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테크...전자선 이용 처리 기술

굴뚝산업이 밀집해 있는 공단을 방문하면 어김없이 '콸콸' 쏟아내는 시커먼 폐수를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대구의 염색공단에 가면 공장마다 도저히 정화가 불가능해 보이는 폐수가 여기저기 흐른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정화시설을 거친 물을 보면 아주 깨끗한 물로 바뀌어 흐르는 것이 확인된다. 정화가 불가능 할 것 같은 폐수에 단 한번 빛을 쪼여 맑은 물로 정화시키는 시스템을 개발한 벤처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대덕밸리 벤처기업 이비테크(www.eb-tech.com). 이 회사는 방사선의 일종인 전자선을 이용해 분해하기 어려운 각종 공업용 폐수를 정화 처리하는 기술을 상용화시켰다. 이 회사의 한범수 사장이 기술을 개발한 것은 지난 94년. 당시 삼성중공업 중앙연구소 수석 연구원인 한 사장의 주도로 전자 가속기 기술 개발이 성공한 이후 상용화에 성공하고 지난 2000년 이 회사가 간판을 내걸었다.

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은 일명 '만능 오염물질 제거기'인 전자가속기다. 전자가속기란 전자총으로 방출되는 전자를 진공상태에서 고전압을 이용해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켜 높은 에너지의 전자빔을 만들어 내는 장치다. 여기서 발생된 전자선을 각종 고분자 물질에 쪼여(조사, 照査) 물질의 화학적·물리적 특성을 단번에 변화시킬 수 있는 설비다. 폐수에 투사시키면 분자 구조를 순식간에 바꾸어 맑은 물로 변환시키는 방법이다.

"일반인들은 폐수정화를 미생물로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자선을 이용한 방법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으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러시아를 비롯해 손가락에 꼽힐 정도이지요."

작동도 간단하다. 폐수를 흐르도록 하고 일정한 공간에서 전자선을 투사시키기만 하면 된다. 폐수의 농도에 따라 원하는 만큼 만 가하면 정도에 따라 맑은 물로 변하게 할 수 있다. 이미 대구염색공단의 폐수처리 시설에 플랜트를 설치해서 호평을 받고 있다. 경제성도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사장은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연구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미생물을 이용한 정화시설 구축보다 낮은 가격에 설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가령 하루 1천 t 처리 규모인 설비의 경우 초기 시설비가 들어가겠지만 연간 2억원 가량의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고 3년이면 초기 투자비용을 충분히 회수 할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현재 전자가속기는 폐수처리에 주로 활용을 하고 있지만 사실 활용은 무궁무진하다. 전자선을 투사시켜 원하는 오염물질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선이나 비메모리 전력전자용 반도체, 타이어, 열 수축 튜브 등의 내열성·내마모성·강도 증가 등을 기대할 수 있다. 가령 반도체 공정에서 전자선을 투사시키면 불순물인 유기염소계 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식이다.

국내외 수요가 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에는 중국 광주와 심천 등에 열 수축 튜브 가공용 전자 가속기 2백만달러 상당을 수출키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측은 중국과의 수출 건은 올해 안으로 설치와 시 운전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과 추가공급에 관한 가계약도 체결돼 수출단가는 올 한해 동안 금액으로는 3백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

내 A전자부품 회사와도 가속기 공급을 위한 가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 쪽에서도 올해 약 40∼5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미국·러시아·일본 등의 선진국과 경쟁하기 위해 20∼25%가량 낮은 가격, 컴퓨터 시스템과의 연동기능, 장비업체와 조인해 이뤄지는 턴키방식의 공급 등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점차 수출비중도 넓혀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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