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덕밸리 신년교류회에서...'2002년 경제전망과 대덕밸리의 역할' 강의

"대덕밸리와 같은 기술벤처가 없다면 10년뒤에 한국벤처는 없다. 기업의 성장, 발전, 퇴출 당하는 모든 일들이 모두 시장에서 평가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과제

다" 17일 대덕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개최된 대덕밸리 신년교류회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강봉균 원장은 '2002년 경제전망과 대덕밸리의 역할' 강의를 통해 대덕밸리 벤처기업에 대한 기대를 피력했다. 강원장은 또 "세계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데다 IMF이후 실시한 구조조정 덕택에 IT산업이 발달한 한국경제가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강 원장은 행시 6회 출신으로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재정경제부 장관 등의 경제요직을 두루 거친 전문가다. 다음은 강 원장의 주요 강연내용

◆ 올해 경제는 언제쯤 회복될 것인가?

여러분도 느끼겠지만 기대심리는 많이 좋아지고 있다. 국내 경제는 작년 4사분기를 저점(바닥)으로 해 이제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추세다. 언제쯤 회복될 것인가는 미국경제의 회복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미국경제의 회복전망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다. 최근 미국 그린스펀 의장이 본격적인 경기회복까지는 아직 많은 어려움이 남아 있다고 말한 반면 3년전 IT분야에 대한 과잉투자가 지난해를 기준으로 감가상각이 끝났다는 낙관론도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미국 회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 시기는 불확실하다. 따라서 우리는 안전하게 올 중반기부터 미국경제가 회복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준비해야 한다.

수출경기도 올 중반 이후부터 회복된다고 봐야 안전하다. 이때까지는 내수를 진작시키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정책도 내수를 올리는데 집중되어 있다. 또한 올해 물가상승률도 3%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제유가에 큰 변동이 없는 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적다. 하반기부터는 수출도 늘어나고 이후에는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증가해 전체 경제성장률 5%대의 안정적인 경제를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엔저에 따른 달러강세 등 국제통화의 흐름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올해부터 통합된 유로화의 동향도 신경써 나가야 한다.

◆ 구조개혁은 어떻게 마무리 될 것인가?

최근 일련의 구조개혁작업은 30여년간 살던 집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집을 받치고 있는 4개의 기둥인 금융, 기업, 공공, 노동 부분을 대대적으로 수선하고 있다. 30여년동안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젖어 있던 의식과 관행들이 불과 3∼4년안에 마무리될 수는 없지만 올해안으로 그 큰 줄거리는 잡혀질 것이다.

금융부분을 말하자면 바로 1백50조의 공적자금을 떠올릴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비상수단이었다. 이 자금으로 은행들이 살아나 올해는 많은 이윤을 얻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부실채권을 감할 수 있었고 금융시스템도 제대로 갖추게 됐다. 아직 정부가 금융부분에 대한 간섭과 규제, 보호 등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정부 소유구조를 탈피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기업부분에 대한 구조개혁은 재벌의 구조개혁으로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20여년전 공무원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나왔던 재벌의 구조개혁은 이번 정부에 와서야 실질적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재벌들도 투자자들에게 감시를 받아야 하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이 부분에 대해 아직 남아있는 숙제라면 투명경영의 문제다.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투명경영은 필수다. 이를 위해서 대주주가 CEO가 되는 것이 아닌 전문 CEO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며 주주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이밖에도 노동부분과 공공부분에 대한 개혁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

지난 90년대 미국은 고도성장한 반면 일본은 침체일로를 걸었다. OECD는 이러한 상황에 가장 큰 이유로 정보와 기술의 확산속도를 들었다. 즉 경제성장률은 이 확산속도에 비례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IT관련 기술이 다른 산업부분으로 확산되는 속도가 빠를수록 높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인프라는 세계 선진국 수준으로 벤처기업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최근에 와서 중국이 쫓아오고 있고 얼마 안 가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아직도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고 많은 국영기업이 부실화되어 있다. 반면 우리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경제시스템을 개방화했고 금융시스템도 안정화되어 있다. 또 IT관련기술도 중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 13억 인구의 중국을 시장으로 시베리아의 자원, 일본의 저렴한 자본을 활용하는 동북아의 협력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해야 우리 경제의 미래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동북아 전체를 보는 글로벌화된 시각을 갖음은 물론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눈여겨 봐야 한다. 한반도 충돌 가능성이 줄어들고 긴장요인이 적어지면 당장 차관 이자부터 떨어진다. 이 문제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 그렇다면 대덕밸리는?

대덕은 7∼80년대 원자력·화학·기계 분야 등 전통산업의 기술개발에 상당부분 공헌을 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생명공학을 중심으로 벤처기업의 요람이 되고 있다. 외환위기를 전후해 정부는 여러 제도적 인센티브 장치를 만들어 벤처기업의 창업을 돕고 98년에는 코스닥 시장도 들어서 벤처기업 성장자금의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요즘에는 일부 사이비 벤처기업들이 난립했지만 역동성 있는 벤처기업가들이 뻗어나가지 못하면 10년후의 한국경제는 없다고 확신한다. 이 시점에서 벤처기업이 성장·발전 또는 퇴출당하는 일련의 모든 일들이 결국 시장에서 평가되고 결정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대덕밸리의 경우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창업활동 및 기술이전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이러한 활동이 연구기관활동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의 니드를 정확히 파악해 중앙정부와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고 정부의 벤처정책은 시장 및 제도적 여건을 정비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인력이 중요한 특성상 인력이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기술간, 기술과 마케팅간 등 함께 할 때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네트워킹에 성공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대덕밸리에서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실현되어야 이를 통해 한국경제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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