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디 한 진행, 현장에서 나오는 실전 경험, 재치 넘치는 강의...’ 글로벌벤처경영자 과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덕넷은 경기도 용인 중소기업개발원에서 열리고 있는 인사들의 주옥같은 강의 내용을 ‘고순도’로 다듬어 시리즈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제가 강단에 선 것은 라우터 하나로 세계 정상에 오른 ‘시스코’라는 세계 초대형 기업에서의 기가 막힌 경험을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창업 14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른 시스코에 몸담고 있다가 텔슨정보통신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지일 사장의 시스코 경험담이다.

김사장은 이날 'Coperate Culture at internet Era & Cisco People'이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시스코의 경쟁력은 작지만 강한 기업, 기업의 가치 경영,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유연한 적응성 이라며 경쟁력을 분석했다.

◆ 다음은 김사장의 주요 강연내용

과거의 비즈니스 환경을 대양을 항해하는 거대한 선박이라고 가정하면 현대의 비즈니스 환경은 격랑을 항해하는 레프팅 보트와 같다. 그만큼 작고 유연한 기업만이 살아남는 다는 뜻이다. 시스코도 중소기업이기를 주장한다. 시스코 회장 존 챔버가 방한 했을때 ‘시스코가 중소기업이냐 대기업이냐’고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는 중소기업이라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가 얼마나 중소기업의 유연성을 중시하는 지 알수 있는 대목이다.

직원수나 매출이 중요한 게 아니고 기업의 가치가 중요하다. 매출이나 종업원 수로 기업규모를 따지던 시대는 지났다. 작지만 밸류가 높은 기업이 좋다. 단암정보통신을 보라. 종업원이 고작 40명인데 매출은 5백60억원이다. 반면에 비슷한 매출을 내는 모기업은 종업원수가 4백여 명이다. 어느 기업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

데이콤에서 14년 동안 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사실 업체로 부터 대접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가면 어떨까 미래를 생각해 보니 끔찍하더라. 그래서 찾은 길이 데이콤인터내셔널이다. 당시 7명의 직원으로 시작했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 회사를 떠날 당시에는 자산만 2천8백억원에 1백80억원의 흑자를 일궈냈다.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본다.

한국의 벤처들이 분발해야 한다. 왜냐 하면 벤처 천국이라고 볼수 있는 미국과 여러 가지 면에서 처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벤처를 하는 것은 미국보다 최소한 1백배는 어렵다.

우선 한국을 보자. 우선 모방기술이다. 반면에 미국의 벤처는 기존 기술에 +알파가 있다. 여기서부터 차이가 난다. 다음은 펀딩이다. 한국의 벤처기업들은 소규모 엔젤이 주류다. 이런 식으로는 안된다. 초기에 안정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미국은 1차,2차3차에 걸쳐 차례차례 자금을 공급한다. 장기전 태세를 갖추고 들어간다. 매니지 먼트도 문제다. 한국은 대개 연구소장 출신이 모든 것을 이끌고 간다. 하지만 기업이 성장하면 연구소장은 연구소로 가는 것을 고려해야한다. 빌게이츠도 그랬다.

마지막으로 고객이다. 우리나라는 벤처의 기술을 무시한다. 미국은 다르다. 좋은 제품이라면 벤처든 대기업이든 가리지를 않는다. 벤처기업은 기술개발을 게을리 하면 끝이 보인다. 줄기차게 개발을 해야 한다. 연구소장 출신의 벤처가 연구를 소홀히 하면 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개의 아이템이 나오면 바로 다음 아이템을 위해 끊임없이 일해야 하고 연구해야 한다. 사실은 이것이 시스코의 성공요인이다.

사장은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과거의 사장은 앞을 예측하는 것이 가장 큰 덕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변했다. 앞을 예측하는 능력은 컨설팅 회사에 맡기면 된다. 이시대에서 사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성이다. 변화에 적응하는 대응 능력이다. 빠르고 민첩한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규모의 경쟁은 이제 상실한 지 오래다.

인터넷 타임은 1년이 일반의 7년과 같다. 그만큼 인터넷 경제하에서의 세월은 초스피드로 전개된다. 시스코는 이 개념을 도입했다. 때문에 시스코는 절대로 장기계약이 없다. 1년이 7년인데 어떻게 장기계약을 하느냐는 식이다. 시스코 연구소에는 2천5백여명의 연구원이 있는데 연구소장의 나이가 32살이다. 박사학위는 한명도 없다. 인터넷 경제에서 연구원들은 나이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4년을 근무하면 다른 곳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발상의 전환이 중요한데 이 나이가 되면 적응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시스코는 또 1년에 4차례 결산을 한다. 인터넷 경제에서는 이런 부분이 중요하다. 한국의 기업들에게도 분기마다 결산하는 것을 권해보고 싶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환경에 적응하기위해서는 종전의 패러다임으로는 안된다. 시스코의 경쟁력은 사람 관리다. 좋은 사람이 최고의 제품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아웃소싱을 적절히 활용한다. 처음에 입사를 했는데 최고급 노트북을 주더라. 그래서 속으로 ‘역시’라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뒤딱지에 소유권이 ‘도시바’에 있더라. 시스코는 자기가 모든 것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경주에 나가려면 운전수가 좋아야 하고 운전수를 고른 후 운전수에게 차를 골라 경주에 나가도록 하는 것이 시스코의 강점이다.

시스코가 M&A를 하는 것은 고객이 필요한 것은 모두 가져다준다는 원칙을 지키는데 있다. 가령 이렇다. 중국집에서 한식을 시킨 손님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전하고 옆집의 한식집에 가서 음식을 날라다 주는 식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모두 가져다 주는 것이 시스코의 원칙이다.

시스코의 또다른 경쟁력은 기업체질이다. 존챔버 회장이나 나나 똑같은 사무실을 쓴다. 1.4평이다. 팩스나 이메일은 물론 커피, 전화 등 모든 것을 내가 해야 했다. 우리나라의 일부 벤처기업들은 자신의 사무실을 거의 대기업 회장실 같이 쓴다. 어디서 나쁜 버릇 만 들었다. 시스코에 가면 똑같은 동이 32개가 있다. 왜냐 하면 설계도면을 한 개로 지었기 때문이다. 건축비를 줄이기 위해서란다. 덕분에 시스코는 50% 정도의 가격으로 32개 동의 건물을 지었다. 대신에 이런 부분에 들어갈 자금을 제품 개발이나 경쟁력 강화 방안에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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