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⑦]해양과기원·지질자원연·KINS·천문연 등 각종 재난 대비
24시간 비상상황실 운영은 기본…대국민 안내 등 서비스 진화

국민적 아픔의 상징이 된 세월호 사태. 정부도 민간도 손 쓸 도리 없는 무기력한 현실 앞에서 과학기술계가 국민 안전을 보장하는 해결사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사고는 예고 없이 오는 법이기에 국가적인 재난상황이나 비상사태에 대비한 철두철미한 한 예방만이 최고의 대책이다. 정부와 출연연은 다양한 재난 재해 연구를 추진 중이며, 각 기관별로 대응센터들을 운영하고 있다.

땅과 물은 물론 공기, 우주, 사이버 세상에 이르기까지 국가적 재난에 대비한 과학기술계의 역할을 점검해 봤다.

◆해양과기원 사고 대책단…예측 불가능한 해양 상황 정밀 분석이 구조의 시작

 16일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사진=해양경찰청 제공>
16일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사진=해양경찰청 제공>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16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안전연구부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해양과기원은 곧바로 해양과학 전문가로 구성된 '사고지원대책단'을 꾸려 사고 현장에 출동했다.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해양관측데이터와 관측 장비를 활용해 진도 해역의 해양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현장 지휘부에 제공하고 있다. 선박의 구조와 잠수부의 효과적 투입 방안 등 관련 과학적 자문도 육상과 해상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첨단 장비들도 투입됐다. 21일에는 해저지형 탐사와 광물채취 등을 고려해 제작된 해저탐사용 무인로봇 '크랩스터'가 진도에 도착했다. 크랩스터는 6개 다리와 30개 관절로 돼 있어 빠른 유속에서도 바다 속을 안정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으며, 2개 로봇팔과 10개의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해양과기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해양안전연구부는 해양사고 저감, 해양사고 피해 최소화, 해양환경안전 분야를 중점 연구하는 연구그룹이다. 대표적으로 해양안전을 위한 선박 간 충돌방지 시스템을 비롯해 전자해도, 위성을 이용한 정밀 측정, 해상에서의 인적과실로 인한 사고를 예방·방지, 해양 오염, 사고 선박의 인양방법 등을 연구한다. 

지난 2월 발생했던 여수 앞바다 원유유출 사고 당시엔 기름이 흘러 갈 예상경로 및 기름띠 차단 방법 등에 대한 다양한 지원활동을 벌였다.

이동곤 미래선박연구부장은 "예측 불가능한 해양의 상황을 정밀하게 관측하는 일은 실종자들의 생존과도 직결된다"며 "20년 전 서해 페리호 사고 이후 기관차원에서 해난사고 예방과 구축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질자원연 지진센터 24시간 지진종합상황실서 '인공지진파 감지' 
 

2013년 2월 12일 연구진이 지진연구센터 1층 로비에서 지진파·공중음파 분석결과를 브리핑하는 모습.
2013년 2월 12일 연구진이 지진연구센터 1층 로비에서 지진파·공중음파 분석결과를 브리핑하는 모습.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치·군사적 환경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특히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북한의 핵실험 위협은 꼭 해결해야할 숙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지진종합상황실은 하루 24시간 지진파와 공중음파에 대한 특이사항을 감지하며 지진파의 초기 발생 위치와 시간, 인공발파 여부를 정밀하게 분석한다.

상활실은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국가 주요 관측시설 중 하나다. 북한이 핵실험 징후가 있는 비상시는 물론 평상시에도 8명의 직원이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또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24시간 주야 교대근무를 진행한다. 경계나 심각단계에서는 주간 4명, 핵실험 전후로는 야간에도 3명씩 근무한다.

이곳에는 10여대의 컴퓨터와 모니터들이 설치돼 있다. 외부인의 눈에는 단순히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1분 1초를 다투며 정확한 분석과 판단을 내리려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 중이다.

인공지진파는 보통 1분, 음파는 15분이 지나면 핵실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지진파가 발생한 장소에서 공중음파가 함께 탐지되면 핵실험과 같은 인공지진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지진연구센터의 분석 시스템은 더욱 강화됐다. 1차 핵실험 때는 우리나라 내 관측소 자료만 갖고 분석해야 했지만 이후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반원을 그리며 중국 7개 지역에 관측소를 세웠다. 또 러시아 관측 자료를 함께 쓰면서 분석을 위한 공간적 제약이 사라졌다.

북핵 실험과 같은 비상시가 아니라 평상시에도 평균 20개의 크고 작은 지진파가 감지된다. 인공·자연지진을 관측하는 업무 외에 땅의 울림을 기록하기도 한다. 한 예로 KTX가 달리는 교량 위에 지진계를 설치해 일정 규모 이상의 진동이 발생하면 바로 철도청으로 전달해줬다. KTX는 고속으로 달리기에 작은 진동에도 탈선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상황실의 박윤경 박사는 "컴퓨터가 자동으로 신호분석을 하지만 일반인들이 보면 잡음인지 신호인지, 심지어 신호의 처음이 어디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지진의 경우 0.03초 차이만으로도 진앙지의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작업이다"고 말했다.

◆ 공기 중 방사능핵종 분석은 KINS가 맡는다

KINS 방사능방호기술지원본부.
KINS 방사능방호기술지원본부.
북한의 핵실험 뿐 아니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능에 오염에 대한 국민 불안이 크다. 기류를 타고 대기 중으로 이동하는 방사능 핵종을 포집·분석하는 업무는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가 담당한다.

KINS는 방사능 재해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국토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원자력 안전규제 전문기관으로 원자력 시설 및 방사능에 대한 안전 심사와 검사, 방사능사고 및 테러 대응, 전 국토 및 원전주변의 환경방사능 감시, 안전규제 기준 및 기술개발을 맡고 있다.  

전국에는 현재 128곳의 유·무인 자동 측정망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 채취된 방사능은 곧바로 KINS로 옮겨져 '제논탐지기' 등 각종 장비를 통해 방사선량을 측정, 핵실험에 따른 방사능 유출여부를 확인한다.

또 KINS 방재상황실에서는 24시간 위험 상황을 점검한다. 북한의 핵실험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비상상황반을 운영하며 기상청, 항우연 등 관련 기관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기도 한다.

◆ 화학재난 사고시 원스톱(One-stop)으로 신속 대응 화학물질안전원

지난 2012년 구미시에서 발생한 불산누출사고 등 해마다 크고 작은 화학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접수된 화학물질 사고만 87건으로 최근 2~3년 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화학물질안전원은 지난 1월 24일 대덕에서 개원하며 범정부 차원의 화학재난 안전관리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화학안전종합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하며 화학물질 사고대응 정보시스템 등을 활용, 사고시 즉시 방제 정보를 제공하고 유관기관의 의사결정을 위한 사고예측범위, 전문기술과 정보를 지원한다.

화학물질안전원은 사고대응·예방뿐만 아니라 화학물질관련 연구개발, 교육 분야에서도 국가의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또한 화학물질 통계조사를 매 2년마다 실시해, 화학물질의 취급과 관련된 취급현황, 취급시설 등에 관한 화학물질종합정보시스템도 구축·운영한다.

김균 원장은 "화학사고로 인한 국민 불안 해소, 빈틈없는 사고 대응, 산업 현장의 화학물질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전문기관으로서 전체 인원의 74%를 관련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했다"며 "환경부, 현장 대응기관과 협력해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피해를 예방하는 화학물질안전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 우주에서도 비상근무하는 천문연과 항우연

2011년 아시아 지역에 추락한 독일렌트겐 위성의 추락상황 안내도.<사진=천문연 제공>
2011년 아시아 지역에 추락한 독일렌트겐 위성의 추락상황 안내도.<사진=천문연 제공>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지상과 해상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인공위성 추락, 유성우, 소행성 등 지구 접근 우주위험 물체로 인한 재난 대비도 필요하다.

천문연 위성추락상황실에서는 위성추락 등으로 인한 비상사태 발생에 대비해 지상낙하가 유력한 인공위성 정보와 맹독성 물질을 내뿜는 유성우 등의 추락상황을 분석하고 대국민 알림서비스를 실시한다.

항우연과 공군은 국제협력채널을 활용해 관련정보를 수집하고 천문연은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추락 위성의 궤도와 한반도 통과시각, 추락예정시각 및 장소 등을 종합 분석해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관계부처 및 유관기관에 전파하고 인터넷과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한다.

이서구 천문연 홍보팀장은 "위성의 정확한 낙하시각과 장소는 추락 1~2시간 전에야 분석 가능하므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언론 등을 통해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며 "위성, 혜성 등은 전지구적인 공동연구가 필요한 분야로 국제적 협력과 대응도 필수다"고 설명했다.

한편 항우연은 자연재해 등 국가재난 발생 시 인공위성 영상을 제공, 정부의 분석업무를 돕고 있다.
 
◆ 사이버테러로부터 국가R&D를 지키는 KISTI 과학기술사이버안전센터

재난재해는 사이버 상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사이버 위협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청와대가 콘트롤타워를 맡고, 국정원이 실무를 총괄한다. 청와대, 국정원, 미래부 등이 사이버상황을 즉시 파악하고 대처하되, 중요 사고에 대해서는 '민·관·군 합동대응팀'을 가동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보가 총망라된 출연연 서버를 대상으로 한 해킹시도 건수는 한해 평균 2000건 정도로 출연연 전산망은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

KISTI 과학기술사이버안전센터는 출연연의 사이버 안보를 책임지기 위해 탄생했다. 과학기술 분야의 정보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2005년 구축, 정부출연연 및 미래부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보안관제를 총괄한다.

KISTI 과학기술사이버안전센터는 24시간, 주간 1개조와 야간 3개조 교대근무로 운영된다. 이곳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탐지해서 대응조치, 국가 중요 과학기술 정보 보유 기관의 침해 공격에 대한 24시간 이상 징후를 감시, 분석해 침해사고 탐지 및 대응기술을 지원한다.

또 웜 바이러스, 해킹과 같은 국내·외 신종 인터넷 공격으로 피해가 우려될 경우 '예보'를 발령하고, 이상 징후 탐지 및 피해상황이 접수되면 곧바로 '경보'를 발령하는 '예보·경보시스템'을 가동한다.

매년 을지훈련 기간에는 사이버테러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 일부 기관은 서버를 무작위로 공격해 네트워크의 외부 침입 방어 능력을 검사한다.

KISTI가 보유 중인 슈퍼컴 4호기.<사진=KISTI 제공>
KISTI가 보유 중인 슈퍼컴 4호기.<사진=KIST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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