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선 박사, 4개 출연연 시너지 연구효과 '큰 기대'
석유 찌꺼기서 추출 탄소섬유와 버려지는 흑연 활용…저비용 실현

임지선 한국화학연구원 그린화학촉매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출연연 융합의 시너지 창출에 대해 강조했다.
임지선 한국화학연구원 그린화학촉매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출연연 융합의 시너지 창출에 대해 강조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운전자들은 눈을 크게 뜨고 방어운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따뜻한 봄 햇살에 나른해지는 눈꺼풀도 문제지만 도로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찾아내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포트홀이다. 특히 해빙기에는 겨울에 뿌렸던 염화칼슘과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크고 작은 '포트홀'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 출연연 융합은 시너지 창출이 핵심

'포트홀(Pot Hole)'은 도로가 떨어져 나가 노면에 구멍이 파인 것을 말하는 토목용어다. 날씨가 풀리는 해빙기나 겨울철 폭설, 장마철 등에 아스팔트의 골재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문제는 이 포트홀은 '도로의 흉기'로 불릴만큼 위험하다는 것이다.

지난 5년 사이 포트홀로 인한 교통사고가 5배로 늘었고, 지난해 상반기 서울에서만 6만건 이상의 포트홀이 발생했다. 지방도로 사고 원인의 약 70%이상이 포트홀이다. 이 포트홀 해결을 위해 각 지자체는 매년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이 포트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출연연구원들이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김재현)·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우효섭)·한국생산기술연구원(원장 이영수)·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정광화)은 지난 2월 28일 탄소소재를 이용한 기능성 도로 건설 분야에 대한 협약을 맺고 공동 연구에 돌입했다.

화학연은 탄소섬유를 활용한 소재를 개발하고 생기원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공정을 담당한다. 건설연은 도로에 접목 가능한 기술을 연구하게 되고, 기초지원연은 소재를 분석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참여 출연연들은 창조경제의 핵심 키워드인 융합을 제대로 실천하는 하겠다는 각오가 뜨겁다. 포트홀 융합개발이 앞으로 출연연간 협업의 롤 모델이 됐으면 하는 큰 기대도 가지고 있다.

이번 융합연구의 주관기관인 화학연의 임지선 그린화학촉매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융합은 시너지가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트홀과 관련한 연구는 각 출연연에서도 기존에 진행하고 있었다. 건설연의 경우 이 문제가 골칫거리로 자리 잡은 지 오래 됐고 관련 연구도 꾸준히 진행해왔다"며 "융합은 시너지 효과를 기본 전제로 해야 하며 이번 경우처럼 각 연구원의 연구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번 연구는 출연연이 가지는 차별성과도 맞닿아 있기에 더욱 그 성과가 기대된다.

임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철저히 공익성을 기본에 두고 있다. 도로와 관련된 사업은 기업이 나서서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민간이 할 수 없는 국민을 위한 사업과 연구를 출연연이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 저비용 소재로 포트홀 해결…국제 규격화도 기대

임 연구원은 석유찌꺼기와 버려지는 흑연 등을 활용해 저비용으로 탄소섬유 도로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석유찌꺼기와 버려지는 흑연 등을 활용해 저비용으로 탄소섬유 도로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과 창출에 대한 부분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융합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그는 "출연연에 대한 기업으로의 기술 이전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일방적인 요구와 전달이 이뤄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사업성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포트홀 연구에 대한 기대도 잊지 않았다.

포트홀 융합연구는 이상기후에 따른 도로 결빙이나 이상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여기에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미래 소재의 핵심인 탄소섬유가 사용된다. 주 소재인 탄소섬유는 자동차나 비행기, 달탐사 우주선 등에 사용된다. 그만큼 우리에게 탄소 섬유는 고가로 인식돼 있다. 공익사업하면 붙어다니는 막대한 예산도 떠오른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선 비용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된다.

탄소섬유에 대해 임 연구원은 "고가로 생각하기 쉽지만 버려지는 석유계 찌거기를 통해 도로용 탄소섬유를 만든다. 이미 우리의 석유화학 분야의 가공 기술은 수준급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탄소섬유와 함께 이용되는 폐그라파이트(흑연)도 생산현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비용 절감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탄소섬유를 이용한 도로가 활용 될 경우 현재 7~8년인 지방도의 수명은 13~15년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매년 사용되는 도로 유지, 보수 비용을 고려하면 오히려 예산을 절약할 수도 있다.

임 연구원도 "꾸준히 지속가능한 사업을 만들어 가는데 융합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융합연구가 그 선례가 되길 기대한다"며 "포트홀 연구 성과가 이상기후로 인한 도로 문제 해결과 함께 기술력과 사업성을 키워 세계 도로의 표준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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