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벤처,연구기관...개점휴업 따라 부작용 속속 발생

'월드컵 8강 진출'이라는 전대미문의 신기원을 이룩해 전국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있는 가운데 대덕밸리 일부 정부출연기관과 벤처기업에서는 '월드컵 후유증'을 톡톡히 앓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의 경우 월드컵이 시작된 6월 초순부터 지금까지 정상적인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업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줄 정도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실제로 대덕밸리 I기업과 N기업은 16강전을 벌인 지난 18일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오전 근무를 실시했거나 단축 근무를 한 채 하루 일과를 마쳤다.

I기업 S사장은 "아침부터 전 직원들이 월드컵 분위기가 휩싸여 도저히 정상적인 근무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 오후 4시 모든 일과를 마쳤다"면서 "6월 한달은 정상적인 근무가 제대로 이뤄진 날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P기업 C사장 역시 "월드컵 경기로 인해 전반적으로 회사 분위기가 들떠있으며 몇몇 젊은 직원들은 월드컵 경기 다음날 지각을 하거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씁씁한 표정을 지었다.

또한 대덕밸리 B 기업은 직원 중 일부가 월드컵 자원 봉사자로 빠져 나감에 따라 회사의 중요한 업무에 차질을 빚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사장은 "기업에게 있어 6월 한달은 최악의 달이 될 것 같다"며 "빨리 월드컵이 끝나고 평상심을 되찾아 월드컵에서 보여준 한국선수들의 투지와 정신력으로 재무장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대학 창업보육센터(TBI)에 입주해 있는 벤처기업들의 월드컵 후유증은 더욱 심했다. 충남대와 대전대, 한남대, 배재대 등 대전지역 대학들이 운동장과 강당 등에서 월드컵 축구경기를 중계함에 따라 아침부터 응원전을 펼치기 위해 몰려든 응원객들이 외쳐대는 응원소리로 인해 고통을 겪어야 했다.

충남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는 S기업 K사장은 "한국경기가 있었던 날이면 예외없이 큰 소리로 외쳐대는 응원소리와 북소리 등으로 근무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중요한 게임이기는 하지만 기업활동에 지장을 주어서야..."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대덕밸리 정부출연기관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일부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과 직원들은 근무 중에 월드컵 TV중계를 시청하는가 하면 틈만나면 일손을 놓은채 삼삼오오 모여 정상근무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전 경기가 있는 날이면 기업들과의 약속 일정을 미루거나 아예 취소하는 사례까지 빈번하게 이루어져 절박한 기업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덕밸리 C기업은 실제로 지난 18일 한국과 포르투갈전이 열리는 날 한 정부출연연구원과 납품계약건이 있어 방문을 하려 했으나 담당자가 오늘은 축구경기가 있으니 계약일자를 며칠 미루자는 통보를 받고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G연구원은 "한국전 경기가 열린 다음날 오전은 축구얘기로 금방 지나가 버리고 만다"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이달에는 허다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관련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제품생산에 차질을 빚거나 중요한 비즈니스 약속이 취소되는 등 기업활동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6월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덕밸리의 한 관계자는 "기업활동이나 연구활동에 지장이 있다고 해도 전국민의 관심사인 월드컵을 시청하는 것을 말릴수도 없는 것 아니냐"면서 "어쨌든 월드컵이 끝나는 6월말까지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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