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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전기'로…"발전소 번개 맞아가며 이룬 성과"

[미래과학영웅]이장희 한국기계연구원 그린동력연구실 박사
엔진 국산화로 2010년까지 100억원 이상 수입대체 전망

<사진=한국기계연구원 제공>

2002년 대덕의 한 과학자가 해외 기술과 장비에만 의존해왔던 매립가스 발전시스템의 국산화를 주장했다. 당시 그의 말에 귀 기울여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장희 한국기계연구원 그린동력연구실 박사는 온전한 국내 기술로 쓰레기를 일상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기로 변화시키기 위한 연구에 6년 인생을 걸었다. 부족한 예산과 여러 난제의 연속이었다. 발전소가 번개를 맞는 일도 있었고, 매립가스의 주요 성분을 차지하는 메탄농도가 떨어져 발전소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 일도 허다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인내와 끈기로 우리나라는 드디어 국내 기술로 쓰레기에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올해 5월 김포에 위치해 있는 수도권매립지에 700kW 매립가스 발전시설을 세우고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9일 오후 기계연의 한 실험실. 이 박사는 서류 더미가 수북한 책상 위에서 원격감시를 통해 발전시설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었다. 그는 이번 매립가스 발전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과 의의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번 매립가스 발전시스템 국산 개발은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기술개발업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수도권 매립지 공사에서 실증현장 및 매립가스를 제공하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엔진내구 기술지원을 통해 한국기술서비스, 템스와 공동으로 설비·설치를 완료했다.

매립가스 발전시스템은 매립지에서 생성되는 매립가스(메탄농도 50% 전후)를 이용해 전기를 발생하는 시스템. 이 박사는 "엔진 및 ECU(엔진제어장치) 등 순수 국산엔진기술이 바이오 에너지분야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여개의 매립가스 발전시스템이 가동 중이다. 그러나 모든 발전시설이 해외 기술과 장비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 때문에 고장시 대응이 늦고 유지·보수비가 비싸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또한 그의 말에 따르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20곳 중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 시설은 손에 꼽는다.

이 박사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했기 때문에 애프터 서비스가 국내에서 가능하고 유지·보수비 역시 4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기술 개발로 외국업체들이 100% 독점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2010년까지 10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6개월 동안 약 150만 kWh 전력 생산…연간 5억원 발전 수익 기대
현재 김포에 위치한 수도권 매립지에 세워진 발전시설은 총 2기. 그러나 1기는 가동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박사는 "2단계 실증 단계를 실행하고 있는 가운데, 예산이 여의치않아 1단계에서 썼던 엔진을 다시 사용했다"며 "문제가 생겨 1기가 돌아가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매립가스 발전시설은 시간당 350kWh의 발전이 가능하다. 한달 동안 한 가구가 300kWh를 사용한다고 예상했을 때 하루 1500가구가 사용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발전량 중 10만kWh는 손해 전력으로 자체 발전 전력으로 사용한다. 이 양은 전체의 5% 정도로 남은 전력은 한전에 제공된다.

그는 "이미 시운전을 통해 6개월 동안 약 150만 kWh의 전력을 생산했다"며 "생산된 전력은 한전에 공급해 연간 5억원 가량의 발전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립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온난화 가스인 메탄가스의 방출을 억제하고 화석연료대체에 의한 이산화탄소 발생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이 박사는 "쓰레기를 방치하는 것 보다 태우는 것이 환경을 덜 오염시킨다"며 "발전시설을 이용해 유해가스 배출을 최소화 시키면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쓰레기를 그냥 두면 유해가스인 메탄가스가 방출된다. 그냥 내보내게 되면 지구 온난화의 21배에 해당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냥 태우는 방법을 택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환경오염을 앞당기는 안 좋은 방법으로 꼽히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환경오염도 방지하고 사용 가능한 에너지 역시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발전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매립가스 발전시스템 계통도. ⓒ2008 HelloDD.com

◆ 국산화는 싸다는 인식 버려라…'엔진 우수성 입증'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어요. 국산화는 싸다는 인식이죠.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해외 기술과 맞먹는 우수성을 자랑합니다. 제 값을 받는 대신 철저한 수리와 유지·보수를 약속드릴 겁니다."

이 박사는 '국산화가 되면 값이 조금 더 저렴해 지는 건가요?'라는 질문에 "국산 엔진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이미 이 엔진을 사용하겠다는 업체가 몇 개 있어 대량 공급만을 앞둔 상태"라고 말했다. 이 박사의 매립가스 발전시설에 대한 애착은 당연했다.

올 7월 김포의 매립가스 발전시설에 번개가 쳤다.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에 기자는 당황했다.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7월에 이어 8월에는 메탄 농도가 뚝뚝 떨어져 시동이 안 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기 보이시죠? 7월 20일 오후 3시경 낙뢰가 있어 가동을 중단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2달 걸려서 복구했죠. 그 뒤엔 메탄 농도가 떨어져서 시동이 안걸렸구요. 이것 말고도 아찔한 순간들이 많이 있었어요. 현재는 완벽 복구한 상태입니다. 시동을 안정적으로 거는 시스템을 만들어 조절해서 걸릴 수 있게끔 시스템을 재정비했어요."

또한 김포에 위치해 있는 발전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대덕에서 달려가야 했다. 물론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지금은 상주해 있는 연구원이 있고, 원격 감시로 발전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어 예전과 같은 어려움은 줄어들었다. 그는 발전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이 박사는 "국산 엔진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면서 "국산엔진을 이용한 매립가스 발전시스템의 준공은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의미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김포에 위치하고 있는 수도권 매립지재 매립가스 발전시스템. ⓒ2008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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