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낙진 테라디안 사장, 거리제한 극복한 光송수신 모듈 개발

광통신 업체들의 세계 최대 경연장인 OFC. 지난 3월 말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이 2002년 OFC전시회에 처녀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일 장사진을 치게 만들었던 국내 벤처기업이 있다.

광송수신 모듈 전문회사인 테라디안. 지금까지의 한계였던 거리제한을 극복한 80km급 1백55Mbps와 6백22Mbps 광송수신 모듈을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정낙진 사장은 “창업 1년 만에 해낸 처녀출전이라 두려움이 앞섰다”며 “해외 바이어들의 찬사와 함께 수출상담도 가졌는데, 해외 진출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테라디안(www.teradian.com)은 테라비트급 광통신 세상의 주역을 자처하고 나선 벤처기업이다. 회사 이름이 ‘테라비트급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라는 뜻일 정도로 光에는 미친 사람들로 구성됐다. 품은 뜻은 원대하지만 업력은 이제 막 첫돌을 넘기고 걸음마를 뗀 ‘새내기 벤처’.

하지만 실력은 남다르다. 창업 2년차에 불과함에도 내공은 16년에 이르는 업계의 ‘작은 거인’이다. '조금 더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조금 더 멀리 보내자’를 개발 목표로 내건 테라디안의 선장, 정낙진 사장의 인생은 사실 ‘光 인생’그 자체이다.

정사장은 LG전선에서 16년간 오로지 ‘광송수신 모듈’이라는 한 우물만 판 장인. 그는 97년 국내 처음으로 1백55Mbps·6백22Mbps급 광송수신 모듈을 상용화시킨 인물이다. ‘2000 한국전자전 우수전자부품 콘테스트’에서 최고의 영예인 대상을 수상했고 잇따라 장영실상과 LG그룹 연구개발상 등을 휩쓸었다.

정사장의 최대 강점은 연구원 출신치곤 드물게 기술개발에서부터 생산·영업 등을 두루 거치면서 터득한 노하우. “잘 나가던 시절이었지요. 하루 수면시간이 2시간일 정도로 개발에서부터 생산·영업까지 힘든 줄도 모르고 일에 미쳐 지냈지요. 낮에는 생산현장에서, 밤에는 연구소에서 하얀 밤을 지샌 날이 셀수 없을 정도입니다." 출퇴근 시간조차 아까워 그는 집을 서울 노량진에서 연구소 근처인 경기도 평촌으로 이사할 정도였다. 덕분에 ‘일 중독자’란 오명 아닌 오명을 얻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던가. 탄탄대로를 걷고 있던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 광모듈팀을 분사한다는 소식이 들렸고 곧이어 이를 구체화하는 물밑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광모듈팀을 온몸으로 일구어 낸 자신은 생산부서로 발령이 났다. 무엇인가 결정의 순간이 왔다고 느낀 그는 광통신 세계의 强者가 되겠다는 뜻을 이루기 위해 정면돌파를 결심했다.

16년간 몸담았던 회사에 사표를 냈고 형극(荊棘)의 길일지도 모를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같은 팀에서 근무했던 후배 연구원 3명도 그의 선택에 동참했다. 그동안 단련된 기술력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아무런 연고도 없는 대덕밸리로 옮겨 제2인생의 출사표를 던졌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품을 판 결과 1차 13억원, 2차 1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풍부한 ‘실탄’을 갖춘 셈이었지요. 아무 생각하지 않고 제품개발에 심혈을 기울였고 단기간에 다양한 제품군을 개발할 수 있었고 양산설비까지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와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그는 시장에 잇따라 신제품을 선보였다.

OFC에 갖고 나간 80km급 1백55Mbps와 6백22Mbps 광송수신 모듈 외에도 기가비트 이더넷용 1.25Gbps, 2.5Gbps 광송수신 모듈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생산에 성공했다. 이들 제품들은 지난해 하반기의 ‘포토닉스 코리아(Photonics Korea) 2001’과 이번 OFC 등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음에도 정사장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온 길보다 앞으로 갈 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익힌 감각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양산설비 증설, 제품의 신뢰성 확보, 해외 마케팅 개척 등 세계적인 광송수신 모듈 전문기업으로 우뚝서기까지 산재해 있는 과제가 수두룩했다. 정사장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것이다. 맨손에서 시작한 ‘헝그리 정신’을 잊지 않고 반드시 세계 광통신 업계를 평정하겠다“고 각오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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