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우리네 조상들은 대나무를 벗삼아 자연을 노래하고 풍류를 즐겼다. 이런 대나무가 이제는 밥상으로 올라왔다. 이른바 대나무 통 밥이다. 대전시 서구 만년동 엑스포텔 맞은편 건물 1층에 있는 대나무통밥맛정식 집을 찾았다.

사실 대나무 통밥집은 대나무 통밥만을 먹으러 가는 것은 아니다. 대나무통밥이 나오기 전 산해진미가 먼저 식탁을 덮는다. 전복 죽을 비롯해 비빔냉면, 도미회, 가자미, 한치회, 파전, 불고기 등 총 35가지 음식이 차례차례 나온다. 그야말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다.

젓가락질을 하다보니 이집의 메인메뉴인 대나무통밥이 나온다. 짙은 녹색으로 숙성된 대나무 속에 쌀, 잎, 밤, 대추를 넣고 장시간 뜸을 들였다. 숟가락을 대나무 통에 깊숙히 집어넣고 대나무속살같은 밥을 한 술 떠 씹기 시작한다. '쫀득쫀득..' 씹을수록 깊고 은근한 맛과 향이 난다. 참솔잎의 향긋한 내음과 알맞게 간이 밴 통밥의 맛이 쫄깃하면서도 담백해 금방이라도 원기가 솟는 듯하다.

대나무통밥맛정식은 부러질 정도인 상차림에 비해서는 비교적 값이 싼편. 3인 기준으로 하면 일인당 10,000원씩이다. 일반 한정식이 1인당 2∼3만원정도씩 하는 것이 비하면 횡재한 기분이다. 대나무통밥도 통밥이지만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산해진미 때문에 손님들이 많단다.

동의보감을 보면 대나무는 고혈압 예방, 중풍 예방, 피부노화 방지, 혈액순환 개선 등에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음식에 이용되는 대나무는 모두 대나무의 본고장 담양산(産)이다.

밥을 먹은 후에는 선물도 준다. 식사를 마친 후 자기가 먹은 대나무통을 가져갈 수 있다. 화분, 연필통, 화랏붓통 등으로 사용할 수 있어 손님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심지어는 대나무통 하나 더 가져가려고 대나무통밥 1인분을 추가해서 먹기까지 한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단아한 대나무의 분위기를 닮았다. 하지만 워낙 손님들이 몰리기 때문에 호젓함을 즐기기는 쉽지 않다.

이집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신발장. 식당에 들어설 때 손님이 너무 많아 신발을 잊어버릴까봐 개별 신발함을 준비했다. 신발을 넣고 시건장치까지 한다.

'시끌시끌...' '북적북적...' 식사때가 되면 적지 않은 방 2개와 큰 홀에 꽉 찬 100여명의 손님들은 대나무통밥을 먹으며 서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 주문이 폭주하는 바쁜 와중에도 23명의 종업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인상적이다.

주인 아주머니 신인숙씨는 이 집을 시작한지 약 2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대전에서 성공한 음식점 중의 하나가 됐다. 짧은 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간단하다.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 신씨는 사시사철, 남녀노소가 즐겨찾을 음식이 뭘까하는 고민 끝에 대나무통밥을 선택하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대나무통밥 가격을 싸게했다. 그래서 이 집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손님이 꾸준히 늘고 있는 편이다.

042-488-6951~2 / 대전시 서구 만년동 346번지 / AM 11:40 ~ PM 09:10 / 주차 50대 / 좌석 120석 / 명절휴일 / 시내버스 113·180·513·750번 / 대나무통밥정식(2인기준) 30000원, (3인기준)39000원 (1인추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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