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산업기술 연구회 이사진 "제대로 몰랐다"
명품연구단지에 걸맞는 유치과학자 위한 공간으로

"건물이 낡아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유치과학자와 초청과학자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거라고 이해했다. 일반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반대했을 것이다. 못 팔게 해라."
"소유 출연연에서 빨리 해결되면 좋겠다는 의견과 매각에 별 문제가 없다는 설명에 통과시켰다. 자세히 몰랐다."
"공동관리아파트 부지 매각에 대해 잘 모른다. 기초기술연구회에서도 통과됐고 매각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에 찬성했다."

명품연구단지 금싸라기땅 매각에 대한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 이사들의 이야기다. 한마디로 연구단지 공동관리아파트에 대한 매각 결정이 이사회에서도 졸속으로 결정됐다는 씁쓸함을 피할 수 없는 답변 일색이다.

양 연구회 이사진들은 대덕넷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미 10년전부터 논의돼 왔고 소유 출연연에서 조속히 매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설명에 매각에 찬성했다"고 답변했다.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진들 "과학자와 일반위한 공간으로"

공동관리아파트는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 교육과학기술부 직할 기관 등 7개 출연연 소유다. 따라서 매각 등 주요 결정은 해당 연구회의 이사회의를 거치게 된다.

이번 공동관리아파트 부지 매각을 위해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해양연구원은 지난해 8월 연구회에 매각안건을 올렸다.

이사회는 9월 27일 회의를 개최, 다른 10여개의 안건과 함께 부지매각 안건을 의결했다. 기초기술연구회에서 공개하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당시 자료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었다.

'2003년 4월 공공기술연구회 이사회및 한국원자력연구원 이사회에서 매각이 기 승인되었으나 승인 전 재건축시행사와의 법적 소송으로 인해 추진이 지연되어 다시 조속히 매각절차를 진행하고 추후 동 매각대금에 대한 사용처를 숙소 등 마련에 재 투자하는 것으로 추가해 이사회 재승인을 받고자 함. 현재 손해배상소송은 진행 중이나 부동산가처분신청취소소송에서는 승소함에 따라 재산권 행사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임.' 이사회의에 참석한 이사들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에 상정한 안건에 의심없이 승인을 했다.

기초기술연구회 소속 한 관계자는 "난 아무것도 모른다. 예전에 한번 진행했던 건이고 지금은 별 문제 없다는 이야기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연구회의 한 이사는 "이사회에서 건물이 낡아 재건축해야한다고 들었다. 과학기술인을 위한 공간으로 써야한다. 헐고 다시 지어 외국인도 유치하고 근사하게 하자는 걸로 알고 찬성했다"면서 "유치 과학자, 초청 과학자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해야한다. 일반 아파트가 들어설거라면 반대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못팔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이사는 "공동관리아파트부지를 민간에게 팔아도 일반인을 위한 공간만으로는 안된다. 그렇다고 과학자만을 위한 공간이 들어오는 것도 반대한다"면서 "가장 실현가능한 대안은 기존 174세대이상으로 유치과학자를 위한 세대를 확보하고 일부 문화공간이 오면 좋겠다. 아파트라도 유치과학자를 위한 아파트가 와야한다"고 역설했다. 또 다른 이사는 "일반분양이 아니고 해외 유치과학자를 위한 공간이 품위있다. 공동관리아파트 부지는 유치과학자와 초청과학자를 위한 공간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진들 "기초에서 찬성했다길래…"

"나에게 물어보지말아라. 매각 안건에 찬성한 것은 오래 끌어왔던 문제이고 그게(매각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다."
"그 내용에 대해 상황을 잘 모르겠다. 사무처에 물어봐라."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진들의 답변이다. 이사진들은 이 연구회 산하 출연연인 한국기계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공동관리아파트부지 매각에 대한 안건을 올리자 지난해 10월 10일 서면결의를 통해 부지 매각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본보 확인 결과 서면결의에 참여한 이사진 대부분 이 안건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상황이었고 기초기술연구회에서 매각안에 찬성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과학기술부 직속 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지난해 12월 맨 마지막으로 교과부로부터 매각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았다. 이후 공동관리아파트 매각문제는 급물살을 탔다. 우선 7개 출연연의 관계자로 구성된 대덕특구공동관리아파트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조직을 본격적으로 구성하고 올해 1월부터 매각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진행과정은 5월 31일까지 거주자에게 퇴거를 요청해 놓은 상태이며, 퇴거 후 매각을 구체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기초기술연구회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해당 출연연에서 안건을 올리면 다른 안건들과 함께 이사회에 상정된다. 내용에 따라 바로 의결하거나 토론이 이뤄지기도 한다. 안건을 올린 출연연의 추가 설명은 없는게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번 공동관리아파트 매각에 대해서도 이사진들에게 추가 설명은 없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의결하는 안건은 많게는 10건 이상이 되기도 한다.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토론을 통해 결정하기도 하나 이 건(부지 매각)은 오랫동안 끌어왔던 문제로 별 토론 없이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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