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愛 빠지다⑥]내열성, 전기절연성, 유연성 등 현존하는 플라스틱 중 최고 성능
핸드폰부터 우주복까지 사용 분야마다 품질 업그레이드 이끌어

1969년 7월 16일 지구를 떠난 미국의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4일 후 달에 무사히 착륙했다. 아폴로 11호의 문이 열리고 선장인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뎠다. 이 순간은 지금도 인류가 기억하는 우주 역사 중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남았다.

달은 표면온도가 태양빛이 도달하는 곳은 영상 250도, 빛이 없는 곳은 영하 120도에 이르는 극한의 환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아폴로 11호의 우주인들이 달 탐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된 데는 고분자 소재인 폴리이미드(polyimide)의 힘이 컸다. 아폴로 11호 발사 이전에도 우주에 대한 도전은 꾸준히 이어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전이 우주선의 부속품으로 사용한 플라스틱이 우주 환경을 견디지 못해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 우주항공 산업에 많은 힘을 쏟고 있던 미국은 문제 해결을 위해 NASA(미 항공우주국)와 민간 기업인 듀퐁에 기술 개발을 지시했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1964년 폴리이미드가 Kapton이란 상품으로 탄생했다.

▲국산 폴리이미드 필름 제품들. 왼쪽의 불투명한 제품은 구리와 합쳐진 것으로, 직접
회로 디자인이 가능하다.
ⓒ2010 HelloDD.com
전기절연성이 뛰어난 폴리이미드는 영하 273도부터 영상 400도까지의 광범위한 온도 영역에서 물성이 변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또 물체의 강한 정도를 나타내는 강도, 휘어지는 성질인 유연성, 불이 옮겨 붙지 않도록 하는 자기 소화성 등도 현존하는 플라스틱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처럼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폴리이미드는 개발 가격이 높아 개발 후 1970년대까지 주로 우주항공, 군사용품과 같은 특수한 분야에서만 사용됐다.

1980년 미국 인텔이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에 폴리이미드를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활용 범위가 급속도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휴대폰, 액정디스플레이 (LCD) 등 다양한 IT 제품에서도 폴리이미드계 소재가 적용되며 성능 및 디자인 측면에서의 품질 업그레이드가 가속화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의 휴대폰들은 대부분 PCB(인쇄회로기판:Printed Circuit Board)회로가 아닌 폴리이미드와 구리를 결합해서 만든 FPCB(유연인쇄회로기판:Flexible Printed Circuit Board)회로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휴대폰에 사용된 폴리이미드 및 폴리이미드 회로의 모습. 기판에서부터
폴더의 접히는 부분까지 다양한 곳에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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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이미드는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기술개발의 어려움과 특허 점유 문제로 인해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폴리이미드가 수입해서 사용됐으며, 선진국의 독과점으로 인해 비싼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1995년 시작한 내열성고분자를 연구하는 G7과제에서부터 폴리이미드 개발에 많은 지원을 했다.

이를 기반으로 이어진 10년의 연구 끝에 2005년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오헌승) 정보전자폴리머연구센터와 SKC(대표 박장석)는 공동으로 폴리이미드 필름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폴리이미드 필름 외에 LCD용 배향막 소재, 성형용 폴리이미드 등도 제일모직(대표 황백), 대림코퍼레이션(대표 기의석)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폴리이미드필름 국산화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액정배향막 소재를 비롯한 국내 IT용 폴리이미드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차지하는 금액은 25% 수준인 약 100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수입 의존도가 높다.
 

▲이성구 박사(앞)와 원종찬 박사(뒤). ⓒ2010 HelloDD.com
화학연 정보전자폴리머연구센터의 이성구 센터장은 "우리나라가 폴리이미드 관련 액정배향막 기술 국산화에 성공하자 국내에 납품하는 일본업체가 kg당 100만원씩 받던 제품을 30만원에 판매하는 등 견제가 심해졌다"며 "2조원이 넘는 세계 폴리이미드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화학연은 폴리이미드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차세대 액정배향막, 유기박막트랜지스터용 절연막, 디스플레이용 플라스틱기판, 고유전 소재 등의 분야를 중점 연구개발 과제로 삼고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종찬 화학연 박사는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출발이 늦어 폴리이미드 시장 진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하지만 TFT LCD용 절연막이나 디스플레이용 플라스틱기판 소재 등은 우리나라가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동등한 경쟁이 가능하다 생각하고 연구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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