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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新紀元'…이관순 대표 '직격인터뷰'

한국 제약 사상 최대 4조8000억 규모 신약기술 수출 쾌거
"R&D는 연속성 없으면 안된다"…13년간 30명이 한 과제만 '전념'

"당뇨 신약 기술수출 성과는 13년간 30여명의 연구진이 오로지 한 과제에만 연구를 전념해 탄생한 결과다. R&D 결과라는게 야금야금 나오지 하루 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뚝심 없으면 안된다. 적자를 내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R&D투자를 계속 늘려나갔다."

한국 제약산업 역사를 새로 쓴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의 말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5일 한국 제약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신약기술 수출 초대형 성과를 터뜨렸다.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제약기업 사노피-아벤티스와 총액 39억 유로(약 4조8000억 원) 규모의 당뇨 신약 포트폴리오 '퀀텀 프로젝트'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우선 계약금으로만 4억 유로(약 5000억원)를 받는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사진=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은 이 계약에 앞서 올해 이미 세 번째 중대형 기술 수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지난 3월 항암 신약 '포지오티닙'을 수출했고, 같은 달 면역질환 치료제를 총액 7800억원에, 7월에는 내성표적 항암신약을 8500억원에 기술 수출했다. 바이오‧제약업계에서는 '올해는 한미약품의 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퀀텀 프로젝트'는 바이오 의약품의 약효 지속 시간을 연장해주는 자체개발 핵심기반 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적용한 지속형 당뇨신약 파이프라인이다. 이 당뇨 신약이 상용화되면 당뇨병 환자들이 매일 맞아야 했던 인슐린 당뇨 주사를 최장 월 1회만 투여하면 된다. 당뇨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는 셈이다.

한미약품의 R&D 비용 규모와 비중은 단연 국내 1위다. 2007년 이후 매년 매출액의 약 10~20%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누적 R&D 투자액이 8000억 원대다. 국내 10대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 평균은 8%대다. 한미약품은 현재 랩스커버리 기반 콘셉의 바이오신약 6건, 차세대 표적항암제 합성신약 7건, 치료효율을 극대화한 개량·복합신약 11건 등 모두 24건의 신약을 개발 중이다.

이관순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미약품의 신약수출 신기원은 ▲임성기 회장의 철학있는 R&D 뚝심 투자 ▲13년간 30명의 연구진이 한 과제에만 몰두 ▲글로벌 신약의 전략적 선택과 적시 인재 영입 등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관순 대표는 서울대 화학교육과를 나와 KAIST 화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은 이공계 출신이다. 그는 1984년 한미약품에 입사해 30년 동안 한미약품의 굵직한 신약 연구개발을 이끌었다. 1997년 한미약품 연구소장으로 부임, 13년간 R&D를 총괄하다가 2010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됐다. 주로 영업통이 맡았던 한미약품 대표이사직을 연구소 출신인 이관순 대표가 맡으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R&D중심 제약회사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 다음은 이관순 대표와의 일문일답.

Q. 한국 제약 사상 최대 4조9000억 규모의 신약기술 수출 쾌거를 달성하셨다. 정말 축하드린다. 이번 '퀀텀 프로젝트'의 핵심 기여자는 누군가.

"현재 한미약품 연구소에 권세창 연구소장이 일등공신이다. 권 박사가 연구전체를 추스리느라고 고생이 많았다. 기술이전한 약물을 초기부터 연구한 사람이다. 내가 연구소장 할 때 관련 연구를 2003년도부터 시작했다. 권세창 소장이 처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13년동안 30여명의 연구진과 한 과제만 몰두해 이뤄낸 결과다. 권세창 소장과 30명의 연구진은 다른 과제를 절대 안했다. 회사는 거의 묻지마식 투자를 했다."

Q. 퀀텀 프로젝트에만 R&D투자가 수천억원이 넘어 회사 내·외부적으로 '과연 퀀텀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이야기가 많이 돌았다는데. 어떻게 중심을 잡았나.

"신약개발이라는게 고려해야 할 것이 여러 가지 많다. 임상 하는데에만 우리가 2상 2b 단계를 추진하는데 임상비가 거의 600~700억 원이 들었다. 일단 시작하면 다 써야 하는 돈이다. 그러니까 과연 잘 나올 것이냐의 문제는 회사의 운명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그 전까지 데이터나 경쟁환경을 보고, 투자하자 말자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 때가 어려울때였다. 더군다나 2~3년 전은 한참 흑자도 안나고 적자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퀀텀 프로젝트에 사활을 건 액수를 쏟아부었던 셈이다. 사실 제약업계에서는 성공하는 회사보다 실패하는 회사가 더 많다. 그런 상황에서 리스크를 무릅쓰고 확신을 갖고 투자를 한 것이다."

Q. 퀀텀 프로젝트에 투자 과정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랩스커버리 쪽으로만 매년 수백억원이 넘게 들어갔다. 당뇨치료 바이오신약군에 회사 전체 연구개발비의 60~70%가 들어갔다. 최근 10년간 R&D투자 8000억 원을 썼으면 5000억 원은 이 한 과제에 들어갔다. 그렇게 비중있게 오랫동안 투자한 프로젝트다. 그런데 어쨌든 이번 기술이전 수출 계약금이 5000억 원이 됐으니 단 번에 생산성이 많이 올라간 것이다. 한미약품 연구원이 400명이 넘는데 이 과제에 참여한 30명의 연구진이 회사 전체 R&D투자액의 60~70%를 책임졌으니 한미약품의 R&D특공대였던 셈이다."
 
Q. 그동안 한미약품은 R&D투자만 놓고 봤을 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행보를 보였다. 압도적인 R&D를 통해 신약개발에 매진했는데, 어려운 가운데 어떻게 그런 R&D투자를 꾸준히 할 수 있었나.

"뚝심없으면 안된다. R&D 결과라는게 야금야금 나오지 하루 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다. 개발하다가 또 다른 변수가 생길수도 있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님이 승부사 기질이 있으시다. 투자 결정을 굉장히 과감하게 했다. 그러한 임 회장의 혜안이 있으니 연구개발의 강력한 드라이빙 포스가 되는 것이다."

Q. 당뇨 신약기술 수출을 임상 2상 2b 단계에서 라이센싱 아웃을 했는데.
 
"우리가 계속 끌고 가는건 훨씬 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당뇨 신약이 꼭 개발될 수 있도록 좋은 파트너를 찾아가는게 리스크도 좀 줄이고, 또 잘 팔릴 때까지 끝까지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세일즈 네트워크도 없어서 어차피 신약을 글로벌 제약사에 넘겨야 한다. 임상 3상 들어가기 전 시기적으로 기술 가치를 극대화시키고 우리가 할 수 있는데까지는 최선을 다했다. 적당한 단계에서 필요한 제값을 받고 꼭 필요한 포트폴리오 파트너한테 찾아간 것이다."

Q. 당뇨 신약에 적용된 한미약품의 독자적 기반 기술 '랩스커버리'는 어떤 기술인가.

"우리의 핵심 기반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는 약효 지속 기술로서 어느 약에도 적용 가능한 범용 기술이다. 자체 개발한 약이든, 외국에서 개발한 약이든 약효를 늘려 전혀 새로운 부가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Q. '랩스커버리'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나.

"회사가 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회사에 리소스를 보고, 중요성을 결집하기 위해 기술에 고유의 맞는 이름을 붙인다. 우리가 붙인 이름이지만, 그냥 붙이는 것이 아니다. '랩스커버리'는 LAPscovery 롱(Long) 액팅(Acting) 프로테인 펩타이드(Protein peptide) 디스커버리 테크놀로지의 조합어다. 읽어보면 평이한건데 오래전에(2006년 개발) 네이밍 한 것이다. 플랫폼 테크놀로지라서 자주 인용되는데 우리가 이 기술을 설명하면서 ‘랩스커버리’라고 하면 대략 사람들이 ‘아 그 기술이 약효 지속 기술이지’하는 효과가 있다. 많이 듣다보면 고유명사화되는 것이다."

Q. 당뇨 신약기술 '퀀텀 디스커버리' 이름의 뜻은.

"기존 인젝터블 당뇨 신약 시장에서 환자들이 치료 주사제를 매일 맞아야 한다. 매일 여러번 맞기도 한다. 주사하는 것을 환자들이 불편해 하지만, 현재는 다른 대안이 없다. 당뇨병 환자들이 평생 맞는 약이기 때문에 체약주기를 늘려주고, 순응도를 높여주면 그게 시장 가치도 그만큼 커진다. 환자들이 매일 주사를 맞다가 1주일 혹은 한 달에 한 번 맞게 하는 것은 큰 변화다. 약간의 개선이 아니라 크게 개선되는 의미로 퀀텀이라는 이름을 붙여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이다."

Q.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 협상 과정에서 특별한 전략이나 원칙이 있었나.

"우리는 기술료의 업프론트(선수금)와 로열티(상품 상용화시 판매대금에 대한 보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번에 라이센스 아웃한 것도 대개 가져가는 쪽에서 강하게 커미트먼트(Committment)하는 걸 보여주는 증표가 바로 업프론트다. 업프론트가 제일 중요하다. 그래야 파트너가 기술을 가져가서 우선순위가 높은 쪽으로 회사 역량을 집결시킨다. 만약 적은 돈을 주고 기술을 가져가면 하다가 조금 다른 변화만 생겨도 개발 안하는 사례가 많다. 신약개발 초기에 외국으로 넘어간 우리나라 신약들이 업프론트를 100~200만 달러 수준에서 팔려갔는데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뭔가 상황이 조금만 변하면 그냥 기술을 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어쨌든 업프론트에 대한 커미트먼트를 많이 중요하게 생각했다. 신약개발에 대한 파트너 회사의 의지라고 봤다. 계속 기술 협상하면서 업프론트를 강조했다. 또 하나의 원칙은 성공했을 때 수익의 대부분은 로열티로 오기 때문에 로열티를 중시했다. 매출에 대한 로열티로 미래 수익을 담보하기 위해서 로열티는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술 협상에 임했다."

Q. 신약개발을 위한 R&D 전략은?

"무조건 글로벌이었다. 과거에는 국내 개발을 해서 국내에서 허가받고 해외 나가는 방식을 택했는데 그러다가 시기를 놓치고 실패했다. 처음부터 아예 글로벌하게 개발하는 전략을 세웠다. 아예 시작할 때부터 글로벌에서 경쟁력 있는 신약을 계속 개발했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개발을 하지 말고 죽였다. 약간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신약 후보는 우리가 투자를 하지 않고 나중에 결과가 조금이라도 기대되면 외국 벤처기업에 싼값에 팔자는 전략으로 움직였다. 이런 전략적 선택이 중요했다."

Q. 강력한 영업력 중심에서 R&D 중심으로 회사가 탈바꿈한 배경은.

"우리는 R&D중심의 제약회사가 되어야만 한다. 아주 제한된 국내 시장에서 제약 회사를 한다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다. 영업력도 한계가 있고, 성장의 한계도 있다. 여러 가지 수익성 측면에서도 해외로 가야만 한다. 그런데 어떻게 갈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 우리는 R&D를 중심으로 봤다. 이전에도 보면 모 대기업이 그랬지만 R&D를 적극적으로 투자해도 아웃풋이 초기에 뽑을 수도 없다 보니 실망해서 투자를 줄이거나 멈추기 마련이었다. 우리는 제약사 이다보니 다른 선택이 없었다. R&D를 해야만 했다. 우리 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를 정하고 콘트롤 해왔다. R&D의 아웃풋 없이는 제약회사가 글로벌 회사가 될 수 없다고 확신했다. 회사가 이익을 위해 또는 적자 내기 싫어서 R&D 투자를 줄이기 쉽다. R&D는 연속성이 없으면 안되는 것이다. 임성기 회장의 철학이 그래서 중요했다. 회사가 어려워도 방향성을 갖고 계속 R&D투자를 늘려왔다. 흔들리지 않고. 적자를 내면서도 R&D 우선이었다. 그렇다고 R&D는 보장된 것이 아니다. 갑자기 허물어 질 수도 있다. 그래서 임성기 회장의 철학이 더욱 중요했던 것이다."

Q. 한미약품은 R&D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전반적으로 사람에 대한 신뢰관계가 강하다는 업계 평이 많다. 인적자원은 어떻게 운영했나.

"적시에 필요한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영입을 꾸준하게 했다. 한꺼번에 몇십명씩 영입하지 않았다. 내부에서 오랫동안 신뢰가 쌓인 인재들이 많다. 회사의 방향성을 아는 내부 조직력이 강하다. 그런 바탕아래 여러 탤런트를 가진 외부 전문가들을 하나 둘씩 영입해 왔다. 우리도 어떤 부문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임상이나 라이센싱, 규제, CMC(Chemistry, Manufacture & Control) 분석기술 등 전문적으로 탤런트를 가진 사람들을 영입한 것이다. 영입한 뒤 이들은 내부에서 오랫동안 회사와 신뢰를 쌓은 인재들과 호흡하며 트레이닝 과정을 거쳤다. 최근 몇 년 동안 중요한 요소요소에 사람들을 적시 영입해서 내부 인력과 하모니를 이뤄 부족한 부문을 메꿔나갔다. 신약개발을 하려면 의사들도 많이 필요하니까 의사 MD 출신도 7~8명 영입해 R&D도 하고 임상도 하고 마케팅쪽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Q. 연구소장 출신으로 대표이사가 됐는데.

"난 회사 들어와서 연구만 한 사람이다. 갑자기 대표가 되는 바람에 영업을 겸해서 하고 있지만 지금도 회장님과 함께 중요한 연구과제들을 직접 챙기고 있다. 대표가 된지도 벌써 5~6년이 지났다. 임 회장님이 연구과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직접 챙기시니 대표인 나도 직접 과제에 참여는 안하지만 연구과제를 챙기지 않을 수 없다."

Q. 임성기 회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거의 매일 몇시간씩 한다. 중요한 프로젝트들은 아주 디테일한 것부터 챙긴다. 회장님이 누구보다 디테일하게 챙긴다. 당연히 그래야 회사가 관심을 갖고 움직인다. 밑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은 덜 중요한 것만 그렇게 한다. 회사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프로젝트들은 Top 매니지먼트에서 챙겨야 한다. 우리는 꼭 챙겨야 할게 R&D쪽이 많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 결과물들이 의도한 것도 아닌데 한꺼번에 나왔다. 라이센스 계약이 올해 특히 많았다. 앞으로는 새로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도 있고, 거기다가 아주 더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있다. 내부에서 만들어 내는 것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찾고 있다. 2020년 해외매출 비중이 50% 넘도록 하고, 순이익이 2000억 원이 나오는 신약개발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10년 한미약품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단위: 억원)

구분 

매출

R&D

매출대비 R&D 비중

2005

3,765

325

8.60%

2006

4,222

406

9.60%

2007

5,010

548

10.90%

2008

5,583

567

10.10%

2009

6,161

824

13.40%

2010

5,950

852

14.30%

2011

6,062

840

13.90%

2012

6,740

910

13.50%

2013

7,301

1,156

15.80%

2014

7,613

1,525

20.00%

2015 3Q

7,276

1,380

19.00%

합계

65,683

9,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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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퀀텀 프로젝트.<사진=한미약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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