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③] 무인로봇, 산업·연구용 치중
현장투입 로봇들, 해저지형 탐사·광물 채취 '주요 임무'

뒤늦게 세월호 침몰 현장에 투입된 한국해양연구소 무인로봇 '크랩스터'. 해저지형 탐사와 광물채취 등을 고려해 제작된 만큼 이번 구조작업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뒤늦게 세월호 침몰 현장에 투입된 한국해양연구소 무인로봇 '크랩스터'. 해저지형 탐사와 광물채취 등을 고려해 제작된 만큼 이번 구조작업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월호 사고 해역에 무인로봇이 투입됐다. 사고발생 후 5일 간 다이버에 의존했던 선박 내 진입과 수색작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사고해역에 원격수중탐색로봇(ROV : Remotely-Operated Vehicle) 1기가 투입됐다. 이를 조종할 기술진도 미국에서 들어와 현장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투입된 ROV는 미국제품으로 자체 구동장치를 갖춰 원격 수중탐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0×40×43㎝의 소형으로 선박 내부까지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일 실제 상황에서는 강한 조류를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조전문가는 이 ROV가 제대로 조정되지 않아 잠수사 1명이 로봇을 진입구까지 유도했지만, 조종이 불가능해 결국 철수했다고 밝혔다.

설사 이 무인로봇이 선내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고 하더라도, 선내 상황을 파악하는 것 이외의 역할을 기대하긴 힘들다. 팔다리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구조활동은 다이버의 힘이 필요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개발 한 무인로봇 '크랩스터(Crabster)'도 수색작업에 투입됐다.

해양연 관계자는 "지난 주말 정부가 논의 끝에 '크랩스터'를 투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선박을 이용해 21일 오후에 현장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크랩스터는 게 모양 탐사로봇으로 6개의 다리와 30개의 관절을 갖고 있다. 또 다양한 카메라와 소나(sonar : 바닷속 물체 탐지에 사용되는 음향표정장치)가 장착돼 어둡거나 탁한 시야에서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그러나 크랩스터가 사고현장에서 수색작업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처음부터 조사를 염두에 두고 설계해 지형탐사와 자원광물 채취에 특화돼 있다.

또 6개의 다리를 이용해 해저를 걸어서 이동하는데, 과연 강한 조류를 이길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동속도도 초속 0.1m로 느리다. 넓이 2.42m, 높이 1.3m, 길이 2.45m의 크기와 현재 이동속도로는 선박 내부 진입을 기대하기 힘들다.

해양연 관계자는 "크랩스터가 조류를 버틸 수 있을지 여부는 실제 투입해봐야 알 수 있다. 현재로서는 단정짓기 어렵지만 선박 주변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면서 "또 다른 무인로봇 해미래는 심해 탐사용으로 이번 현장은 수심이 얕아 투입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 강한 추진력·수중 전파송수신·소형화·로봇팔 '필수'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해양재난 때 무인로봇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강한 조류를 이길 수 있는 추진력, 무선조종을 위한 수중 전파송수신 기능, 직접적인 구조를 위한 소형화와 로봇팔 등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내에서 이를 종합적으로 개발한 곳은 없다.

한 기계연 관계자는 "지금까지 산업용 로봇을 중심으로 움직여왔다. 물 속이나 해양 부분은 담당하는 팀은 없다"고 말했다. 해양연 관계자는 "무인로봇으로 해미래와 크랩스터가 있지만, 모두 연구용으로 설계·제작됐다. 인명구조 관련 기술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출연연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로봇 연구가 제조용 로봇과 휴머노이드 등에 지나치게 치중돼 있다"고 지적하고 "재난구조로봇은 국민행복과 안전을 위해 개발 가치가 있음에도 시장성 문제로 외면되기 일쑤"라고 꼬집었다.

대덕넷 설문에 답한 한 과학자는 "미리미리 각종 대형사고나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연구개발도 그 중 하나"라면서도 "사고가 난 뒤에 늘상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시일이 지나면 관심은 바로 돈 되는 연구로 흘러간다"고 질타했다.

2012년 국내 로봇산업실태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로봇시장 규모는 2조1327억원. 이 중 75.9%를 제조용 로봇이 차지하고 있으며, 사회안전과 극한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로봇은 93억원에 불과했다.

해상 재난구호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모바일하버. 움직이는 항구개념으로 국내 과학계가 세계 최초로 제시한 방법이다. 실제 250개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시제품이 개발돼 3차 시연을 마쳤지만, 선박 대형화 추세로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돼 실용화되지는 못했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은 그럼에도 모바일하버의 핵심기술이 바다에서 화물선과 가까이 접근해 고정시키는 것인 만큼, 선박 좌초 시 빠른 대응으로 구조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줄 수 있다며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해상 재난구호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모바일하버. 움직이는 항구개념으로 국내 과학계가 세계 최초로 제시한 방법이다. 실제 250개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시제품이 개발돼 3차 시연을 마쳤지만, 선박 대형화 추세로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돼 실용화되지는 못했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은 그럼에도 모바일하버의 핵심기술이 바다에서 화물선과 가까이 접근해 고정시키는 것인 만큼, 선박 좌초 시 빠른 대응으로 구조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줄 수 있다며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모바일하버·자동에어포켓 등 과학자 아이디어는 '봇물'

한편 과학계는 이번 참사와 같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한 과학자는 "해양 사고를 대비해 배 건조시 비행기처럼 비상 탈출장치를 설치하자. 이는 비단 배뿐 아니라 지하철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을 냈고, 다른 이는 "전복 시 탈출과 진입을 위한 비상구 설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또 에어포켓 형성 시 생존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선박 침수 시 순간적으로 대량의 공기를 생성시키는 기술과 에어포켓이 자동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하는 밀폐기술 등을 고민해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은 '재난구조용 모바일하버(Mobile Habour)'가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모바일하버란 말그대로 움직이는 항구다. 배가 부두에 와서 물건을 내려놓는 방식이 아니라, 움직이는 부두가 배로 이동해 화물을 받아내는 방식이다. 크레인과 로봇팔이 컨테이너선 외벽에 흡착 패드를 부착해 간격을 유지하고 고정시킬 수 있다. 특히 핵심 설비인 크레인이 기존 크레인과 달리 실시간으로 위치를 안정화 시킬 수 있어 파도가 심한 상황에서도 화물의 운반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2008년 KAIST가 개발을 시작해 2011년 부산에서 3차 시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최근 선박 초대형화 추세로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장 총장은 "모바일하버의 핵심은 배에 가까이 접근시켜 안정적으로 고정시키는 것이고 해상 재난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조 가능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주는 것"이라며 "모바일하버 개념을 물류수송이 아닌 인명구조로 바꿔 생각해보면 좋겠다. 물론 앞으로 이동속도를 확보하는 연구 등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계 한 원로는 "국가적 재난을 해결할 과학기술은 확실하고 지속적인 R&D리더십이 있어야 배출될 수 있다"며 "해양, 지진, 폭풍 등 다양한 재난에 대비할 중장기적 연구성과물들을 이제는 국가적으로 시스템으로 갖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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