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전문 벤처 에코다임 남승엽 사장

대덕밸리에 오면 박사 출신 사장이 흔하다. 발 끝에 채이는 것이 박사다. 식당에서 ‘김박사’하고 부르면 4~5명은 고개를 돌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정도다. 하지만 이들은 이공계 박사다. 공학박사나 이학박사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와중에서 철학박사 출신 사장이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주인공은 에코다임(www.echodigm.com·구 일류기술)의 남승엽 사장. 창업 아이템이 ‘철학’임은 물론 아니다. 철학과는 아무 관계없다.

에코다임은 폐수처리 관련 환경 벤처기업. 특히 미생물을 이용한 폐수 처리 기술이 주특기다. 하필이면 하고 많은 아이템 중에서 환경벤처냐고 물어 보니 “오염되고 있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란다. 이 대목에서는 다분히 철학적이다.

사실 남사장은 법학도이기도 하다. 서울대 법대 석사까지 마쳤다. 이후 그는 동국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법학도이면서 철학도인 그가 환경벤처를 하게 된 것은 파트너(CTO)인 권중천 박사를 만나면서부터다. KAIST에서 토목환경공학을 전공한 권박사와의 인연은 그가 환경벤처를 아이템으로 잡은 첫번째 이유다.

주력 아이템은 상향류 다층 생물반응조(UMBR : Upflow Multi-layer Bio-Reactor)를 적용한 폐수처리 공법 기술이다. 쉽게 말하면 미생물을 이용, 축산 폐수를 획기적으로 처리하는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이 회사는 지난 1999년 법인 등록을 하면서 기술개발에 주력한 결과 KAIST로부터 지하수 오염제거장치 우수기술 인증을 받고, 염소 자동 투입기의 국산신기술인증(KT)을 받았다.

특히 염소 자동 투입기 기술은 간이 상수도에 소독 약품을 투입하는 장치로 전체시장 점유율 70%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염소 자동 투입기 ‘나우치(Nauchi)’는 마을단위의 간이 상수도, 학교 등의 비상급수 시설로 1일 10톤~1백톤을 처리할 수 있다. 조달청의 정부조달품목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이 회사는 또 벤처로서는 처음으로 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국가지정연구실사업(NRL)을 수행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NRL은 정부에서 연구개발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 에코다임이 선정되기 전까지는 대학이나 연구소 등이 독차지해 왔었다.

NRL로 지정받으면 1년에 2억~3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되며 2년 후 평가를 받아 5년 동안 매년 2억~3억원씩을 지속적으로 지원을 받는다. 최근에는 NRL 결과물도 나왔다.

대표적인 기술은 ‘자연 생태형 생물 반응조(KNR)’. 자연 생태형 생물 반응조는 폐수에 함유된 질소 처리 효율을 35%나 높이면서 시설비를 20~30% 줄일 수 있는 자연친화적이며 획기적인 폐수처리 방법이다.

“실험실 연구가 성공을 하면 현장 적용실험까지 보통 2~3년이 걸리고 사업화까지는 또다시 2년 가량 걸리는 데 이를 감안하면 초고속 개발입니다. 벤처니까 가능한 일이지요.”

이 기술이 쓰이는 곳은 주로 폐수가 많이 나오는 산업체이다. 가령 간장공장이나 김치공장 등에서 나오는 오수를 깨끗하게 처리한다. 실제로 국내 최대의 간장공장에 적용한 결과 획기적인 방법이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샘표식품 폐수처리장에서 KNR을 시험한 결과 폐수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3백72ppm에서 12ppm으로,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3백25ppm에서 14ppm으로 각각 낮아졌습니다.” 이 제품은 1백56.9ppm이던 폐수의 질소화합물 총량을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인 13ppm 이내로 낮추는 데 성공했으며 처리효율이 70%수준이였던 기존 장비에 비해 질소 처리 능력을 90% 이상 높이는 개가를 올렸다.

남사장의 요즘 고민은 생각처럼 쉽사리 시장이 열리지 않는 것.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폐수처리 비용 때문이다. “폐수 처리 시설이 개발되고도 상용화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운영 비용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용이 없어서 적용을 할 수 없다는 수요자들의 말만 탓하지 말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 미생물 배양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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