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새벽'으로 노동자들의 아픔을 대변했던 박노해 시인이 벤처의 희망을 노래해 눈길을 끌었다.

朴시인은 18일 오후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벤처리더스클럽(회장 김일섭 한국회계원장) 의 신년 첫 월례회에 참석했다. 

벤처위기의 실상과 전망이라는 주제를 내건 이날 월례회는 주제처럼 들뜸보다는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朴시인은 "모두가 어렵다지만 마음의 귀가 있는 사람들은 꽁꽁 얼어붙은 겨울에서도 봄 생명의 소리를 듣는다" 며 "벤처 정신으로 밤을 밝히는 모든 분께 희망찬 새 천년의 출발을 위해 한 편의 시를 바친다" 면서 자작시를 읽었다.

그는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는 시에서 "긴 호흡으로 흙과 뿌리를 보살피지만/스스로 꽃이 되고 과실이 되고자하지 않는다/내일이면 모두가 웃으며 오실 길을/오늘 젖은 얼굴로 걸어갈 뿐이다/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참 좋은 날이다" 라며, 고통스럽지만 가야만 하는 벤처의 길을 노래했다.

자신이 관여해온 충주여성장애인의 집 등에 벤처리더스클럽이 1천만원의 운영비를 기부한 인연으로 이날 모임에 참석한 朴시인은 "벤처인들의 진지함과 열성에서 새로운 희망을 본다" 며 "앞으로 대덕밸리와 실리콘밸리를 찾아 희망의 본류를 보고 싶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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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제 몸을 때려 울리는 종은 스스로 소리를 듣고자 귀를 만들지 않는다
평생 나무와 함께 살아온 목수는 자기가 살기 위해 집을 짓지 않는다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서 기도하는 어머니는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를 드리지 않는다
우리들, 한 번은 다 바치고 돌아와 새근새근 숨쉬는 상처를 품고 지금 시린 눈빛으로 앞을 뚫어 보지만 과거를 내세워 오늘을 살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흙과 뿌리를 보살피지만 스스로 꽃이 되고 과실이 되고자 하지 않는다
내일이면 모두가 웃으며 오실 길을 오늘 젖은 얼굴로 걸어갈 뿐이다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참 좋은 날이다

<헬로우디디 이석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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