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0시간중 金 오후 4시간 '개인 자율시간' 부여
5개월간 시범운영…연구자들 기대감과 긍정 분위기

ETRI는 '창의적 조직문화 혁신'의 일환으로 연구원의 창의성 발휘를 위해 구글의 '20%타임제'를 벤치마킹, 지난 8월부터 주중 근로시간의 10%를 개인 자율시간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사진=ETRI 제공>
ETRI는 '창의적 조직문화 혁신'의 일환으로 연구원의 창의성 발휘를 위해 구글의 '20%타임제'를 벤치마킹, 지난 8월부터 주중 근로시간의 10%를 개인 자율시간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사진=ETRI 제공>

연구자들이 일과시간의 10%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어떨까?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김흥남)가 '창의적 조직문화 혁신' 노력의 하나로 지난 8월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업무시간 4시간을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실험을 전격 단행했다.

연구자가 원하는 업무시간대에 근무할 수 있도록 '플렉시블 타임제'를 실시하는 연구소는 많지만, 주중 근로시간 40시간중 아예 통째로 10%를 개인 자율시간으로 사용토록 한 이번 시도는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는 처음있는 일이다.

이같은 실험은 구글의 '20% 타임제'라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벤치마킹 한 것. 성과와 무관하게 직원 개인이 관심있는 프로젝트에 자신의 업무시간의 20%를 사용하는 구글의 조직문화를 받아들여 연구자들에게 창의성을 발휘할 시간적 기회를 준 것이다.

구글이 '20% 타임제'를 통해 지메일, 구글맵스 등 혁신적 서비스들을 탄생시킨 것처럼, ETRI의 '10% 타임제'는 창의적 문화형성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창조물이 생겨날 것이라는 복안이 깔려 있다.

ETRI에서 금요일 오후에는 우선 공식적인 일정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인문학이나 문화 특강을 연구소 차원에서 마련, 자유롭게 강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강연 참석을 원하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분야를 공부하던지 다른 연구자와 공통 관심사를 논의하던지 연구자 개인이 원하는대로 시간을 보내면 된다.

ETRI의 J 선임연구원은 "이전에는 연구과제 수행에만 신경쓰다보니 다른 연구자들과 소통하는 자체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시간 확보가 가능해 대화를 하는 여유가 생겼다"며 "현재 다른 실험실 연구자들과 프로그램 코딩을 같이 해보는 실험을 하고 있고, 재미있게 '10% 타임제'를 즐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현장 연구자들은 이번 '10% 타임제'가 조직문화 혁신을 가져오는 좋은 기회라는 것에 공감하며, 문화를 개선하는 시도인만큼 중장기적인 접근을 통해 진정한 창의적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ETRI의 L 책임연구원은 "연구소는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려는 열정 있는 연구자들의 네트워크와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 주는 곳"이라며 "협업정신과 다양성, 자율성이 구글 문화의 밑거름이 된 것처럼 '10% 타임제'도 취지에 맞게 잘만 활성화되면 과학계에 분명 바람직한 문화로 뿌리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하고 싶은 연구 주제를 선정하고 자연스럽게 같은 관심사를 가진 연구원들끼리 모이는 등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ETRI 제공>
연구원들은 하고 싶은 연구 주제를 선정하고 자연스럽게 같은 관심사를 가진 연구원들끼리 모이는 등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ETRI 제공>

ETRI는 12월 말까지 5개월간 시험운영을 통해 목표대로 연구자들에게 실제 창의적 문화혜택이 돌아가는지 등의 효과와 비용을 분석해, 지속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김흥남 원장은 "'10% 타임제'는 얼마나 조직에 창의력을 불러일으키느냐가 문제의 본질"이라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고 좋은 연구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잘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 한 원로는 "ETRI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계 전반에 창의적 문화가 다양한 접근을 통해 확산되어야 한다"며 "분명한 것은 이제 개방, 협업, 다양성, 자율성이라는 키워드가 과학계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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