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00억원에 이어 총 515억원…미래전략·뇌과학 육성에
"2001년 당시 더 크게 기부 못해 아쉬움…나와의 약속지켜 뿌듯"

정문술 전 KAIST 이사장.
정문술 전 KAIST 이사장.
"부를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부를 결심했습니다."

지난 2001년 당시 개인 기부액의 최대인 300억원을 KAIST(한국과학기술원·총장 강성모)에 기부했던 정문술 전 이사장이 다시 215억원을 추가로 기부키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기부금 약정식은 1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리츠칼튼 호텔 금강홀에서 열린다.

이번 기부로 정 전 이사장이 KAIST에 기부한 금액은 총 515억원으로, KAIST는 전액 '정문술 기금'으로 적립해 인력양성과 연구에 사용할 계획이다.

정 전 이사장은 이번 기부금을 뇌 과학 분야 연구를 위해 써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지난 2001년에 기부를 할 때도 IT와 BT를 융합한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해 줄 것을 요청, 학교는 내부 논의를 통해 바이오및뇌공학과를 설치한 바 있다.

그는 "2001년 당시 많은 사람들이 IT와 BT의 융합연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현재 KAIST는 바이오 및 뇌과학 분야를 개척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당시 더 큰 금액을 기부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융합연구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한 것에 대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KAIST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정문술 기금을 미래전략대학원 육성과 '뇌 인지과학' 인력양성에 투자한다.

KAIST 미래전략대학원은 현재 미래전략, 과학저널리즘, 지식재산 분야에서 석·박사 과정의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대한민국의 국제관계, 산업, 국방, 과학기술 분야에서 장기적인 전략을 제시해 하버드대 캐네디 스쿨과 같은 '싱크탱크'기관으로 발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뇌 인지과학 석·박사 과정'프로그램을 운영해 인재양성과 관련분야 연구를 수행 할 계획이다.

정 전 이사장은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짓'이라고 했던 앤드루 카네기 등에 감명을 받아 지속적으로 생산력이 있는 기부를 하겠다는 소신을 펴왔다.

그는 1983년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반도체 장비 제조회사인 미래산업을 창업했다. 1996년 현대전자의 우수협력사에 선정되고 증권거래소에 상장한데 이어 1999년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이같은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는 2001년에 '회사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개인적 신념으로 회사경영권을 직원에게 물려주고 스스로 은퇴를 감행했다. 이후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과 KAIST 이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KAIST에 300억원을 기부하고도 KAIST를 방문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이름 붙인 '정문술 빌딩'의 기공 및 준공식에도 참석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에게 기부의 의미를 남다르게 전해주기도 했다. 

300억에 이은 이번 두 번째 기부는 자신과 부인에게 남은 회사 주식을 모두 매각한 금액 중 215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기부는 개인적으로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였으며, 또 한편으로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소중한 기회여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에 강성모 총장은 "이번 기부는 KAIST가 미지의 학문분야를 개척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KAIST가 세계 속의 연구대학이 되는 데 한 걸음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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