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에서 R&D 배운다 下]국내 유수 제약사들 인접…자생적 신약개발 클러스터의 본보기로 급부상
연구소장 모임 등 교류 모임에도 힘써

한미약품 중앙연구소가 위치한 동탄 2신도시. 허허 벌판이었던 이곳에 건물이 들어서고, 도로 포장이 한창이다. 한미약품이 주목받으면서 동탄과 주변 일대가 신약개발 종합 허브로서 새로운 R&D 지도를 그려가고 있다.

동탄과 주변일대에는 자생적으로 한미약품, 종근당 등 국내 유수 제약사들이 4km내에 위치하게 되면서 클러스터 형태의 지리적 인접성을 갖게 됐다. 

동탄은 경부고속도로, KTX 등의 최상급 교통여건을 갖춘 수도권 광역교통의 중심지로 교통이 편리한데다 인근에 삼성나노시티를 비롯해 두산중공업, 한국 3M 등의 대기업과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성균관대, 아주대 등의 대학교도 인접해 있어 우수 인재 확보와 산학 연계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동탄테크노밸리는 판교테크노밸리, 광교테크노밸리와 함께 첨단산업 삼각지대를 구축할 후보로 꼽힌다. 동탄2신도시 북측 도시지원용지에 판교 테크노밸리의 2.3배 규모의 용지에 연구시설, 벤처시설 등이 입주할 계획이다. 

새로운 R&D 지도를 그려가고 있는 한미약품.<사진=강민구 기자>
새로운 R&D 지도를 그려가고 있는 한미약품.<사진=강민구 기자>

◆10여년전 허허벌판에서 광교, 판교까지 잇는 3각 클러스터로 부각

10여년 전 한미약품 동탄 연구센터를 다녀갔던 바이오 기업인들은 허허벌판에 연구소만 덩그러니 있었다고 회상한다. 경부고속도로 인근에 있는 시골 연구소의 이미지로 업계에서 말이 오갔다.

한미가 자리잡은 기존의 동탄 일대는 녹십자, 동아제약 등의 제약사들과 바이오 기업 등이 자리해 있었다. 이어 한미약품 중앙연구소가 지난 2004년 판교에서 동탄으로 이전해 왔다. 비슷한 시기에 인근 4km 반경에 제약회사 연구소들이 줄지어 건물이 들어섰다. 종근당은 지난 2011년 기존의 천안 종합연구소와 광교연구소를 통합해 용인에 효종연구소를 설립·이전했다. 유한양행도 지난 2005년 기흥에 중앙연구소를 설립한 바 있다.

지리적으로 서울서 출퇴근이 가능하고, 좋은 인재들을 유치 가능한 지역을 찾다 보니까 자생적으로 클러스터가 구축되고 있는 상황.

권세창 한미약품 연구소장은 "연구소 주변 풍광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다 논밭이었는데 동탄 1신도시, 2신도시가 생기면서 도로가 증설되는 등 개발이 한창이다"고 설명했다. 

잇따른 기술수출 쾌거로 재조명 받고 있는 한미약품 동탄 중앙연구소는 한국 신약개발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바이오‧제약사들의 연구집적단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동탄은 새로 개발될 넓은 평야를 가진 곳으로 제2, 제3의 연구센터 확장이 가능한 곳이다. 실제 한미는 바로 옆 상당 부지를 이미 매입해 제2 연구센터 건설을 복안중이다. 한미약품의 영향력이 막강할 뿐 아니라 4km 반경 내의 한국의 대표적인 제약회사들이 어느 지역보다 많이 포진해 있다. 한미약품은 동탄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인근 부지를 매입해 제2연구센터로 활용할 예정이다.

제약기업 연구소들이 동탄에 모여있다는 의미는 한국의 신약개발 R&D의 구심력을 높이는 신약개발 클러스터와 같은 존재라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동탄이라는 자생적 신약개발 클러스터 존재가 있음으로 해서 국가적 R&D 정보의 중복이나 투자의 분산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고 확실한 선택과 집중의 투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주요 제약업체의 파이프라인(신약후보 물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자본력과 기술력을 축적해 신약 개발을 활발히 진행중이다. 특히 임상 후기 과제가 많아져 조만간 의미있는 기술 수출이 기대된다.

녹십자는 면역결핍 치료제 면역글로불린제제 'IVIG SN'의 임상 3상 시험을 미국·캐나다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허가 준비단계에 있다. 

또한, 녹십자는 희귀병인 헌터증후군의 치료제 'Hunterase'를 세계 2번째로 개발에 성공한데 이어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제조사가 한 곳 밖에 없어 공급이 중단되면 환자 치료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희귀의약품을 통해 기존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약 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종근당은 항암제 개발 중에 고도비만 억제 효과를 발견한 'CKD-732'가 호주에서 임상2상에 진입했으며, 자궁경부암 백신 'CKD-12201'과 이상지질혈증치료제 'CKD-519' 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용인 일대가 제약 연구하기에는 굉장히 좋다"면서 "경기바이오센터와 같은 지원기관들이 광교에 있고, 수원에 성균관대, 아주대 등의 대학도 인접해 있어 인재 리쿠르팅에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동탄과 인근에는 한미약품, 종근당, 유한양행, 삼성전자 등이 위치해 있다.<사진=구글 맵스>
동탄과 인근에는 한미약품, 종근당, 유한양행, 삼성전자 등이 위치해 있다.<사진=구글 맵스>

자생적 연구소장들간 교류…앞으로 활성화 기대

이 지역의 연구소장들은 공식적‧비공식적 모임을 갖고, 교류에 힘써 왔다. 공식적으로는 1년에 2번 정도 한국제약협회 산하 연구개발위원회를 통해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연구개발위원회에는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을 위원장으로 녹십자, 대웅제약, 동국제약, 종근당 등 22개사 연구소장들이 소속되어 있다.

연구개발위원회는 그동안 유한양행, 중외제약연구소 등 각 회원사를 순회하면서 R&D 방향, 국제 협력 방안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 

또한, 비공식인 모임도 2달에 1번씩 진행하면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경조사를 챙기는 등 협력 증진을 모색해 왔다.

올해 봄, 한미약품이 표적항암제 'Poziotinib'의 미국 스펙트럼사에 기술수출하고, 면역질환치료제 'HM71224'를 Eli lilly 사에 78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축하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연구개발위원회는 정기·비정기적으로 교류하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제약협회 제공>
연구개발위원회는 정기·비정기적으로 교류하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제약협회 제공>

◆ 국가 R&D 신약개발 투자방향 어떻게?…전문가들 "연구자 중심 R&D 변화 계기로"

전문가들은 앞으로 연구자 중심의 R&D 환경 구축과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권세창 한미약품 연구소장은 "각 회사별로 자신들만의 신약 R&D 전략이 있으며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연구자 입장에서 성과를 도달하려는 노력과 연구소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맞물린다면 좋은 성과가 따라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범태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연구자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정책이 집행되고, 전폭적 지원을 통해 결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신약개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갖고 정책지원에 임했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바이오·의약 벤처 기업인 A씨는 "산학연이 공동으로 아이템 발굴부터 개발까지 참여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면서 "글로벌 타겟을 위해 중요한 사업개발(BD) 전문가 육성이 업계에서 시급하며, 창업활성화를 위해 출구 전략에 대한 정책 지원도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실험실 모습.<사진=김요셉 기자>
한미약품 실험실 모습.<사진=김요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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