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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칼럼]수박 겉핥기의 과학?

이주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전주센터 유기나노소자연구팀 박사

지하철을 타고 있으면, 손바닥만한 휴대폰이나 PMP를 가지고 오락도 하고, TV 도 시청하고 그러다가 전화도 하는 모습이 이젠 전혀 생경하지가 않다.

예전에 집채만하던 컴퓨터가 하던 일들을 이젠 불과 1-2 Kg 밖에 되지 않는 ‘노트북’ 에서 훨씬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장서를 보관하고 있다는 대영도서관의 모든 장서가 이젠 손톱만한 칩 안에 다 저장이 되는 시대에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놀라울 따름이다.

과학기술은 일상에 쓰이는 전자부품들을 구성하는 소자들의 크기를 극히 작게 만들면서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불과 40년 전에 미국의 천재 물리학자인 파인만이 예측한 나노의 시대는 훌쩍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어버렸다. 현대 전자소자의 성질은 간단하게 경(輕),박(薄),단(短),소(小) 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이 시간에도 전 세계의 과학기술자들은 최고의 경박단소를 이루기 위해서 불철주야로 연구를 하고 있다.

고밀도 집적기술의 향상과 더불어서 작은 소자 내부엔 여러 층의 박막 또는 여러 물질의 복합구조체들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겼다. 소자는 자꾸 줄어들면서 구조는 복잡해져 가는데, 그 현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기는 여전히 소자만큼 작아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예전엔 표면(surface)보다는 덩어리(bulk)에 의해서 제품의 성능이 결정되었는데, 제품의 크기가 작아지다 보니 덩어리보다는 물질의 껍데기, 그리고 껍데기와 껍데기가 닿는 부분 (계면: interface)의 성질에 의해서 소자들의 효율이 하늘과 땅 차이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서 표면과학 연구분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전자현미경은 나노과학을 발전시킨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다. 종류도 다양하고 그 하는 역할도 다양하지만, 나노세계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사전자현미경은 불과 몇 개의 분자로 이루어진 나노구조체를 관찰할 수 있다.

투과전자현미경은 이름 그대로 물질을 투과하면서 내부의 구조까지 원자단위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원자힘 현미경은 물질의 기본단위인 원자의 표면을 튕겨가면서 나노 사이즈의 박막을 관찰할 수 있다.

주사형 터널링 탐침 현미경은 우리 눈으로 물질의 원자까지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현미경 기술만으로 나노세계의 물리적 화학적인 현상을 전부 이해할 순 없다. 그리고 여전히 눈으로 직접 관찰할 수 없는 전하들의 움직임에 의한 물질의 물성 변화는 나노물질 개발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에 물리학자와 화학자들은 다시금 기존의 이론과 실험을 검토하면서 표면분석을 통해서 나노 물질의 물성을 관찰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도구는 바로 100년 전에 발견된 X-선이라는 오래된 연장이다. 이 연장을 갈고 닦아서, 다양한 에너지로 변환을 시키고, 쪼여주는 X-선의 크기를 줄여가면서 나노 크기로 작아지고 있는 물질의 변화를 정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동원할 수 있는 빛이란 빛은 다 동원하면서 물질의 껍데기와 껍데기끼리 닿는 부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에너지 준위가 다른 두 껍데기가 서로 맞닿게 되고, 거기에 약간의 자극이 주어지면, 높은 에너지 준위의 전자 또는 정공들이 낮은 에너지 준위로 흐르게 되면서 중간의 특정한 매질에서 만나게 되면 빛을 내기도 하고 전류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 흐름을 붙였다 끊었다 하는 작업이 바로 메모리소자의 기본 원리이다. 많이 흐르게 할 수도 있고 끊어버릴 수도 있는데, 아예 끊어버리려면 바로 껍데기의 물리적 성질을 파악하고 있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X-선을 이용해서 그 껍데기의 전자구조를 분석해야만 한다. 물질이란 것들이 X-선을 때리면 전자를 뱉어내는데 여기서 뱉어내는 전자들은 자신이 물질 속에 갇혀있을 당시의 정보를 가지고 튀어나오게 된다.

나노표면 과학자들은 이 전자들을 잡아서, 그 정보를 캐묻고 이 전자들이 갇혀있던 감옥의 위치(에너지 준위)를 알아내게 된다. 때론 전자선을 집속해서 때리면 이번엔 아주 특이한 성질을 지닌 전자들이 자신의 감옥정보를 가지고 튀어나오는데 이녀석들을 잡아서 표면의 전자구조를 알아낼 수도 있고 물질의 성분도 알아낼 수 있다. 이게 바로 나노표면 분석과학의 세계이다.
▲왼쪽부터 나노표면에서의 현상, 오른쪽 그림은 다양한 나노표면 분석방법  ⓒ2008 HelloDD.com
21세기의 치열한 국제 산업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원자 단위의 초미세 구조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나 표면원자의 자유조작에 의한 신기능성 소자 개발 및 새로운 물리적 개념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나노소자를 보기 위해선 다양한 에너지의 빛을 만들어야만 하고 그 빛을 아주 작게 만들면서도 강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그 장비가 바로 방사광 가속기이다.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 조감도 ⓒ2008 HelloDD.com


전자를 가속시킬 적에 나오는 방사선을 nm 사이즈로 강력하게 뽑아낼 수 있도록 하는 대형장비이다. 극미세구조를 보기 위해서 초대형 장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이러니컬 하지만, 미래형 첨단소자의 개발연구를 위해선 방사광 가속기가 필수 불가결하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과학선진국들은 최신형 방사광 가속기를 경쟁적으로 건설하고 있는 추세이다. 표면과학은 물리학, 화학, 재료공학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응용분야는 생명공학에서 환경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지금 전 세계는 국가 간 이익을 최대화 하려고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 약간만 뒤쳐진다면 냉혹한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는 전쟁터의 한 가운데에 우리는 현재 살고 있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뛰어난 전략과 반드시 뛰어난 무기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대한민국이 국제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21세기의 주도국가가 되기 위해선 우리 과학자들에게 최첨단 방사광 가속기 같은 든든한 무기가 주어지길 희망하고 있다.

이런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서 앞으로 20년 이내에 분자단위의 소자가 나오게 되면 지금 보고 있는 SF 영화의 장면은 실제의 모습으로 금세 구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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