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 유럽방문단 동행취재기-상]독일 UST 유럽연구소·INM을 가다
"UST-베를린공대 공동학위 추진"에 탐방단 "한국과학 위상 재발견"

"과학상식 퀴즈도 풀고, 유럽도 가고!" 그 약속이 이루어졌다.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총장 이은우)는 11월15일~23일 온라인과학퀴즈대회 입장자들을 대상으로 유럽탐방을 실시했다. 대상은 퀴즈대회 입상자 8명과 UST 학생 6명 등 총 14명. 이들은 7박9일 동안 독일, 프랑스, 스위스 3개국에 걸쳐 KIST 유럽연구소, 라이프니쯔 신소재연구소(INM), 파리 자연사박물관, CERN(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 등 유럽 연구소와 박물관을 방문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활동중인 한국인 과학자 등의 소개를 받으며 유럽의 과학기술 선진 시스템과 연구현장을 둘러봤다. 이들의 좌충우돌 '다이나믹' 유럽방문기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 주>

독일 잘란트주립대에 소재한 KIST 유럽연구소를 방문한 UST 유럽탐방단이 이호성 소장(앞줄 왼쪽 네번째)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독일 잘란트주립대에 소재한 KIST 유럽연구소를 방문한 UST 유럽탐방단이 이호성 소장(앞줄 왼쪽 네번째)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1월 유럽의 날씨는 소문 그대로였다. KIST 유럽연구소(소장 이호성)가 있는 자를란트주 자르브뤼켄은 춥고 서늘했다. 하늘은 내내 구름에 가려 회색빛. 듣던대로 '침울'했다.

하지만 10대 중학생부터 50대 '아저씨'까지 포함된 UST 유럽탐방단은 나이 구분없이 들뜬 표정이었다. 유럽여행을 해 본 일행도 있었지만 대부분 KIST 유럽연구소는 처음. 장시간의 비행과 시차로 인한 수면 부족, 그리고 독일의 서늘한 날씨도 이들의 활기찬 발걸음을 막진 못했다.

KIST 유럽연구소는 프랑크푸르트에서 280여km 떨어진 독일의 남서쪽 끝 자르브뤼켄시의 잘란트주립대에 위치해 있다.

한때 자르브뤼켄시를 비롯한 자를란트 지역은 전통적으로 철강과 석탄 산업으로 번창하던 곳이었다. 인류 최초의 제철소가 만들어진 곳도 바로 이곳이다.

하지만 철강과 석탄 산업이 시들해지면서 '유럽에서 가장 잘 살던 곳 중의 하나'로 꼽혔던 이곳은 쇠퇴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과학산업지. 잘란트주립대를 중심으로 프라운호퍼 의공학연구소, 라이프니쯔 신소재연구소(INM), 헬름홀츠 신약연구소, 막스플랑크 정보공학연구소 등 독일의 주요 4대 연구회 소속 연구기관들이 입주했다. KIST 유럽연구소도 잘란트주립대에 둥지를 틀고 이들과 이웃하고 있다. 

KIST 유럽연구소 앞뜰에 서 있는 과학대장군, 환경여장군 장승.
KIST 유럽연구소 앞뜰에 서 있는 과학대장군, 환경여장군 장승.
KIST 유럽연구소에 도착하니 현관 옆 정원에 세워진 '한국식 장승'이 가장 먼저 일행을 반겼다. 장승은 '과학대장군'과 '환경여장군'. 한국과 유럽의 과학기술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첨단 과학기술뿐 아니라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그들에게 알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변재선 KIST 유럽연구소 전략협력팀장은 "유럽 현지에 직접 진출한 한국의 연구기관이 바로 KIST 유럽연구소"라며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상징적 의미도 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호성 소장이 UST 유럽탐방단을 직접 맞이했다. 기관 및 연구활동 소개에 앞서 이 소장은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KIST 유럽연구소는 현재 유럽과 독일의 여러 연구기관이나 대학을 한국과 어떻게 연결시킬 지, 어떤 실질적인 교류활동을 할 수 있을 지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베를린공대와 UST의 공동학위(Dual degree) 제도인데요. 이것이 성사되면 UST 학생들이 베를린공대에 와서 직접 학업과 연구를 병행하고, 졸업하면 학위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유럽탐방단에 포함된 UST 학생들은 당연히 높은 관심을 보였다. 기관소개가 끝난 뒤에도 이 소장을 '포위'하고 "언제부터 시행되느냐", "자격은 어떻게 되느냐", "공동학위 프로그램을 제공받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느냐"며 궁금증을 쏟아냈다.

이 소장은 이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성실히 답변해주며 "아마 조만간 확정된 결과가 나오면 학교를 통해 더 자세한 소개를 받게 되겠지만 지금 UST에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는 학생들의 수준이라면 도전해볼 수 있을 것이며,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KIST 유럽연구소는 이처럼 한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과학기술 관련 기관, 단체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연구기관 및 대학 등을 연결시키는 가교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호성 소장과 UST 유럽탐방단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특히 UST 학생들은 KIST 유럽연구소가 추진하고 있는 베를린공대와의 공동학위 추진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호성 소장과 UST 유럽탐방단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특히 UST 학생들은 KIST 유럽연구소가 추진하고 있는 베를린공대와의 공동학위 추진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 10월에는 한국의 KIRD(연구개발인력교육원)과 함께 '한-EU 공동연구·국제협력 탐색 및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10일간 독일과 프랑스, 벨기에 등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정부와 출연연, 대학 등의 국제협력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특히 막스플랑크 등 유럽 주요연구소 전문가들이 직접 강소로 나서 EU의 과학기술·산업 정책, 'HORIZON 2020' 참여방법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주목을 끄는 것은 유럽 연구소와의 직접적인 공동연구. KIST 유럽연구소는 같은 기간 INM과 공동으로 나노물질과 안전분야 협력연구 주제발굴을 위한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이 워크숍에는 나노물질, 나노약품, 나노안전성 등 각 분야의 한국 연구진과 독일,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EU 연구진 70여명이 참석해 나노분야 연구에서 어떤 부분을 협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실질적인 공동연구 방안을 협의했다.

이 소장은 "한국과 유럽 연국기관이나 대학이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KIST 유럽연구소 자체가 유럽의 많은 연구기관 및 대학과 실질적인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실제로 '강직성 척추혐 진단마커'를 개발해 민간기업에 이전하는 등 의미있는 연구성과를 속속 내고 있다"고 밝혔다.

KIST 유럽연구소가 또 하나 주목하고 있는 것은 2014년 문을 열 예정인 '한-EU 연구혁신센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 EU를 방문해 FTA 발효 이후 산업분야 협력 필요성에 따라 2014년부터 고위급 산업정책 대화(차관급)를 신설하기로 한데 이어 과학기술 분야 협력증진을 위해 '한·EU 우수연구자 교류이행 약정을 체결하면서 벨기에 브뤼셀에 '한·EU 연구혁신센터'를 개소하기로 합의했다.

이 소장은 "독일도 과학기술 연구개발 성과의 사업화를 많이 강조하고 있는데 한·EU 연구혁신센터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유럽의 연구기관 뿐 아니라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히든 챔피언' 기업과도 많은 교유가 생기게 될 것"이라며 "한·EU 연구혁신센터가 한국과 EU의 실질적인 과학기술 협력을 이룰 수 있도록 KIST 유럽연구소도 힘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KIST 유럽연구소 연구실을 방문해 연구 내용과 실험장비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UST 유럽탐방단.
KIST 유럽연구소 연구실을 방문해 연구 내용과 실험장비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UST 유럽탐방단.
KIST 유럽연구소에 대한 브리핑을 청취한 유럽탐방단 일행은 KIST 유럽연구소 내 연구실을 직접 둘어봤다. 현지 과학자의 설명과 함께 진행된 'Lap-on-a-chip' 분야의 첨단 연구실은 Micro-fluidic. MEMS 등의 기술과 생명과학 분야 첨단 기술이 합쳐진 곳으로 나노 칩 등을 연구개발하는 곳이다.

유럽탐방단에 포함된 중고교생과 UST 학생들은 연구실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칩 하나를 통해 모든 실험과정을 진행하고 질병 유발 병균까지 분석할 수 있는 연구 및 실험 장비들에 많은 호기심을 나타냈다. 또 DNA를 증폭시키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과정이나 원심분리기처럼 크고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실험기기를 축소시켜 현장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분야 등에 대해서도 현지 과학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동국대 이장호 학생(식품생명공학과 4학년)은 "생명공학과 관련된 실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평소 한 번쯤 고민하거나 상생했던 부분에 대해 이곳에서는 실제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식품연구를 위한 생명공학적 실험과 연구분야를 배우면서 이러한 실험을 더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KAIST 배준혁 학생(기계공학과 2학년)도 "기계공학실험 시간에 배운 Dry-etching이나 Wet-etching 등 MEMS를 제작하는 과정을 여기서도 접하게 돼 매우 반가웠다"며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 대해 일행에게 잘 설명해주지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반성을 하게 됐다. 앞으로는 공부할 때 어떤 것이든지 다른 사람에게 명료하게 설명해 이해시킬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KIST 유럽연구소 방문소감을 피력했다.

UST 서지은씨(KIST 캠퍼스)는 "KIST에서 연구를 하며 학위를 밟고 있는 나에게는 KIST 유럽연구소를 방문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흥분과 기대를 갖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KIST 유럽연구소에서 벌이고 있는 여러 활동들이 모두 관심을 끌었지만 특히 UST와 함께 글로벌 과학기술 인재양성을 위해 독일의 대학교와 공동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정말 눈이 번쩍 떠졌다. 이러한 제도가 UST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행들이 KIST 유럽연구소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INM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만츠 박사가 UST 유럽탐방 일행을 찾아왔다. 예정에 없던 방문. 만츠 박사는 'Lab on a chip'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KIST 유럽연구소의 첨단 나노분야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유럽지역 연구기관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만츠 박사는 "먼 곳에서 찾아온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한국과 유럽에 과학기술은 물론 더 많은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일행들과의 기념촬영이 끝난 뒤 현관문을 나서는 일행들을 환한 미소로 환송했다.   

당초 예정에 없던 만츠 박사가 UST 유럽탐방단에게 환영인사를 하고 있다. 만츠 박사는 'Lab on a chip'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당초 예정에 없던 만츠 박사가 UST 유럽탐방단에게 환영인사를 하고 있다. 만츠 박사는 'Lab on a chip'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재독 동포작가 노은임씨가 기증한 작품이 KIST 유럽연구소 벽면에 전시되어 있다.
재독 동포작가 노은임씨가 기증한 작품이 KIST 유럽연구소 벽면에 전시되어 있다.

◆KIST 유럽연구소와 이웃한 '라이프니쯔 신소재연구소(INM)'

UST 유럽탐방단은 이날 KIST 유럽연구소 방문 일정을 마친 뒤 같은 잘란트주립대 내에 위치한 라이프니쯔 신소재연구소(INM)도 방문했다.

독일은 막스플랑크, 프라운호퍼, 헬름홀츠, 라이프니쯔 등 4대 연구회를 중심으로 산하 연구소들이 구성되어 있다.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막스플랑크는 널리 알려져 있듯 기초과학을, 프라운호포는 응용과학을 주로 담당한다. 라이프니쯔 연구회 역시 우리에게는 덜 익숙하지만 독일의 과학기술을 이끄는 중심축 가운데 하나다.

일행들은 KIST 유럽연구소에서 INM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브리핑을 듣는 복도 화장실 문에 붙은 '男', '女'라는 이색 프린트물이 눈길을 끌었다. 일정을 마치고 나오니 그 프린트물은 사라지고 없었다. 잠깐이지만 동양에서 온 방문객을 고려한 소소한 배려였다.

라이프니쯔 신소재연구소는 글자 그대로 신소재나 다양한 코팅, 표면처리 기술을 자랑한다. 연구실과 소규모 전시실 대부분도 이런 연구성과물들로 채워져 있다. 무엇보다 생명과학이나 화학 분야 등과의 협력연구성과도 자랑한다. 안티스크래칭 코팅을 통해 흠집이 잘 나지 않는 기술, 마찰을 줄여 축과 베어링 간의 마찰로 인한 불필요한 에저지 손실을 줄이는 기술 등 이곳에서 처음 개발된 기술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용액에서 파우더를 만드는 기술이나 태양전지의 반사를 줄이는 코팅 기술, 자동차 표면을 균일하게 도장하는 기술이 모두 INM에서 나왔다. 그런 만큼 자부심도 강했다. 실용기술이 많은 만큼 한국 기업과의 기술협력이나 교류도 활발하다.

INM의 카스템 무어 박사는 "INM은 그동안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분야의 새로운 소재나 코팅기술 개발에 주력했으며 세계 최초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며 "특히 자동차 산업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과도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이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INM의 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잘란트주립대에 소재한 라이프니쯔 신소재연구소(INM).
잘란트주립대에 소재한 라이프니쯔 신소재연구소(INM).

 

INM에서 개발한 자동차 표면처리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INM에서 개발한 자동차 표면처리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잘란트주립대 구내식당. 자유분방함 속에서도 질서와 체계가 느껴졌다.
잘란트주립대 구내식당. 자유분방함 속에서도 질서와 체계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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