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결정으로 대덕어린이집에 실버타운 계획
공동관리아파트 담당자 인수인계 안돼 업무 부재

이상목 미래부 차관은 지난해 6월 대덕이노폴리스포럼에 참석해 공동관리아파트 부지에 복지컴플렉스를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상목 미래부 차관은 지난해 6월 대덕이노폴리스포럼에 참석해 공동관리아파트 부지에 복지컴플렉스를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동관리아파트 부지요? 글쎄요. 잘모르겠는데요. 도룡동 441번지에 실버타운 건립을 진행 중입니다. 실버타운 안은 공동관리아파트 부지 활용과 별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미래부 관계자)

미래창조과학부가 현장과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복지컴플렉스 건립안을 무산시키고 실버타운으로 변경해 진행하는 것은 물론 대덕연구단지 내 상징이며 금싸라기인 '공동관리아파트 부지' 활용에 대해서도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추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대덕넷 취재결과 확인됐다.

당초 미래부는 공동관리아파트 부지에 복지컴플렉스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그러나 현재 미래부 내 연구단지 지원을 맡고 있는 한 부서에서는 대덕어린이집이 위치한 부지에 실버타운 건립을 추진 중이다.

또 최근 '공동관리아파트 부지' 관련 미래부 담당 공무원이 교체된 상태. 담당자는 공동관리아파트 부지 활용에 관한 업무 숙지가 안됐으며 내부에서도 전혀 관련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밝혔다. 특히 미래부 내부에서도 부서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연구단지 업무에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의견 전혀 묻지 않는 미래부…어린이집 부지에 실버타운을?

미래부는 지난해 4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밝힌 '과학기술정책 5개년 로드맵'에서 과학기술인 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과학기술인 복지컴플렉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대전시와 '창조경제 전진기지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엑스포과학공원의 창조기지화와 함께 대덕의 금싸라기인 공동관리아파트 부지에 과학기술인전당 개념의 복지컴플렉스를 건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협약에 앞서 작년 6월 대덕이노폴리스포럼에 참석한 이상목 미래부 1차관은 "공동관리아파트 부지는 7개 출연연과 논의해 복지시설로 쓸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부와 대전시는 지난달 9일 '제6차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를 열고 과학벨트 사업의 핵심시설인 중이온가속기와 IBS(기초과학연구원)건립을 위한 세부 일정을 확정, 발표했다. 

그러나 창조경제전진기지에 포함시켜 진행하기로 했던 '공동관리아파트 부지'에 복지컴플렉스를 건립하겠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미래부 확인 결과 공동관리아파트 부지에 건립하기로 했던 과학기술인 전당 개념의 복지컴플렉스 건립안은 무산된 상태다. 담당자는 "다른 부서에서 복지컴플렉스 대신 공동관리아파트 부지에 실버타운 건립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달 27일 실버타운 건립 담당자와 통화 결과 "당초 서울과 대전에 건립키로 했던 복지컴플렉스안은 서울은 원안대로 가고 대덕은 은퇴과학자를 위한 실버타운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지난해 11월 대덕연구단지 출범40주년을 맞아 대통령께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현재 실버타운 건립 계획을 논의 중이다. 구체적인 안은 올해 연말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현재 460~490억원 규모의 실버타운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은퇴과학자를 위한 실버타운으로 아직 세부적인 계획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안에 예산이 확보되면 내년부터 인허가와 설계 등 구체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래부에서 추진하는 있는 실버타운 건립사업의 부지는 현재 대덕어린이집과 대덕복지센터 건물이 위치한 '도룡동 441번지(유성구 대덕대로 522·대덕어린이집과 대덕복지센터 건물 자리). 공동관리아파트 부지 활용과는 다른 사업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어린이집이 있는 부지도 9033m²(2732평)로 상당한 규모가 되는 국유지다. 과학자들의 복지와 비용을 낮추기 위해 이 부지를 활용키로 한것으로 안다. 공동관리아파트 부지 활용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미래부의 공동관리아파트 관계자에게 설명하고 답변을 요구하자 "사실 공동관리아파트 부지 업무에 대해 잘 모른다. 업무를 맡은지 얼마되지 않았다. 실버타운 사업이 복지컴플렉스 사업을 대신해 진행되는 사업이며 공동관리아파트 부지를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해명했다.

현재 미래부에서 연구단지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연구개발정책실 산하에 연구공동체정책관이 있고 그 아래에 연구공동체 지원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 연구개발특구과, 연구기관지원 팀으로 구분돼 있다.

◆과학계 인사 "공동관리아파트와 연계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유성구 도룡동 431번지 일원에 위치한 공동관리아파트는 1979년 연구단지 입주와 함께 유치과학자들을 위해 3만7648㎡(1만1300여평)부지에 4층으로 10개동, 174세대 규모로 지어졌다. 대덕연구단지 출범과 함께 그만큼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란 의미다. 

공동관리아파트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해양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 7개 연구기관의 공동소유다. 지금은 첨단 시설의 아파트들이 즐비하지만 당시에는 수도권의 유명 기업이 건설하면서 가장 현대적인 아파트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 공동관리아파트는 시설이 낡고 노후함에 따라 모두 퇴거한 상태다. 저녁이면 일대가 암흑에 잠겨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유 출연연과 대전시,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등에서는 당초 결정된 일괄매각 대신 공동관리아파트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 재개발과 활용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지만 답보상태다.

대전시는 공동관리아파트가 도룡동 재정비 촉진지구에 포함된 부분으로 지구단위 계획에 따라 용적률 180%, 건폐율 25%, 층수 12층으로 제한되는 기준에 맞춰 개발 초안을 작성해 미래부에 제출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7개 출연연에서 제시한 20층의 주상복합 건물은 용적률 등의 문제로 사실상 어렵다. 용적률을 높여야 층수를 풀 수 있는데 바로 뒤에 있는 현대아파트가 12층이고 지역민 중 조망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 계획변경은 어려워 당초 계획에 따른 설명안을 지난 3월 미래부에 전달했다"면서 "설명안이 A4 한 장으로 구체적인지는 않지만 그 자료를 참고해 미래부에서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과학계의 한 인사는 "어린이집 부지에 실버타운을 건립한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다. 현장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 과학기술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지적하면서 "공동관리아파트 부지를 활용해 커뮤니티 센터나 도서관 등 과학기술인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 오길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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