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출신 543미디어텍-이머시스

"라이벌요? 선의의 라이벌이라면 가능하죠. 만나면 부담없이 '호형호제'하는 사이입니다. 서로 자극을 받아가며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더 큰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득이 됩니다."(543미디어텍 이명진 사장)

"언제든 비즈니스나 기술적인 면에서 도움을 청하거나 혹은 줄 일이 있다면 충분히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죠. 시장은 얼마든지 널려 있기 때문에 경쟁보다는 서로 보완관계로 보면 될 거예요."(이머시스 김풍민사장)

대덕밸리 입체음향 소프트웨어를 대표하는 543미디어텍(www.543mediatech.com)의 이명진 사장과 이머시스(www.emersys.co.kr)의 김풍민 사장. 두 사람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컴퓨터소프트웨어사업단 청각정보연구실에서 함께 생활하며 '호형호제'하던 연구원출신 벤처기업가. 하지만 지금은 대덕밸리는 물론 국내외시장에서도 그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벤처로의 진출은 이 명진 사장이 김풍민 사장보다 6개월가량 빠르지만 대외적으로는 김 사장의 이머시스가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머시스는 탁월한 기술력과 김 사장의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올 7월 입체음향편집기술로 장영실상을 수상한데 이어 최근에는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 경연대회'에서도 최우수상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각종 상을 휩쓸며 대덕밸리에서 명성을 쌓아 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일본시장에까지 진출하는 등 활력넘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정도라면 내년에는 코스닥도 무난히 오를 것으로 주변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이머시스의 이와같은 선전에 자극받은 543미디어텍도 베스텍에서 기업명을 바꾸고 적극적으로 시장에서의 브랜드 이미지 확보에 나서 최근 정통부로부터 '2002년 유망IT기업' 멀티미디어 콘텐츠 분야에 선정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또한 동영상편집 소프트웨어 생산기업 모인테크와 제휴를 맺고 첨단 동영상편집기능을 결합시킨 입체음향 편집기 개발에 나서는 등 조만간 '대박'을 터트릴 준비가 한창이다.

이 두 사장은 모두 연구원출신이지만 다른 연구원출신 CEO들에 비해 훨씬 빨리 연구원 때를 벗고 사업가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서로에 대한 보이지 않는 견제와 경쟁관계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전언.

이 처럼 서로 '자극과 정보를 주고 받고', '앞서거니 뒤서거니'하지만 이들 간에는 보이지 않는 묵계(默契)가 감지된다. 우선 이머시스가 '메이븐3D'라는 음향편집기 제품을 시장에 내놓자 543미디어텍은 제품보다는 기술시장을 영업전략으로 펴고 있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이머시스는 국내시장에서 상호간의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관련 두 사장의 전 직장인 ETRI의 한 동료는 "비슷한 기술이기는 하지만 제품 개발 방향이나 기술개발 방향에 따라 마케팅 타킷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면서 "건전한 경쟁 관계는 오히려 양쪽 기업들에게 상당히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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