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분열 아주대 교수, 기술이전 4건으로 15억 수입
청춘 바친 몰입연구의 성공…"이제는 기업에서 먼저 기술 달라 찾아온다"

"30대에 열정적으로 기업체와 공동연구를 해서 성공사례를 만든 것이 주효했습니다. 연구결과에 대해 기업과 연구자가 공동소유권을 가지는 지식경제부(현 산업자원부) 과제였기 때문에 그 건으로 기술이전료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이후로는 다들 제 연구에 관심을 갖고 기업에서 먼저 찾아오게 되었죠."

이분열 교수 <사진=정윤하 기자>
이분열 교수 <사진=정윤하 기자>
이분열 아주대학교 교수는 국내 화학·산업계에서 '산학협동연구의 롤모델'로 꼽힌다. 그 시발점이 바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LG화학과 공동 수행한 지경부 과제. 특허 7건에 해외 저명 저널 논문 7건이 도출됐는데,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성과는 해당 과제로 개발한 촉매 기술을 근간으로 LG화학이 제품 및 공정을 개발, 폴리에틸렌 엘라스토머를 상업 생산하고 있다는 것.

플라스틱 촉매개발 연구 분야에서 이 교수의 진가가 검증되자 이후에는 보다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이 교수는 "연구비 걱정은 안 한다"며 "성공한 아이템을 만들고 나니 후속으로 개발된 기술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생겼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후속 개발한 또 다른 고활성 촉매는 2011년 3월 호남석유화학에 기술 이전, 현재 이를 이용한 상업화 공정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2008년에 SK이노베이션에 기술 이전한 이산화탄소/에폭사이드 공중합 촉매 기술은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신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2014년에는 대림화학과 롯데케미칼 등에 2건의 기술이전이 진행됐는데 해당 기술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생분해성 고분자 제조' 성과는 지난달 초 미래창조과학부가 선정한 올해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도 포함됐다. 100선 중 대학에서 나온 것은 모두 46선으로 그 중 아주대는 이분열 교수가 유일하다.

산학협력을 중시하는 아주대 안에서도 명실공히 '혁신기술의 보고'로 꼽힌 이 교수는 "한 분야에서 진지하게 몰입하고 기업체와 친밀하게 연구하다보니 최근 기술이전 체계가 잡히면서 빛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 LG화학서 5년간 근무…"기술이전 개념 제대로 배웠다"

서울대학교 화학과에서 박사학위까지 마친 이분열 교수가 기술이전에 대한 개념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LG화학에서 5년간 연구요원으로 복무한 경험 덕이다.

"이전에는 석사를 마치면 6개월 훈련 받고 장교로 제대하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제가 석사 수료를 마친 시점에 그 제도가 없어졌고, 대신 박사학위 수료 후 5년간 국내 산업체에서 일하면 대체복무가 인정이 됐죠. 갑작스런 제도 변화로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LG화학에 들어가게 된 건데, 덕분에 아주 값진 경험을 했습니다. 현장교육을 받은 셈이죠. 사실 저희 동기들끼리는 산업체 연구요원 제도 덕분에 한국과학기술계가 발전했다는 말도 많이 하죠."

이분열 교수는 1993년 LG화학 폴리올레핀연구소가 최초로 만든 메탈로센 전담팀에 소속돼 개발주역으로 활약했다. 당신 신문보도에 따르면, 국내에는 메탈로센에 대한 연구경험이 거의 없어 학술 논문을 참조해 연구를 시작했으나 실제 상업공정과는 너무 달라 기초부터 새로 시작했다.

4년간 1000회 이상의 실험 끝에 세계 10번째로 상업생산에 성공하게 됐고, LG화학은 이후 매년 수천 억 원의 메탈로센 폴리에틸렌 수지를 상업적으로 생산했다. 해당 성과를 바탕으로 이 교수는 1999년 장영실상도 수상했다.

이 교수는 "한정된 인원으로 촉매연구, 공정적용, 제품개발 등 전 영역을 다루다 보니 연구원들의 전문지식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한 가지 문제해결에 전원이 매달려야 했다"며 "전문성을 중요시하는 연구원으로선 다소 불만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메탈로센이라는 새로운 전공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 "기술이전은 현실적 고민 끝에 내린 결론…기업체와의 연구는 죽느냐 사느냐 문제"

미국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친 이분열 교수는 2001년 아주대 교수로 부임하고 현실적인 고민을 시작했다.

"도전적인 연구를 하고 싶어서 대학교수가 됐지만 경제적인 부분도 고민이 됐습니다. 우리 사회 전체로 보면 대학교수 월급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자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교수들도 월급만으로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아주 오래 걸립니다. 또 교수인 제가 그런 고민을 하는데, 학생들은 어떻겠습니까? 학생들의 취업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죠. 그러다보니 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이분열 교수는 경력을 살려 플라스틱 촉매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산업은 20조 원이 넘는 규모로, 연간 1억 톤 넘게 생산된다. 또 우리나라 화학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폴리머(Polymer) 산업.

이 교수는 "우리나라 산업기술개발의 후속세대를 교육하고 배출하는 것이니 기업들의 관심사를 잘 알고 있어야 하고, 또 학생들이 국내 회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연구주제를 잡아야 했다"며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주제를 잡고나면 5~6년 몰두해서 실험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기술들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전 역시 훌륭한 논문 하나를 쓰는 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다만 논문과 달리 기술이전은 계약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더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애로사항"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처음 대학에 왔을 때 20년 선배 교수님이 연구는 '어깨춤'이라고 하시더군요. 연구를 그저  자기 좋아서 하는 학자의 취미 활동 정도로 여기는 시대는 지났지요. 현재의 연구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입니다. 교수가 승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연구 실적이 요구되고 더 나아가 나라의 흥망이 연구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이전이 되는 기술을 만들려면 사활을 걸고 해야 하거든요. 또 기술이전은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이에요. 기업에 가서 천덕꾸러기처럼 있거나 실패하면 나도 마음이 안 좋죠. 후속으로 애로사항도 해결해주면서 물건으로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돕게 됩니다."

이 교수가 생분해성고분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이 교수가 생분해성고분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산업계가 할 고민을 앞서 예측하고 해답을 제시한 덕분에 이 교수의 기술들은 기업에서 인기가 많았고, 자연스레 이 교수의 고민도 해결됐다. 먼저 제자들의 취업률은 타 연구실에 비해 상당히 높다. 특히 2008년 SK이노베이션에 기술이전 한 '이산화탄소·에폭사이드 공중합 촉매 기술'은 친환경 플라스틱 '그린폴'이라는 이름으로 SK이노베이션의 신산업 분야가 됐는데 관련해서 SK이노베이션 내에 투입된 개발인력에는 당연히 이 교수의 연구실 출신들이 다수다.

연이어 굵직한 기술이전이 체결되며 이 교수에게 돌아온 기술이전료도 상당하다. 그는 "연구자인 만큼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개발해 집을 사겠다는 목표는 실현됐다"며 "아주대에서 기술이전수입료로 입금된 금액이 15억이고 아주대에서 지급해준 발명자 보상금으로 수도권에서 집 한 채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진흥법에 따라 기술이전료의 50% 이상은 연구자들의 몫으로 주도록 되어 있고, 면세도 된다. 아주대학교는 기술이전료의 65%를 연구자들에게 주고 있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자들의 연구가 국민들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만큼 사회에 기여하고 산업에 활로를 열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기술이전과 관련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 등을 비롯해 기술이전 전문기관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점차 기업체에 기술이전이 된 이후의 후속 연구 지원에 대한 부분도 더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이전은 많은 시간이 걸리고 힘들지만 대신 연구개발에 박진감이 생기고 성공했을 때 뿌듯함이 크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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