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개정된 기술료 보상금 제도에 현장 연구자들 한숨
"연구자 기 살려야…이공계 기피현상 반복될것"

최근 모 연구원에서 기술출자 해 설립한 연구소기업이 상장을 앞두며 기술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이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원의 지분배상이 예상됐다. 부자 과학자 탄생이 예고되며 과학계의 희망메시지로 전해졌다.

해당 연구원에서는 기존 규정에 있던 기술료 보상금 상한선을 없애는 개정을 단행하며 기술개발에 참여한 연구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앞으로 부자 과학자 탄생은 어려워 보일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8월 정부출연기관 개인연구자 기술료 징수 기준을 개정했다. 개정의 주요 내용은 개인 연구자에게 기술료의 50%를 보상금으로 지급하던 기준을 보상금이 20억원 이상이면 초과분에 대해서는 20~30억원까지는 40%, 30~40억원까지는 30%, 40~50억원까지는 20%, 50억원 초과시에는 10%로 지급율이 달라진다.

당초 기준대로라면 전체 기술료가 100억원일 경우 연구자가 받는 보상금은 50억원이 된다. 하지만 바뀐 규정으로 계산하면 50% 기준의 20억원과 추가금액에 따라 비율을 달리한 보상금 9억원을 더하면 보상금이 29억원에 그친다. 기술료 보상금이 21억원 줄어드는 셈이다.

기술료 보상금 규정 개정에 대해 현장의 연구자들은 "실제 20억원 이상받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정부의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실망스런 부분도 있다"면서 "새로 바뀐 규정에 따른다면 개인연구자가 받는 금액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기술료를 받지 못하는 연구자나, 연구지원 관계자들과의 형평성을 위해 기술료 징수 기준을 개정했다"면서 "우리나라 연구원의 경우 외국의 33%보다 많은 기술료 보상금을 주고 있다. 하지만 상한선 금액 기준은 여전히 따로 두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늘어가는 출연연 기술료 보상금…개인 보상금은 감소?

우리나라 기술료 보상금 제도는 1982년 과학기술처의 '특정연구개발사업처리규정'에 의거해 각 부처 연구개발(R&D) 사업 관리규정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반영돼 왔다.

2005년 3월부터 정부는 이공계 사기 진작을 위해 연구자보상비율을 50%로 상향조정했으나 부처별로 다른 규정이 적용됐다.

이에 정부는 2008년 12월 공동관리 규정을 개정하고 2012년 5월 개정을 통해 기술료 관리정책을 통일했다. 하지만 여전히 각 기관마다 상한 금액 등 세부사항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의하면 정부출연기관의 기술료 수입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0년 780억원, 2012년 912억원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기술료 수입은 증가하는데 정부가 지난 8월 기술료 보상 규정을 개정함으로써 개인 연구자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이 줄어들 것은 얼핏 계산해도 명확해 보인다. 

기술료 보상금은 정부가 연구개발 재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올해 개정되면서 연구원들의 사기진작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부가 환수한 기술료는 어디에 사용될까. 기재부 자료에 의하면 2012년 기준 총 기술료 수입은 전년 이월금액을 포함해 1109억원. 이중 지출은 연구자 보상은 386억원, 연구개발재투자 241억원, 전문기관 납부 금액은 118억원, 기타지출은 117억원으로 240억원의 잔액이 남는다.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올해 초 발표한 이슈 페이퍼에 의하면 정부가 환수한 기술료의 일부는 각 부처가 국회에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신규사업 등에 투자되고 있지만 일부는 부처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집행되는 경우도 있어 기술료가 눈먼 돈으로 전락되기도 한다.

실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정부에서 환수해 간 기술료 중 연구개발 재투자는 35.5%에 불과하고 일부는 공무원 해외유학비, 사기진작경비, 운영비로 오용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국감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 연구자는 자긍심으로 사는 사람들…"부자 과학자 많아져야"

"연구자들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기술료 보상금은 연구자들에게 자긍심이죠. 그분야 최고가 되고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기까지 잠못자고 힘들게 연구하는데 연구지원직과 보상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누가 연구를 하려고 하겠어요."

"기술료 보상금을 20억 이상 받는 연구원들이 많지 않은데 굳이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드네요. 연구원들이 보상금으로 100억 200억원을 받는 시대가 와야하고 부자 과학자들이 나와야 이공계가 삽니다."

현장의 연구원들이 기술료 보상금 개정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A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당초 기술료 보상금  규정이 기술사업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출연연에서 개발한 기술이 산업에 확산되며 우리나라의 산업발전에 많은 역할을 해왔다"면서 "연구자들은 인정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에너지도 얻게된다. 수백억원을 받는 연구자들이 많지도 않은데 개정을 할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목소리를 냈다.

B 출연연의 이 모 박사는 "기초연구자 등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개정을 했다는 방향성은 이해하지만 사기 진작을 위한 개정이 아니라 사기를 저하하는 개정인 것은 사실이다"면서 "출연연마다 각종 규제와 부처의 관료화로 연구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개정보다 관료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대덕넷 1일자로 보도된 기술료 '보상금 개정'…연구원 몫 '절반으로 뚝' 기사의 댓글에서도 현장 연구자들의 답답한 심경이 그대로 담겨졌다.

아이디 '네티즌#1'로 댓글을 남긴 독자는 "명문대 졸업하고 스펙쌓고 연구소에 들어와서 뼈빠지게 연구해서 뭔가 하나를 만들어 내 사업화에 성공한 보상으로 기술료 보상금을 받는데 왜 개인이 받는 보상금을 줄여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면서 "연구자가 돈을 벌면 죄인이 되는 것인지 안타깝다"고 적었다.

'연구원' 아이디의 독자는 "연구직과 행정직의 기본급여 차이가 없다. 연구수당 때문에 15%정도 더 많은데 이런상황이면 건강상해가며 누가 연구하려고 할지 알수 없다"면서 "기술이전으로 보상금을 받으면 소액이지만 자부심이 생긴다"며 이번 개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연구자 기술료 보상금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민간기업이 기술을 이전받으면 기술 보유 기관에 기술료를 댓가로 제공한다. 이번 정부가 기술료 보상금 제도를 개정했지만 기업에서 납부해야하는 기술료는 변동이 없다.

이에 대해 한 기업 CEO는 "출연연에서 기술을 이전받는다고 모두 사업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서 사업화를 할 수 있도록 연구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일부 연구자는 기술을 이전한 것으로 할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CEO는 "민간기업에서는 규정이 있어 이윤의 0.1%를 개발자에게 보상금으로 제공한다. 이윤이 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다"면서 "연구원에게 기술료의 50%를 준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굉장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연구원들 월급도 벤처의 연구원들보다 훨씬 많다. 복지혜택도 많다"면서 "결국 기술료 보상금 제도는 벤처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으로 벤처생태계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한편 KISTEP 자료에 의하면 국가 연구개발 성과물의 소유권을 주관 연구기관에서 가지고 있는 경우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정부는 주관 연구기관의 기술료 징수와 사용에 관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기술료를 산정하고 정부환수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을 제외한 미국이나 일본, 독일, 영국은 기술료 사용기준 역시 주관연구기관 자율에 맡기며 정부 환수 제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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