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밸리 벤처기업과 11년째 아름다운 동행을 하는 식당이 있다. 최근 대덕벤처기술연합에 입주, 아직까지 '구내식당'으로만 불리는 이 식당은 기름기 좌르르 흐르는 밥, 깔끔한 반찬을 자랑한다. 닭도리탕, 돼지고기 찌개, 감자 전골 메뉴는 큰 길 건너에 있는 코이노, 엔코모닷컴, 한비전 임직원들의 후각을 잡아끈다.

가까운 구내식당을 두고 500원이나 더 비싼 길 건너 구내식당을 찾은 이유에 대해 코이노 권희영 이사는 '밥다운 밥'을 먹기 위해서라고 잘라 말한다. 덕인 박선배 총무팀장은 "전국을 다 돌아다녀 봤지만 구내식당 주인아주머니의 손맛만 못하다"고 자랑한다. 구내식당을 유치한 덕인의 임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구내식당 밥맛의 비결을 '어머니의 정성' 이라고 말한다.

화제의 구내식당 주인장은 바로 곽정숙(46세)씨. 곽씨와 덕인이 인연을 맺은 것은 11년전. 유성예고 부근에서 백반집 '향원'을 운영하던 곽씨 집에 밤샘을 밥먹듯 하던 덕인 직원들이 찾아들면서부터. 방금 집에서 한 듯 따뜻한 밥을 제공하는 곽씨의 손맛에 덕인 직원들이 반해버렸다. 직원들이 늘어 50명을 넘었지만 이들 모두가 곽씨 식당의 단골이 됐다 아픈 직원이 있으면 죽을 끓여주고, 아무리 밤늦은 겨울밤에도 환하게 웃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을 내밀었다. 하루도 보이지 않으면 안부를 물을 정도로 정이든 곽씨는 96년 덕인이 새사옥을 지어 이사를 하면서 상대동으로 함께 따라갔다.

밥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정성을 판다'는 곽씨의 집에는 공사장 인부, 유성고 하키부와 검도부 학생은 물론 멀리 떨어진 예고에서도 원정 오는 등 '가정식 백반'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유성에서 터를 닦은 즈음, 덕인이 사세를 확장하며 또다시 대덕밸리로 이사를 하게 됐다.

'직원들에게 정성이 담긴 밥을 지어달라'며 또한번의 동행을 요청한 덕인의 제안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5년 넘게 한곳에서 음식점을 하면서 맺어놓은 단골고객을 어떻게 해야 하나? 며칠 고민 끝에 곽씨는 덕인과의 11년간 맺어온 아름다운 동행을 택하기로 했다. "지난 11년간 덕인 임직원들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식당을 경영할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 쌓인 정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곽씨는 눈이오나 비가 내리거나 아침 6시 50분이면 어김없이 식당 문을 연다. 기숙사에 혼자 살고 있는 총각 15명을 위해 아침밥을 짓기 위해서다. 김치도 직접 담고, 고춧가루도 일일이 시장에서 발품을 팔아가며 직접 고른다. 고춧가루 한 근도 4천원에서 7천원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7천원짜리 '좋은 놈'에 손이 간다. 비록 남지 않을망정 최고의 재료만을 쓴다는 원칙을 고집하기 때문. 점심시간이 끝난 뒤 빈 반찬 통을 보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는 곽씨지만 말못할 미안함을 안고 있다.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녀석에게 초등학교 이후로는 따뜻한 밥을 먹여 등교시켜 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교통사고로 남편을 일찍 하늘나라로 보낸 뒤 밥집을 시작하느라 분주했다. 식당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즈음에는 곽씨가 만들어주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기다리는 덕인 직원들을 먼저 챙겼다.

곽씨는 누구보다 대덕밸리 벤처기업이 쑥쑥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그 이유가 따뜻하다. 밥먹는 직원들이 늘어 수익이라도 좀 생기면 일부를 적립, 덕인 직원 자녀들을 위한 '덕인 장학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우선 2,000만원의 기금을 모으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식당 경영상태는 아직 좋지 않다. 워낙 재료비가 많이 나가는 데다 대덕벤처기술연합 협동화 단지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예상보다 많지 않은 탓이다. 협동화 단지 측도 당분간 곽씨에게 전기료, 수도료 정도는 보조해 주는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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