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중심 경영·마케팅 등 해결시 '스타 벤처' 산실로 재도약

'이젠 마케팅이다.' 대덕밸리 벤처기업 상당수가 꼽은 2002년 화두다.

대덕밸리 벤처인들은 최근 마케팅 부족을 뼈에 사무치게 느끼고 있다. 2-3년 동안 갈고 닦은 '무기'를 전쟁터에 내놓았지만 쉽사리 '임자'가 나오지 않는 것을 그동안 수도 없이 겪었기 때문이다.

정작 제품을 출시를 했지만 시장진입과 판로개척은 벤처기업 혼자서 할 수 없는 일. 수억원을 들여 노심초사 개발한 제품이 사장되는 일이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대덕밸리 벤처들의 마케팅 부족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 연구원 창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원 출신이기에 뿌리깊은 '기술우위'마인드가 쉽게 변하기 않는다는 뜻이다. 엘피스바이오텍 심찬섭 사장은 "올 한해는 기술력보다는 마케팅과 시장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체험한 해였다"며 "기술개발보다 사실은 마케팅이 두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 이런 마케팅에서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실 서울지역의 벤처기업들도 마케팅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벤처기업의 특성상 기술개발과 마케팅을 연결하기가 서울이라고 해서 별다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커뮤니티 정회훈사장은 "마케팅에 대해 대책이 없는 것은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한뒤 "하지만 대덕이 서울과 다른 것은 마케팅 회사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덕밸리 벤처기업이 마케팅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덕밸리 벤처인들이 마케팅 회사와의 협상에서 양보를 하지 않는다는 점. 연구원 출신이다보니 마케팅 회사나 마케팅 인력의 딜에서 항상 기술에 대한 비중을 생각하다가 협력에 금이가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마케팅 전선에도 먹구름만 낀것은 아니다. 변화의 조짐이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마케팅회사와의 아웃소싱이나 전문 인력의 아웃소싱, 합병 등을 거치면서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대박을 터트리면서 변화의 조짐도 완연하다.

올해 두번째로 코스닥에 오른 아이티를 비롯 마케팅 임원을 영입해 외국과의 기술수출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지니텍, 기술보다는 마케팅을 무기로 5백만 달러의 수출을 이룩한 레이트론 등 마케팅 성공신화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대덕밸리의 모기업이 회사를 분사하면서 아예 외국의 마케팅에 경험이 있는 인사를 영입해 대표 자리를 양보하는 회사마저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네트워크로 해결책을 찾기도 하고있다. 사실 여러가지로 부족한 벤처기업들이 '우물안 개구리'의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성공 벤처로 이륙하기 위한 또 하나의 도약대를 마련하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대덕밸리 소규모 클러스터인 보안모임을 맡고 있는 니츠 강창구 부사장은 "보안모임을 통해 보안 관련 기업간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었고 그 결과물로 대덕밸리 보안기업의 제품 프로모션을 위한 이벤트를 마련할 수 있었다"며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덕밸리 벤처기업의 근본적인 사업형태를 바꿔야 한다는 새로운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류기술 남승엽 사장은 "기술중심의 대덕밸리 벤처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술=사업화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기존 R&D 중심에서 탈피해 비즈니스를 겨냥한 'R&BD'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새로운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제품을 개발했더라도 사업화로 연계할 수 없는 기술이라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즉 사업성과 수익성이 없는 기술만을 개발한다는 점이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코스닥 입성에 성공한 1백37개 기업 가운데 대덕밸리 기업은 3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덕밸리는 희망이 있는 곳이다.

돌아오는 2002년에는 전문화, 융합화, 국제화를 통해 대덕밸리가 벤처산업의 요람이자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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