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통신기술 도전 역사의 상징이자 국가 과학기술 헌신의 수호자로 존경을 받아온 최순달 KAIST 명예교수가 18일 저녁 8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과학기술 불모지에서 대한민국을 인공위성과 통신 선진 강국으로 이끌어낸 최고 지도자이자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삶을 바쳐온 고인은 자신의 자서전 머리말처럼 ‘인간이 살아온 길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는 여정’을 마치고 영면했다.

고인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의 인생 자체가 한국 과학기술 역사의 현장이자 기적같은 드라마다.

1931년 대구 출생 故 최 박사는 일제말기 소년시절 광석라디오를 접하고 과학에 대한 열정을 품고 1950년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진학한 후 단돈 25달러를 들고 미국 유학의 길에 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전자공학 석사와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선진 과학기술을 배우려 쓰레기통까지 뒤지면서 젊은시절 연구활동에 전념했다.

대한민국 과학발전의 밀알이 되기 위한 일념으로 소위 잘나가던 미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유치과학자 신분으로 고국으로 돌아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새로운 한국 과학 역사를 써내려갔다.

故 최 박사는 국가 최초의 민간기업 연구소 금성정밀연구소장으로 부임, 국방 유도무기 레이더 기술을 국산화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면서 한국 과학계에 두각을 나타냈다.

고인은 1981년 정부로부터 뜻밖의 정부출연연구소장으로 발령받은 후 대한민국 IT역사에 새로운 족적을 남기게 됐다.

한국통신기술연구소와 구미에 있던 전자기술연구소를 통합해 만든 전자통신기술연구소 초대 소장을 역임하면서, 고인은 연구자들과 혈서까지 써가며 TDX 전자교환기 개발을 시작해 결국 성공으로 이끌어 냈다. 모두 불가능이라 말했던 이 국가 최초의 대형R&D 기술개발 덕분에 1가구 1전화 시대를 창조하면서 대한민국이 IT강국 첫발을 내딛는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고인은 통신기술 뿐만 아니라 한국 우주개발 역사의 새 무대를 열었다. 1989년 KAIST에 인공위성센터를 설립하고 초대 소장을 역임하며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를 비롯해 우리별 2호‧3호, 그리고 과학기술위성 1호 개발을 주도했다.

우리별 1호는 영국 서리대학의 도움으로 제작된 소형위성에 불과했지만 인공위성 개발기술의 불모지인 우리나라가 처음 쏘아 올린 최초의 위성이 됐다.

고인의 인공위성에 대한 집념은 한국의 위성을 해외 수출에까지 이르게 했다. 故 최 박사는 KAIST 인공위성센터에서 함께 근무하던 연구원들이 인공위성 전문기업 쎄트렉아이를 창업하게 만들었고, 현재 이 회사는 유럽 우주강국들에게도 위성을 수출하는 세계적인 우주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고인은 인생 마지막 순간까지 KAIST에서 세계 우주기술 개발 동향을 연구하며 미래 과학기술 후학 양성에 남은 힘을 다하고 세상을 떠났다. 故 최 박사는 생전 후학들에게 “쎄트렉아이라는 기업을 통해 비로소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소형 인공위성의 자신감을 떨치게 됐다"며 줄곧 자랑스러워했다.

그런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는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고인에 대해 국가공헌자 명분으로 국립묘지 안장을 추진하고 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3호. 영결식은 22일 수요일 오전 9시 치러질 예정이다. 유족으로 부인 홍혜정 여사와 2남2녀(최영택‧최홍택‧최세경‧최주경), 사위가 있다. 장지는 대전국립현충원으로 추진중이다. 연락처 02-3010-6316(장례식장)

◆ 故 최 박사의 주요 이력과 학력

체신부 장관, 전자통신연구소 소장, 쎄트렉아이 회장, KAIST 명예교수,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명예소장,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통신위성우주산업연구회 회장, 한일기초과학교류위원회 위원장, 한국과학재단 이사장, 교육개혁심의회 위원, 제1대 한국과학기술대학 학장, 제1대 한국전력공사 이사장, 제1대 일해재단 이사장, 대덕대학 학장 등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 전자공학 박사,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대학원 전자공학 학‧석사, 서울대학교 전기공학 학사, 대구공업고등학교 전기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