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순 과학기술자문위원장 14일 대덕클럽서 특강

카이스트 원장에 한밭대학교 총장 등 요직을 거친 한국의 대표적 과학자가 갖고 있는 과학계를 보는 시각과 그가 느끼는 한국 사회내에서 과학이 차지하는 위상은 어떨까.

14일 대덕밸리 과학자들의 모임인 대덕클럽 월례회에서 천성순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장은 과학자들의 환골탈태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가장 큰 문제는 42개의 정부출연연구소를 3개의 연합이사회가 나눠 운영하는 비효율적이고 복잡한 조직에 있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효율적인 조직과 생산성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정부출연연구소들이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천 위원장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장래'라는 강연을 통해 "과학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 근본요인을 복잡한 과학기술조직 시스템과 이를 묵인한 채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전 과학기술자들에게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그는 "올해 정부는 IT BT NT ET CT ST 등을 차세대 육성산업으로 선정하고 역대 정권 최대 규모인 5조원을 과학기술 예산으로 투입할 예정"이라며 "이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생산성 있는 연구결과를 국민앞에 보여줘야 할 의무가 정부출연연구소에 종사하는 과학기술자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천 위원장은 "10년전 G7프로젝트를 하면서 10년뒤에는 우리가 G7수준에 들어설 것으로 장담했으나 결과는 다 알다시피 참담하게 끝났다"며 "2025년도에 G7수준을 다시 내걸었으나 잘될지는 누구도 장담할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 상태로 5~10년을 가면 과학기술계의 신용은 땅에 떨어질 것이라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계라는 큰 분야를 생각해 한 목소리를 내고 단결해야한다"고 피력했다.

천 위원장은 정부출연연구소의 활성화에 대해 "출연연 스스로 역할을 분명히 하고 연구원 사기진작책 마련과 노조갈등 해소, 연합이사회와의 긴밀한 연계 구축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 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신바람 나는 연구소로 만들기 위해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천 위원장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는 젊은 과학자들의 역할에 달려 있다"면서 "과학기술계의 잘못된 점에 대해 비판하고 발전방향을 제시해 주는데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과학수석'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천 위원장은 "대통령 주변에 과학기술자가 없어 과학기술계의 어려운 점이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 과학기술계의 각종 정보를 제공해 주는 채널로 '청와대 과학수석'을 신설해야 한다"고 평소의 소신을 밝혔다.

천 위원장의 특강에 대해 참석한 과학자들은 "시기적절한 '원로의 과학자의 고언'이었다"고 평가한 뒤 "진정한 한국 과학기술의 앞날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활로 모색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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