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경희대 교수, 중풍·치매 치료하는 신경보호제 개발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중풍·치매 등 노인성 질환에 대한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천연 한약재를 이용한 중풍·치매 질환 연구가 국내연구진에 의해 진행되고 있어 화제다. 천연물 분야에서 중풍과 치매분야 세계적 학자로 알려져 있는 김호철 경희대 교수는 10여 년간 연구를 통해 신경보호 건강기능식품, 항산화 건강기능식품, 신경보호 천연물신약 전임상 연구, 인지기능 향상 건강기능식품, 화합물신약 등 20~30여 가지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 교수는 "이와 같이 많은 성과는 한의학을 기반으로 했기에 가능했다"며 보통 하나의 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1만종 이상을 스크리닝 해야 후보물질을 발견할 수 있는데 한의학 임상에서 이미 활용된 한약재 193종을 선정하고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이처럼 월등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의하면 300억 개 정도로 추정되는 인간 뇌세포는 다른 세포들과 달리 일단 생기면 세포분열을 하지 않고 죽어간다. 성장을 멈추는 20대 중반부터는 정상인도 하루에 5-30만개의 뇌세포가 죽어간다.

즉, 사람의 뇌세포는 17세에 가장 많이 존재하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죽어간다. 정상인도 75세가 되면 17세 때 신경세포수의 절반만 남게 된다는 것. 뇌세포가 죽어가면 뇌기능도 감소한다. 뇌기능이 떨어져 노인인구에게 치매를 유발하는 질환이 바로 알츠하이머병이다.

소뇌의 흑질부분 뇌세포가 죽어서 생기는 파킨슨병과 혈관성 원인으로 뇌세포가 죽는 중풍과 혈관성 치매 등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신경세포가 점점 죽어가는 것을 막아 치매를 예방하고 치매환자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을 '신경보호'라 한다.

김 교수팀은 2000년부터 프론티어사업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단장 정혁) 과제로 10년간 15억의 지원을 받아 3단계 프로젝트로 신경보호치료제 개발에 집중해왔다.

중풍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동의보감 한약재 193종을 가지고 치료제를 찾기 시작했다. 천연물을 탐색해 중풍모델을 만들고 혈관성 치매, 파킨슨병 등 동물세포 모델을 만들어 어떤 천연물이 효과가 있는지 계속 검색했다.

그 결과 1단계에서 천연추출물 11종과 유효성분 10종을 찾아냈고 2단계사업에서는 실용화를 위한 심화연구를 진행했으며, 뇌신경세포 보호 천연물로 만든 건강식품 '뇌보153'을 제품화하기에 이르렀다.

◆ 천연물 한약재 과학적으로 재현하는 것 목표

"당시 경희의료원 입원환자의 85~90%가 중풍환자였습니다. 중풍에 한약재가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한방을 통한 치료가 중풍에 왜 효과가 있는지 밝히기 위해 연구를 시작하게 됐죠."

그는 1997년 미국 코넬의대 신경학부 교환교수로 갈 때 경희의료원에서 중풍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처방 두 개를 시료로 가지고 갔다.

그 한약 처방들이 당시 미국 실험실에서 개발 중이던 치료제보다 2배정도 높은 효능을 나타내는 것을 보고 이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기로 결심했다.

2004년 김 교수는 신약개발과정에서 얻은 신경보호물질 'HT009'를 가지고 노화를 억제하고 적응력을 강하게 하는 물질을 함께 넣어 '뇌보153'이라는 건강식품을 개발했다. '뇌보 153'은 출시 이듬해 수출포함 25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있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뇌보'는 뇌신경세포 보호와 기능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한약재와 처방 등을 분석 혼합해 만든 것. 동의보감에 500세까지 살 수 있는 보약으로 알려져 있는 경옥고 제조원리를 바탕으로 인삼·가시오가피·오미자 등 천연물 7가지 성분을 뽕나무 불에서 4일 밤낮을 물속에서 중탕하는 전통방법을 과학적으로 재현했다.

천연물의 특성상 산지·채취시기 등에 따라 5~10 배가량 성분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재료선정과정과 제조과정을 엄격하게 표준화했다. 그 결과 중풍과 치매치료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세계적으로 효과적인 신경보호물질이 개발된 사례가 없습니다. 일부 있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죠. 신경보호제가 개발되면 알츠하이머병, 파킨슨 병 등 퇴행성 뇌질환 분 아니라 중풍이나 뇌진탕의 경우에도 급성적으로 뇌세포가 죽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신경보호물질이 개발이 되지 않아 대체제를 쓰고 있지만 이것이 개발되면 세계적으로 20조 정도의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

김 교수팀은 이밖에도 지난해 인삼, 가시오가피 등의 혼합추출물로 만들어져 인지기능 향상의 효과가 확인된 건강기능식품(HT008-1)을 식약청에 허가받았으며 신경보호작용을 갖는 황금추출물 및 이를 함유하는 약학적제제(HP012)를 뉴메드와 한화 드림파마에 기술 이전하는 등 중풍·치매 질환 예방을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 신약후보물질 가운데 하나인 올레산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한약재에서 성분분리과정을 통해 얻어진 이 화합물은 우리 몸에 매우 흔한 성분이며 지금까지 연구과정에서 기존에 알려진 어떤 물질보다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 교수는 이의 유도체 연구를 통해 세계적 신약개발에 매진할 예정이다. 내년까지 독성시험, 전임상과 임상Ⅰ·Ⅱa상 까지 마칠 계획이며 국가지원이나 국내 제약회사와의 컨소시엄 구성도 논의되고 있다. 외국 회사에서도 이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화합물 신약으로 국제시장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세계 천연물 시장은 반도체 시장과 맞먹을 정도로 상당히 크고 연구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우리나라가 한의학의 종주국이라 하면서도 전통문화유산과 한약 등 많은 성과들에 대한 자료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아쉽다"고 전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김 교수는 "천연 한약재 추출물의 임상정보 분석·정리·표준화를 완성해 우리나라 한약의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신약 개발과 관련된 실험을 하고 있다. ⓒ2010 HelloDD.com

▲이번 신경보호치료제 개발에 사용된 약재들. ⓒ2010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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