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머들 가운데 재미있는 것이 있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하는데, 확인을 할 방법이 없으니 진위 여부는 모르겠습니다만,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난 60년대 후반,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 비행사를 달에 보내려던 시점에 볼펜을 우주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우주에서 겪는 다양한 경험을 기록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볼펜은 잉크가 밑으로 내려오는 힘에 의해 쓰여지는 원리라지요? 따라서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는 볼펜을 사용할 수 없답니다. 이에 NASA는 수백만 달러의 막대한 비용을 들여 우주는 물론 물 속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볼펜을 개발해 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우주용 볼펜’이라는 것이 무척 투박해서 손가락에 끼우기도 힘들거니와 가지고 다니기에도 거추장스러워 비행사들이 기피하는 바람에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고 합니다.

결국 미국은 자신들보다 앞서 우주에 나갔던 소련이 무중력 상태에서 어떻게 기록을 하는지 파악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기절초풍을 했답니다. 소련의 비행사들은 ‘연필’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이야기 입니다.

주말에 친구들을 만났더니, 온통 ‘닭 이야기’ 뿐입니다. 인터넷 관련 회사에 다니는 친구는 “닭컴에서 한동안 닭질을 하다 보니 완전히 닭됐다”고 푸념을 합니다. 농담반 진담반인 것 같습니다.

증권사 영업맨은 “코스닭이 그 모양이니, 닭 안 되는 게 이상할 노릇”이라며 거듭니다. “역시 우리는 닭 대가리들”이라면서 한바탕 웃습니다. “그래도 닭질을 열심히 하다 보면 초가 지붕 정도는 날아오를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농담도 나왔습니다. 벤처 사업을 한답시고 끙끙대는 사람들에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느냐’는 핀잔을 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지난 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을 하자는 쪽도 있으나, 극히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사람들의 그런 생각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벤처라는 유행에 그 만큼 속았으면 이제는 더 이상 성공신화에 눈 멀지 말고 만두집이나 라면집을 생각해 보자”는 실속파(?)도 있고 “벤처 열풍이 불 때 경영이 뭔지도 모르고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고생을 하는 것은 자업자득”이라면서 “도덕적으로 못된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빼면 동정 받을 여지도 없다”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국 벤처는 무조건 야부리고 사기다”라는 목소리 큰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단지 왕창 돈 벌 수 있다니까, 남들 다 벤처 가는데 나만 안 가면 뒤 처지는 것 같아서 옮긴 사람들, 학교 졸업하고 기업에 들어가 말단에서 잔 심부름부터 시작해 일 배우는 것 하기 싫어 처음부터 벤처니 뭐니 해가며 제 멋대로 일하고 싶었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과연 불쌍하게 볼 필요가 있느냐”고 준엄하게 꾸짖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벤처기업 직원은 “벌써 몇 달째 밀린 월급…희망과 꿈만 가지고 버티던 여름…이젠 추운 겨울…실업급여 신청하고 아르바이트 하면서 여전히 회사를 살리자고 노력하는데 눈 앞에는 암담한 현실과 추운 겨울만이 놓여 있다”고 털어 놓습니다.

벤처 CEO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외부에서 벤처를 바라보는 시각일수록 냉소적 입니다. 지나친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세상 사람들이 벤처기업들을 이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세금이라곤 일반 기업의 절반도 안내고, 코스닥 공모로 엄청난 자금을 확보하고도 재투자는 안하고 벤처 갑부라는 소리만 듣고, 요새 유명한 XX이니 OO이니 하는 회사들 정말 벤처다운 기술이 있습니까? 홈페이지 하나 운영하면서 주식 공모해서 떼돈 벌고 그 돈으로 룸살롱에서 고급 양주 먹고 돈 많아서 연예인하고 X랄하고, 끊임없이 사고를 일으키더니, 각종 '게이트'가 난무하고 정치권 인사들이 마구 거론되는 추악한 모습…” 아무튼 벤처라는 이름만 들어도 신물이 난다는 것입니다.

일부 하이에나 미디어의 선정적인 보도 탓도 있겠습니다만, 몇몇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일으키는 바람에 괜한 사람들까지 구정물을 뒤집어 썼다고 주장하기에는 뒤끝이 개운치 않습니다.

어떤 경영인이 말하는 세상 이치가 재미있습니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반면 돈은 낮은 곳에서 높은 데로 거슬러 올라간다. 돈은 자신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몰고 다닌다. 물살이 세지면 거친 흐름과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지만, 돈이 갑자기 몰리면 돈 사태가 일어난다. 수많은 사람들이 돈 사태를 좇아 정신없이 치고 받는데 어찌 추잡한 일이 없을 수 있겠는가?” 어쨌거나 닭질이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같습니다.

투자자들이 모아준 거액을 가지고 NASA의 ‘우주 볼펜’ 비슷한 것을 개발하다가 거액을 탕진한 경우도 종종 눈에 띕니다. 조급증에 쫓겨 반칙 플레이를 일삼다 막 가버린 회사도 꽤 되는 것 같습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그 회사 식구들이 ‘아귀’처럼 여겨질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그 짧은 기간에 그 많은 돈을 해치울 수 있는지 의아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닭질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많은 교훈을 얻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헛 스윙 하는 것을 보면 아둔하고 답답하게 보이지만, 그 집념의 헛 스윙이 갈고 닦이면 결국에는 정교한 안타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거듭되는 집념에 약간의 행운만 따라 준다면 ‘영원한 닭질’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돈이란 게 그렇게 쉽게 벌리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수용자의 입장에서 변화는 뜬금 없이 다가오지만 우리가 능동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통과 인내를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맞습니다. 세상에 ‘거저’는 없는 것 같습니다. 눈을 뜬 것만 해도 큰 보람입니다.

잘 갖추어진 체제 속에 편입되어 안온한 삶을 누릴 줄만 알던 이들이 그 울타리 밖에도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신대륙 탐험에 나섰습니다. “돈과 성공이 그리도 좋으냐”는 외부의 경멸은 이들에게 모기가 웅웅대는 소리일 뿐입니다. 오히려 “거기에서 뼈빠지게 고생하다가 마흔 줄 넘어 승진 못하면 쫓겨나야 하는 당신의 인생은, 당신의 희망은 무엇이냐”고 반문합니다.

한 경영인은 이렇게 불만을 토로합니다. “한국에서 벤처사업이 시작된 것이 고작 몇 년 전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결혼식을 올리고 신접살림을 차린 수준이다. 한창 붐이 일 때 만들어진 회사가 엄청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사업이란게 시작한 뒤 최소한 3~4년은 지나야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닌가. 일부 벤처기업이 빨리 성공했다고 해서 당연히 모두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문제다. 벌써부터 옥동자를 낳았으니, 못 낳았느니 하는 판단은 지나친 것이 아닌가? 열기가 한 풀 꺾였다고 해서 벤처들을 일컬어 ‘바보들의 행진’이니 무엇이니 하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다른 실무자의 얘기를 들어 봅시다. “솔직히 기운이 빠집니다. 시장 상황이 이처럼 빨리 식을 줄은 몰랐구요. 경험도 부족하니까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벤처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만일 우리 회사가 망한다 해도 계속 이 주변에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건 프라이드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벤처를 할 수 있다면 저는 결코 벤처를 선택하지 않았을 겁니다.”

닭질도 좋을 것 같습니다. 쓸모 없는 ‘우주 볼펜’을 개발했더라도 그 귀중한 경험이 다른 무엇인가로 연결되어 좋은 결실을 만들어낼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수많은 미래학자들이 나름대로의 정교한 틀을 가지고 앞날을 그려냈으나, 틀린 부분이 들어맞는 쪽보다 더욱 많습니다. 도전 없는 성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인생은 베팅의 연속입니다. 우리들의 첫발은 바보들의 행진이었을까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한상복(㈜비즈하이 파트너, 전 서울경제신문 기자)closest@bizhig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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