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바이오사업 이끈 유행준 생명연 중소기업센터장
"33년 경험 살려 출연연과 기업 연계 역할…성과로 국가경제 기여할 것"

유행준 생명연 중소기업지원센터장.
유행준 생명연 중소기업지원센터장.
5년간의 해외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그에게 새로운 임무가 부여됐다. 회사의 미래 먹거리로 선정된 바이오사업본부의 수장으로 기획부터 시장개척, 활성화까지 신사업 전반의 사명이 그의 어깨위에 올려졌다.

오랜 해외 경험으로 세계 바이오사업의 흐름을 간파한 그는 바이오 분야에서 미생물을 사업의 핵심분야로 뽑아냈다. 그리고 직접 진두지휘에 나섰다. 국내에는 자원이 없어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등 각 대륙에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판매 네트워크를 형성, 회사의 미래 먹거리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그의 기획은 성공적이었다. 첫해 3000억원으로 시작된 매출액은 1조원에 이어 현재는 2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회사의 주요 사업분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대기업에 근무하며 바이오사업의 역사를 써온 유행준 센터장이 3월초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창조기술실용화본부 중소기업지원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국내 대기업 핵심 그룹에서 간부와 CEO로 33년간 활동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성공적인 사업화를 이끌었던 바이오사업분야의 마이더스가 출연연의 기술사업화와 바이오벤처의 성장을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고민 끝에 대덕행 "그간 경험 살려 국가 바이오산업에 기여할 것"

지난 3일부터 출근을 시작한 유행준 센터장. 대덕행을 결정한 이유부터 물었다.

"오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사회생활 경험 30년 이상인데 그중 바이오분야에서 많은 일을 했다. 대덕은 바이오사업이 특화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에서 애로로 꼽는 해외영업, 마케팅 등 그동안 경험을 나누며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서 대덕행을 결정하게 됐다."

그가 대덕으로 자리를 옮긴 또 하나의 이유는 1999년 바이오사업을 시작하면서 맺은 출연연, 대학, 벤처와의 인연도 한몫을 했다.

그는 "당시 출연연과 KAIST의 기술을 발굴하기 위해 대덕에 자주 내려왔었다. 몇몇 대덕벤처들과도 미팅을 갖고 기술을 분석하며 사업화를 타진하기도 했는데 기술은 좋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 안타까웠었다"면서 "1세대 벤처인들이 많은 실패를 했는데 그런 경험들이 초석이 돼 최근 다시 벤처붐이 일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생명연 중기지원센터장 부임에 의미를 부여했다.

부임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앞으로 만날 기업 목록을 정리하고 생명연 내 각 센터별 연구분야의 강점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는 "각 센터별 연구원들과 만남을 가지며 연구분야의 장점을 분석했다. 바이오기술은 하나일때보다 IT 등과 융합했을 때 시너지가 커진다"면서 "기업과 연구원을 연계해 바이오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정읍, 오송과 오창, 대덕 등 지역별 특화에 따른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연연-기업 연계로 실사구시 기술 접목 고민

유행준 센터장은 출연연과 기업의 가교역할로 바이오분야 기술사업화와 벤처기업의 글로벌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행준 센터장은 출연연과 기업의 가교역할로 바이오분야 기술사업화와 벤처기업의 글로벌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 센터장은 출연연과 기업 모두가 고객이라고 말한다. 출연연의 기술을 사업화 하고 기술 이전을 받은 기업이 글로벌 무대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스스로에게 부여한 임무 때문이다.

오랜기간 기업에 근무한 그지만 연구원의 특성에 대해서도 비교적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부임이후 연구원이 보유한 기술과 장점 파악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과학기술인은 기술 자존감이 강하다. 기술이 시장에서 실패했을때 기술이 왜 안됐을까 라고 생각하기보다 시장에서 기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마케팅이나 시장의 요구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는 기술개발 시 이미 확보된 시장에 맞는 기술을 발굴해 개발하는 경우도 많다. 민간연과 출연연의 차이다. 지금 연구원에서 가지고 있는 기술에 무엇을 더해야 하는지 고민을 같이 할 것이다."

그는 또 "연구원이 연구분야에 자긍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일하며 실사구시의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기술로 그 성과가 국가경제에 연결될 수 있도록 출연연과 기업의 가교역할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기업 지원 방향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유 센터장의 분석에 의하면 국내 바이오산업은 제약과 의약을 제외한 화학, 소재, 바이오 융합은 외국과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자원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특화된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충분히 일등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는 혁신을 들었다. 예를 들면 인력, 생산, 비즈니스 모델 등 경영요소가 비슷한 회사라도 혁신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를 기업가정신으로 볼 수 있는데 통찰력, 전략적 의지 등에 따라 같은 조건에서도 기업성과가 달라진다. 조직에 창의적인 문화가 들어가야 지금의 상황을 뛰어 넘을 수 있다"면서 "기업인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필요에 따라 컨설팅 지원 등 성공적으로 갈 수 있도록 고민을 나누는 일을 하겠다"며 자신의 역할에 대해 부연해 말했다.

유 센터장의 행보는 차분하게 진행 중이다. 아직 지인들에게 자리변동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조용히 업무 파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런 그가 최근 지인들과 조금씩 연락을 취하고 있다. 앞으로 가야할 방향에 대해 어느정도 확신이 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출연연과 기업을 연계하며 기술사업화를 꽃피울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한편 유행준 센터장은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사, 그룹 비서실 인사팀 과장에 이어 CJ제일제당 해외사업부장, 바이오사업기획실장과 본부장을 지냈다. 2010년부터 1년간 전북 생물산업진흥원 원장을 거쳐 동부팜한농의 부사장으로 바이오사업 본부를 이끌었으며 동부팜PFI 대표를 역임한 바이오분야 베테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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