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3미디어텍 이명진 사장…창업노하우 익히려 일부러 보험영업 자청

“음식점을 창업하려면 종업원으로 일해 보라”는 말이 있다. 경험만큼 좋은 선생은 없다는 뜻이다. 입체음향 벤처기업 543미디어텍(www.543mt.co.kr)의 이명진(48) 사장은 벤처 창업을 위해 ‘경험의 철학’을 몸으로 체험한 인물이다.

이사장이 잘 나가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 생활을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한 것은 IMF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98년. 구조조정 바람이 불며 한창 불어닥친 연구원 벤처창업은 그를 처녀가슴처럼 설레게 만들었다. 하지만 20여년간의 연구원 생활은 그를 소극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불혹을 훌쩍 넘긴 그의 나이 또한 과감한 창업을 주저하게 만든 결정적인 걸림돌이었다.

창업과 연구 활동의 사이에 불면의 밤이 계속됐다. 갈등 속에 내린 결정이 543미디어텍의 창업이다. 창업이 결정되자 자기 진단 작업에 들어갔다. 내려진 결론은 ‘성격 개조’. ‘연구원 생활’이 몸에 밴 그에게 창업의 가장 큰 장애물은 매사에 소극적인 태도라는 주변의 진단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던 차에 친구가 하는 조언이 바로 “보험영업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연구원 시절에는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한번 안 하고 살았습니다. ‘목에 깁스 했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지요. 먼저 사업을 시작한 친구가 성격 변신을 위해서는 보험 세일즈가 그만이라고 권하더군요.”

그는 무작정 보험가입증서 뭉치를 들고 시장통으로 뛰어들었다. 18년간 연구만 해온 이사장은 냄새나는 시장바닥을 6개월 동안 헤집고 다녔다. 시장바닥에서 풍파에 찌들어 술주정을 일삼는 아저씨,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활기차게 움직이는 사람, 자식을 위해 좌판을 벌인 할머니 등과의 다양한 만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사장은 이러한 ‘현장수업’을 통해 ‘겸손하게 머리 굽힐 줄 아는 마인드’와 ‘사람을 보는 법’, ‘마음의 여유를 갖는 법’ 등을 터득했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너무 진드기처럼 덤벼드니까, 한 번은 시장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가 ‘쯧쯧∼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참 할 일도 없수’하고 타박을 줄 때도 있었으니까요.”

시장통 생활을 통해 이사장은 ‘머리 운동’에 자신감이 붙었다. 곧바로 창업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99년 4월 ETRI 출신의 이상용·김정각 박사 등과 함께 입체음향을 개발하는 543미디어텍을 창업했다. 보험 영업으로 단련된 그이기에 창업 3년째인 이사장에게서는 어느새 연구원보다는 사업가 기질이 물씬 풍겨 나온다.

제품도 속속 시장에 내놓고 있다. 입체음향 생성 및 편집저작도구 ‘사운드 밀(Sound-Mill)’과 캐릭터의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으로 소리에 공간감·방향감·거리감을 줄 수 있는 입체음향 생성 라이브러리 ‘GSS(Graphic Sound Synchronization)’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입체음향 솔루션은 2개의 스피커나 혹은 헤드폰만 있으면 사방에 마치 7백12개의 스피커가 있는 듯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VR(가상체험)이나 애니메이션·방송·시뮬레이터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

지천명이 다가온 나이이지만 그는 사업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각오다. 식성도 ‘된장찌게’에서 ‘피자’로 바꿨다. 직원들이나 소비자가 젊은층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눈물겨운 노력을 아는지 서서히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최근 휴대폰 벨소리 제작업체 컴텍코리아와 5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국내 효과 음향의 대가 김모씨 등과 손을 잡고 새로운 상품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보험영업에 뛰어든 지 3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사업은 이제부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는 30억원 매출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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