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창닫기

'해파리의 습격' 공포 확산 …로봇으로 퇴치한다

피해 늘면서 KAIST 명현 교수 '해파리 퇴치 로봇기술' 관심 집중
기술개발 완료 상용화만 기다려…"지자체와 후속연구 진행 계속"
마지막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0일 오전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던 A(8)양이 해파리에 쏘였다. A양은 119 수상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건 발생 4시간 30분여 만에 사망했다. 국내에서 해파리에 쏘인 사망자가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12일 오후에는 제주 서귀포시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5분 사이에 해수욕객 30명이 해파리에 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중상자는 없었지만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해파리의 생애주기.   ⓒ2012 HelloDD.com
'해파리의 공포'가 우리나라 해안을 엄습하고 있다. 

최근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해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해파리로 인한 피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국내 해안에 해파리가 본격적으로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으로 추정된다. 5월부터 성장하기 시작하는 해파리는 사람들이 바닷가로 많이 몰리는 7~8월에 완전한 성체가 되고, 우리나라에서는 11월까지 서해와 남해를 중심으로 어장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 

◆해마다 '해파리 공포' 엄습…퇴치방법은 원시적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이처럼 해파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 어류 남획으로 인한 해양생태계 변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해안에 나타나는 해파리는 대략 31종. 이 가운데 독성 해파리는 노무라입깃, 커튼원양, 유령, 야광원양, 꽃모자갈퀴손 등 대략 8종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노무라입깃해파리가 지난 10일 여아를 사망시킨 '주범'으로 보고 있다. 

해수욕객이 잦아드는 8월 중순 이후부터는 해파리 얘기도 줄어든다. 한여름 만큼 인명 피해가 많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장을 파괴시키는 해파리와의 사투는 바닷물이 차가워질 때까지 계속된다. 실제 해파리로 인한 피해는 연간 3000억원에 달한다. 해파리는 인명 뿐 아니라 어망 파손, 양식장 집단 폐사, 어획물 상품성 저하 등 어업경제에 상당한 피해를 입힌다. 또 원자력발전소의 취수구를 막아 가동이 정지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해파리에 따른 피해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이를 퇴치시키는 방법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현재 '해파리와의 전쟁'에서 동원되는 방법은 천적인 쥐치나 말쥐치를 출몰지역에 대량으로 살포하거나 어민들이 직접 배를 타고 나가서 그물로 건져내 제거하는 것 뿐이다. 두 방법 모두 해파리에 치명적이거나 파괴적이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우선 쥐치나 말쥐치의 경우 해파리가 '가장' 선호하는 먹이가 아니다. 어민들이 직접 그물로 건져내 제거하는 방법 역시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개체수를 따라잡기 어렵다. 

◆다시 주목받는 KAIST 명현 교수의 '해파리 퇴치 로봇기술'

올해도 '해파리 공포'가 엄습하면서 명현 KAIST 교수(건설및환경공학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해파리 제거용 로봇' 기술이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중앙 부처와 해경, 피해가 심한 지자체 등으로부터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 명 교수의 '해파리 퇴치 기술'을 현장에 적용할 수 없느냐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명 교수는 지난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으로 해파리 퇴치 기술을 개발했다. 성능과 효과도 입증됐다. 하지만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해파리와의 전쟁에 이 기술은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기술개발은 완료했지만 상용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KAIST 명현 교수(맨 오른쪽)와 대학원생들이 제작한 '해파리 퇴치 로봇'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2012 HelloDD.com

명 교수는 몇해 전 TV에서 방영한 국내 연안의 '해파리 습격'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연구하고 있는 로봇기술을 활용해서 어민들이 해파리 퇴치가 아니라 생계에만 전념하도록 도움을 줄 수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원과제에 선정됐고, 이후 연구에 전념한 결과 성과도 냈어요. 그런데 상용화되기도 전에 올해도 해파리에 따른 피해가 크고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리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안타까운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명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해 올해부터는 농림수산식품부 수산실용화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해파리 성체 및 플립 제거시스템' 개발에 나설 예정이었다. 이미 개발한 해파리 퇴치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성체 뿐 아니라 해파리 유충군락에 해당되는 '폴립'까지 동시에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하지만 함께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던 지자체에서 갑자기 예산지원에 난색을 표하면서 연구과제를 포기해야만 했다. 

명 교수는 "해파리에 쏘여 어린이가 사망하고 어민들의 피해가 심각해지자 얼마 전 해당 지자체에서 '미안하다'는 연락이 왔다. 다행히 해파리 피해와 관련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당 연구과제가 취소됐더라도 우리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하더라"면서 "이번에 연구개발이 재개되면 관련 기술의 상용화는 물론 실질적으로 해파리를 퇴치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해파리 로봇 기술의 개념도. 모선에서 흩어진 로봇이 편대유영을 하며
해파리를 처리한다.  
ⓒ2012 HelloDD.com

◆세계 최초 기술로 해파리와의 전쟁 선포

'해파리 퇴치 로봇기술'은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내비게이션과 GPS, CPU 등이 장착된 인공지능시스템, 여기에 자체개발한 해파리 절단용 기구가 부착된 이 로봇을 해파리 출몰지역에 풀어놓으면 자동으로 돌아다니면서 해파리를 빨아들여 절단시킨다. 한번에 많은 양의 해파리를 처리해야 하는 만큼 적어도 2~4대 정도의 로봇이 편대유영을 하는 일종의 '군집 로봇'이다. 명 교수는 이미 여러차례 실증과 현장 실험을 통해 성능을 입증했다.

또 성체를 처리하는 것으로는 해파리를 퇴치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해파리가 '태어나기' 전에 처리해야 효과적인데 이 기술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명 교수의 설명이다. 해파리 성체군락에 해당되는 '폴립'을 제거하는 기술인데 이 역시 성체 제거 로봇의 기능을 조금만 보완하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파쇄된 해파리가 2차 오염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해파리 퇴치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부분.
ⓒ2012 HelloDD.com


종전 그물방식의 경우 시간당 1t(1t/h)을 처리하는 비용이 10만원 가량 소요되는데 반해 해파리 제거 로봇은 3만 5000원 정도에 불과해 경제적으로 3배 정도의 효과가 기대된다. 명 교수는 "그물방식과 로봇방식을 비교하면서 어선운용 비용이나 유지, 대당 처리용량 등을 가장 보수적인 계산법으로 적용했을 때 나온 데이터"라며 "실제 상용화될 경우 해파리를 퇴치하는데 필요한 인력, 비용, 시간을 더욱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해파리 제거 로봇기술이 상용화되면 해파리 뿐만 아니라 해상 유류오염 제거, 녹조류 제거, 무인 해상정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할 일이 많다. 이미 개발된 기술도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실험실에서의 연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용화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이고 효과적으로 해파리의 개체수 확산을 막고 제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대덕의 첨단기술이 '해파리와의 전쟁' 최일선에 투입될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것. 명 교수는 KAIST로 부임하기 전 삼성에서 청소로봇을 개발하는데 참여했었다. 본인의 로봇기술과 지식이 해마다 우리나라 해안에서 큰 피해를 입히는 해파리를 퇴치하는데 쓰일 수 있다는데 큰 자부심을 갖는다고. 로봇을 전공한 교수지만 해파리와 관련된 공부도 해당 분야 전문가 못지 않게 하고 있다. 적을 제대로 알아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명 교수는 "로봇기술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하게, 공익적으로 사용되도록 하는 것이 꿈이었다"며 "이 꿈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더욱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해파리 퇴치 로봇의 몸통과 머리. 아랫부분에 해파리 제거 그물구조를 장착
하게 된다.
ⓒ2012 HelloDD.com
▲그물을 이용한 방법(왼쪽)과 로봇을 이용한 해파리 퇴치 개념도. 
ⓒ2012 HelloDD.com
김형석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