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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와의 전쟁’ 승리로 이끈 주역

대덕 유성 동아벤처빌딩의 박복영 관리소장…‘접대부 빌딩’을 유명 ‘벤처빌딩’으로 탈바꿈시켜
“술집 접대부 천국인 동아오피스텔에 처음 소장으로 부임했을 때 벤처기업은 전체의 30% 정도가 고작이었죠. 그러나 2년 간의 구조조정과 유망 벤처기업 유치를 통해 동아오피스텔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벤처빌딩 인증도 받았죠. 이제 입주하려면, 벤처기업들이 차례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 하면 화려하게 빛나는 네온사인 속의 ‘밤거리’가 유명한 곳. 하지만 이곳에 20층으로 우뚝 솟아 있는 동아오피스텔에는 1백여개의 벤처기업들이 가득하다. 2년 전만 해도 이 곳에 입주해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근처 유흥가에서 일하는 여자 접대부와 사채업자들이었다. 이런 빌딩이, 이제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받은 ‘벤처기업 집적시설’ 간판을 번듯하게 내걸고 있다. 쉽게 말해 벤처기업용 빌딩이란 정부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접대부 천국’에서 ‘벤처천국’으로 변신시킨 주역은 다름아닌 박복영(40) 관리소장. 그는 별 볼일 없는 빌딩을 벤처빌딩으로 탈바꿈시킨 인물로 대덕밸리에선 유명하다. 박소장은 동아건설 프로그래머 출신. 약 5년간 리비아 해외근무를 다녀와 동아벤처빌딩 관리소장직을 자청했다. 해외생활 동안 너무도 ‘확’ 바뀌어 버린 전산환경에 적응하기 보다는, 이제는 영업을 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였다.

박소장이 이곳을 벤처집적시설로 만들기로 작정한 때는 지난 97년 7월. 막 부임하면서 내린 결심이다. 벤처붐이 불면서 대덕밸리의 벤처들은 공통적으로 공간이 없어서 생고생을 한다는 ‘영업 힌트’를 얻었다. 벤처들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벤처기업들이 한결 같이 ‘공간부족’ 때문에 고민한다는 점을 파고든 게 결국 적중했다.

박소장은 건물 벤처기업인들 사이 ‘깍두기(건달의 은어)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로 통한다. 벤처기업을 입주시키기 위해 빌딩에서 접대부들과 함께 동거를 하거나 사채 사무실을 운영하는 ‘험상궂은 어깨’들을 내몰았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유치를 위해 ‘접대부’나 ‘건달’을 내몰다가 험한 꼴을 당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멱살잡이는 기본이고 갖은 협박과 공갈이 오간 것도 다반사다. “건달과 멱살잡이를 할 때는 이 일을 몇 번이나 그만둘까 하고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대로 두면 건물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 그나마 입주해 있는 벤처기업들에게까지 피해가 올 것이 뻔했습니다.”

‘접대부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박소장이 손에 쥔 ‘전리품’은 유망 벤처기업 유치. 벤처기업들 사이에, 접대부와의 전쟁이 입소문을 타면서 동아벤처빌딩에는 우수한 벤처들이 속속 둥지를 틀었다. 최근 한국통신에 40억원대의 보안제품 납품을 체결한 ㈜니츠를 비롯 국내외 인터넷 트래픽 관리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아라기술, MPEG-4 비디오 솔루션 개발 벤처기업 넥코덱 같은 유망 벤처들이 수두룩하다. 30개 정도이던 기업수도 1백여개로 늘어났다.

그는 건물 내 벤처들을 위한 지원시설도 대폭 보강했다. 특히 최근에는 ‘T3’급 광케이블을 깔아 국내 벤처집적시설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고 빠른 인터넷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에서 반드시 필요한 공용회의실이나 탁구장, 휴게소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사우나, 이발소, 식당 같은 편의시설을 이용할 때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하드웨어 측면뿐만 아니다. 벤처기업확인절차, 병역특례업체 지정 같은 ‘소프트웨어’측면의 상담도 그는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에다 대덕밸리에서 일어나는 정보들을 이메일로 신속히 벤처기업들에게 제공, 업체들의 ‘눈과 귀’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입주한 기업이 40억원짜리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소리를 들으니 마치 내 일 처럼 들리더군요. 어느 때부터인가 저도 벤처기업의 일원이 된 기분입니다.”

출판호수 609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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