고 말한다. 이를 반증하듯 사업계획서에 빠지지 않고 포함되어 있는 것은 몇 년도 코스닥 등록예정이라는 항목이다. 벤처기업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실을 기하지 않고 무모한 펀딩을 하는 등 기업 윤리에 어긋나는 일을 한다.

윤리경영이 기업의 핵심이 되는 시대다. 즉 도덕성을 필요로 하는 경영의 시대가 왔다. 내가 가장 존경했던 선배 벤처 3명이 있다. 이 세 분의 공통점은 서울상대 출신이라는 점, 대기업 영업부장을 역임했다는 점, 정부 지원정책과 제도를 활용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그 중 한명은 정경유착의 표본을 그대로 답습하는 등 힘있는 곳에 의지했고 연고를 잘 활용했다.

그러나 현재는 세 명 모두 IMF 이후에 망했다는 또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살아남은 이유는 힘이 있는 곳을 철저히 배제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정부가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으로 수입다변화 품목을 정해 시행한 적이 있었다. 나도 이 같은 정책을 비롯해 각종 정부의 제도와 정책을 활용했더라면 더 많은 수출과 이익을 낼 수 있었다. 나는 은행돈을 쓰지 않고 사채를 이용해 기업을 지금까지 운영했다. 결코 힘있는 외부의 힘을 빌어 사업을 하는 기업은 성공하지 못한다고 단언하는 바이다.

다시 한번 벤처기업은 힘있는 곳을 찾아다니지 말고 절대로 연고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코스닥의 스타기업, 벤처의 선발주자기업은 다른 곳에 신경쓰지 말고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원천기술개발에 목숨을 던지는 것이 벤처의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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