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민화 KAIST초빙교수(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이민화 KAIST 초빙교수.
이민화 KAIST 초빙교수.
이스라엘 국방벤처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휘날린다. 첨단 미사일 체제 등을 중심을 연간 70억달러 이상을 수출하여 세계 5대 강국으로 부상했다. 30억달러에 못 미치는 한국의 방산수출을 훨씬 앞서고 있는 것이다. '아이언 돔'과 '애로 미사일' 같은 세계적인 제품들을 배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바로 민간과 군이 융합한 민군 복합체가 구축된 것이다.

이스라엘 방위산업의 중심인 라파엘(Raphael)사의 핵심은 러시아 이민기술자와 더불어 군 출신 연구원들이다. 이들은 군생활이 인생에서 가장 보람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군 생활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한국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들은 최첨단 기술과 장비를 활용하여 창조적인 환경하에서 국가를 위한다는 비전으로 신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세계 최고수준인 능동형 레이더, 암호화 시스템, 이란의 원자로를 침투한 컴퓨터 해킹 기술 등이 여기에서 탄생한 것이다. 군 복무 기간 중 창조적 개발환경에 적응된 첨단 군 출신들은 관료주의적인 대기업보다 창업을 택하게 된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국방벤처들이다.

이들은 우리와 같은 분쟁국가로서 처절함을 도전으로 극복했고 국방이 그 중 하나다. 러시아의 이민 인재들과 80년대 국가 총연구비의 2/3를 투입한 국방 연구비를 바탕으로 수많은 국방벤처가 창업되었다. 현재도 GDP의 6%이상을 국방 산업에서 만들고 있다. 한국의 방위 산업도 세계 10 위권에 돌입했다.

그러나 한국과 이스라엘의 방위산업에는 큰 차이가 하나 있다. 우리의 방위산업은 대기업과 전통 무기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전국에 6곳의 국방벤처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나, 이스라엘과 같은 벤처와 국방의 융합과는 거리가 멀다. 결과적으로 초음속 훈련기, 함정, 헬기 등 전통 무기 분야에서는 이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었으나,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사이버 보안등의 첨단 분야에서는 아직은 취약하다.

문제는 개방 혁신의 조직 문화 부족이다. 방위 산업의 특성상 일부 산업은 개방이 어려운 분야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제 사이버 전쟁의 시대에서는 많은 민간 기술이 국방기술과 융합한다. 특히 통신과 보안 등의 첨단 분야가 그러하다. 진정한 개방으로 가는 길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조직 문화 혁신은 갑을(甲乙) 문화의 청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갑을 문화는 닫힌 조직의 문화다. 대부분의 방산업체에는 어김없이 방위사업청 혹은 군 수뇌부 출신이 포진하고 있다. 한국의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는 예외없이 이 전관예우라는 폐쇄 조직(Inner Circle)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형식은 개방이되 실제는 개방되지 않은 결과가 초래되어 왔다. 결과적으로 객관적 자료의 신뢰보다 인적 관계가 더 중요했다. 정부 3.0은 진정한 자료의 개방하에서 민간과 관이 융합하는 창조성의 발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창조적 국방벤처 육성을 위하여 실패를 과감히 용인하고 시장을 연결하는 개발 체제가 필요하다. 모방경제에서의 개발은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 그러나, 창조경제에서는 실패를 통한 학습이 최선의 대안이 된다. 시장이 전제되고 실패가 지원되면 청년들은 뭔가를 해낼 것이다. 어차피 방위산업 세계시장 개척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군에서 첨단 기술을 개발할 인재만 양성하라는 것은 아니다. 현대전은 첨단 전자전이 주력이 된다. 이를 위한 첨단 인재들의 무대가 군이 될 수 있지 않은가. 과거에는 군대에서 한글을 배웠다. 이제는 군에서 프로그램을 배우자. 미국의 ‘Learn-to-code’ 운동을 우선 군에 적용해 보자. 오바마 대통령도 청소부도 간단한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다. 우리로서는 영어를 배우는 것 보다 중요할 것이다.

군 생활을 통하여 건강한 청년들이 스마트 시대에 필요한 최소한의 프로그램을 배우게 된다면 국방과 사회가 융합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북한의 해킹 공격에 대한 전국민의 전자전의 전력화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미래의 전쟁은 사이버 전쟁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전국민의 스마트화가 국방의 기틀이다. 창조경제는 국방 분야에서도 꽃이 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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