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전영민 과학칼럼니스트

우리를 매일 직장으로, 학교로 안전하게 데려다 주는 자동차는 이제 우리에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최근 국내 자동차 보유 대수가 1,600만대 이상이라고 하니 상당히 어마어마한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대수가 많은 만큼 그 부산물 또한 엄청나게 많은 양이 쏟아지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로 폐타이어를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차 한 대에 타이어가 4개이므로 폐차의 수보다 폐타이어의 수가 곱절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연간 수십억 개가 넘는 폐타이어가 발생하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폐타이어 재활용을 시도해 왔으나, 환경오염물질인 카본(검댕)을 처리하는 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폐타이어 재활용은 폐타이어를 분해하여 오일을 부산물로 얻어,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핵심이 되어 왔으며, 이 시스템만이 폐타이어 문제를 지구상에서 완전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재활용 시스템은 가장 근본적인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첫째는 폐타이어를 열분해하기 위하여 폐타이어를 가열하는 방법의 문제이며, 둘째는 폐타이어를 열분해한 후 얻어지는 카본의 처리 문제이다. 폐타이어를 열분해하는 방법에는 크게 직접가열식과 간접가열식으로 나눌 수 있다.

직접가열식은 연소가스를 통하여 과량의 산소가 동반되므로 내부에서 발생하는 오일증기와 함께 폭발이 일어나기 때문에 위험하다. 또한 연소공기가 직접 주입되므로 많은 수분이 제품에 섞인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고온의 산소와 고무가 반응하여 다량의 카본이 생겨 제품에 섞여 얻어지는 오일의 품질이 매우 불량하다.

간접가열식은 낮은 열효율로 인해 연료의 소모가 많아서 얻어지는 오일의 상당 부분을 연료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 전체의 경제성에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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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최근 개발된 폐타이어 재활용 시스템의 개략도이다. 폐타이어를 플랜트의 통에 넣고 섭씨 450도의 이산화탄소와 질소가스를 흐르게 하면 타이어가 녹으면서 기름과 가스가 나온다. 여기서 기름을 추출하고, 플랜트가 추출된 기름을 걸러 휘발유, 경유로 분류한다. 그리고 기름과 함께 발생하는 가스와 검댕은 다시 공장가동에 필요한 원료로 사용하여 시스템 내부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전기 및 열에너지를 자급자족하도록 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이 시스템은 폐타이어 열분해를 위한 폐타이어의 가열 방식을 직접가열식으로 하면서 불연성 가스인 이산화탄소나 질소가스를 캐리어 가스로 사용하였다. 캐리어 가스는 플랜트 통의 폐타이어를 열분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스로, 불연성 가스를 흐르게 함으로써 폭발의 위험성을 없앴고, 얻어지는 오일도 최상의 품질로 얻을 수 있도록 하였다. 기름의 추출 효율 또한 48%에 달해 폐타이어 1kg을 처리했을 때 기름이 거의 절반가량 나온다.

부산물인 폐카본은 열교환기에서 소각시켜 여기서 얻어지는 열중 30%는 다시 플랜트 통의 폐타이어를 열분해하기 위해 캐리어 가스 가열용으로 사용된다. 나머지 70% 열중 60%는 고압 스팀을 발생시켜 소형 증기터빈을 가동하여, 시스템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한다.

또한 증기터빈을 나온 저압 스팀은 흡수식 냉동기를 가동하여, 시스템에 필요한 냉수를 얻는다. 이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으로 남은 10%의 열은 폐가스 세정탑에서 황산화물(SOx)을 처리할 때 쓰인다. 폐타이어 재활용 기술을 비롯해 폐타이어 재활용 산업은 여러모로 전망이 밝다.

다른 폐기물은 발생처가 산재해있어 수거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반면 폐타이어는 주로 폐차장이나 타이어 교환처에서 발생하므로 비교적 수거가 쉽다는 이점이 있다. 기존의 폐타이어 재생 산업이 카본을 처리하는 비용 때문에 경제성이 없었다면, 이 기술은 카본을 공장을 돌리는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보호와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게 되는 것이다.

버려도 썩지 않고 태우려고 해도 냄새와 오염이 심해 골칫덩이였던 폐타이어가 고유가 대책으로 효과적인 에너지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렇게 현명한 재활용 방법으로 폐타이어가 '보물타이어'가 되었듯, 이번 기회에 우리도 지난날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고 무심코 버렸던 생각들을 다시금 돌이켜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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