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버스 운행 김윤환 기사...대전 찾는 외국인들 "원더풀 대전" 연발

사람들은 그를 '시속 100㎞의 달리는 홍보대사'라고 부른다.

대덕밸리와 대전의 발전을 위해 묵묵히 자기가 맡은 일을 수행하는 사람을 찾아 소개하는 '칭찬릴레이'의 이번 주 주인공은 놀랍게도 버스 운전기사.

해외출장이 잦은 대덕밸리인들 가운데 공항버스를 이용하면서 한 운전기사의 행동에 감동과 놀라움을 경험한 사람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금남고속 동부영업소를 찾았다. 대덕밸리인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한 오늘의 주인공 김윤환(37) 씨는 이날도 여전히 본연의 업무를 수행중이었다. 약 30분가량이 지나자 김윤환 씨가 운행한다는 공항버스가 대전시외버스터미널로 서서히 들어왔다. 세차가 말끔히 되어있다는 것이외에는 겉으로 보기에 별반 다른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버스가 서자 '과연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흔치 않은 광경이 벌어졌다. 당연히 승객이 먼저 내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운전기사인 김 씨가 가장 먼저 뛰어내린 것. 그리고는 바로 승객들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김 씨에 의해 각각 자신의 짐을 챙겨든 승객들은 김 씨에게 악수를 청하거나 깍듯이 인사를 하고는 터미널을 떠났다. 일부 승객들과는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모든 승객들이 차에서 하차하고 각자의 행선지로 떠나자 바로 버스에 올라탄 김 씨는 차내 뒷정리를 시작했다. 한참 청소에 열중하던 김 씨를 만나봤다.

◆ 대덕밸리인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합니다. 외국어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뭘요. 영어공부 조금하는 것 뿐인걸요. 저 이외에도 영어정도는 하시는 분들이 몇 분 되요. 처음에는 내가 외국에 나가서 버스를 탔을 때 운전기사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영어 잘 하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안내문구를 만들어 외우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더듬더듬하다가 이젠 숙달되서 술술 나옵니다. 지금은 승객들과 처음 만났을 때, 정차시, 대전 도착후 안녕히 가시라는 말 정도를 영어·일어·중국어로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때로는 외국어를 능통하게 하는 줄 알고 "샬라샬라∼"하고 물어보는 통에 곤혹스럽기도 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대충은 알아듣겠더라고요. 그러면 '바디 랭귀지'를 하던지 아니면 짧은 단어로 설명해 주죠. 그들도 다 알아듣더라고요.

◆ 언제부터 공항버스를 시작하셨죠?

1년 좀 넘었어요. 저희 회사 홈페이지에 고객분이 "리무진버스 운전기사가 영어도 못해서 요금도 제대로 못 받느냐"는 성토를 해 온 적도 있어서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때부터 영어공부를 조금씩 하기 시작했죠.

◆ 운전석 옆에 포켓 영어·일본어·중국어가 있고 또 앞에는 간단한 회화가 우리나라 말로 적혀 있는데

영어든 일본어든 다 우리나라 말로 적어놓고 공부하고 있어요. 글로 쓸 일이 별로 없으니까 우선 입에 익숙해지게 하려고요.

 비디오테이프 담는 박스를 보니까 '대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 '대전홍보비디오' 등이 있던데
 

 
물론 액션이나 애정영화를 틀어주면 승객들이 졸지도 않고 잘 보죠. 하지만 처음 대전을 찾는 외국손님들은 대전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 할 꺼 아닙니까? 그래서 외국손님들이 많이 탈 때는 대전홍보비디오를 틀어줍니다. 버스 앞자리에는 어렵사리 구한 대전관광안내 책자를 비치했고 버스 안에는 한빛탑 사진, 인천국제공항 사진 및 안내도, 국내 유명 관광지, 꿈돌이 인형 등이 있어 승객들이 버스 안에서부터 대전을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 그러고 보니 차가 달라보이네요. 마치 대전 홍보관에 들어온 착각이 들 정돕니다. 이런 것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텐테요.

인천공항 사진이나 국내 유명 관광지 사진 등은 사비 30만원을 들여서 만들었습니다. 대전관광안내 책자는 시 쪽에 아는 분을 통해 몇 개 얻었는데 승객들이 자꾸 가져가네요. 승객들이 가져가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만큼 관심이 있으니까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자가 다 떨어져 가는데 대전시 관광과에서 책자를 잘 안 준다는 점입니다.

◆ 대전에는 관광상품이외에도 '대덕밸리'라는 세계적인 상품이 있습니다. 그리고 홍보비디오도 있고요.

홍보비디오가 있다구요? 당장 가져다 주십시오. 있는 줄 알았으면 벌써 가져다 놨을텐데. 그리고 홍보책자도 있으면 가져다 주십시오. 얼마 안 있으면 월드컵도 열리는데 이럴 때 대덕밸리를 홍보하면 '금상첨화'겠네요.

◆ 고객만족을 위해 또 어떤 것들이 있나요.

철칙이 하나 있습니다. 절대 승객들이 짐칸에 짐을 싣거나 내리게 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가 직접 해 드립니다. 짐이 섞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지요. 기후조건이 다른 나라의 외국인들이 버스 안에서 덮을 수 있도록 담요를 비치했고 창가에는 읽을만한 시를 복사해서 붙여놨습니다. 그리고 승객들에게 명함을 주고 있습니다. 혹시 놓고 내리시는 물건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할 수 있게요. 또 교통불편 신고엽서는 승객들 손이 잘 닿을 수 있는 곳에 배치해 놨고 코리아헤럴드 등 영자신문도 사다가 놨습니다.

◆ 마지막으로 사비를 들여서까지 이렇게 하는 이유를 묻고 싶습니다.

한 마디로 고객만족입니다. 인천공항에서 대전까지 3시간 가량 걸리는데 내국인 승객은 그렇다쳐도 처음 낯선 땅을 찾는 이방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저야 뭐, 내리실 때 승객들로부터 박수정도 받으면 그걸로 족합니다. 간혹 박수를 안 쳐주실 경우에는 제가 특유의 충청도 사투리를 써 가며 박수를 유도하기도 하죠(웃음). 마지막으로 한 가지 작은 소망을 말씀드리고 싶은데 이런 서비스가 전 차량에서 이뤄질 수 있는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