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규 학생, 모교에 3000만 원 기부한 사연
정부 교육 지원에 책임감…"받은 만큼 돌려주겠다"

"국가에서 과학영재학교, KAIST 등의 학생들에게 많은 정부 장학금을 지원을 해주고 있죠. 저 또한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원을 받으며 공부해왔습니다. 국가에서 큰 지원을 받고 있다는 책임감이 있었습니다. 국가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투자 대비 효과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KAIST 재학생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후 매각으로 발생한 수익금 중 일부인 3000만 원을 대학 발전기금으로 내놨다. 이는 재학생 기부액 중 최고 금액이다.

주인공은 오승규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에 재학생. 그는 지난 2010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막 보급되기 시작할 때 쯤. 기존 지하철 노선을 알려주는 앱이 불편해 직접 개발에 나섰다.

그가 개발한 '지하철 내비게이션' 앱은 출발역과 도착역만 지정하면 실시간 운행시간을 확인해 최단경로를 찾아준다. 뿐만 아니라 가장 먼저 오는 열차, 첫차, 급행열차, 환승 통로 이용시간까지 고려해 최적의 경로를 계산해 준다.

오승규 학생은 혼자만 앱을 사용하기가 아쉬워 오픈마켓에 배포했다. 이후 구글플레이에서 지하철 앱 다운로드 순위 2위를 기록 중이며, 5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면서 광고수익도 발생했다.

그러던 중 올 초 카카오로부터 앱 인수 제의를 받고 합리적인 가격에 양도했다. 아직 학생이지만 거액의 수익을 올리게 되자 학교가 떠올랐다는 것. 그는 조금의 주저 없이 3000만 원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내놨다.

◆ 10년 지원에 '결초보은'…"국가가 나에게 투자한 만큼 돌려준 것"

모교에 3000만 원 기부한 오승규 재학생. <사진=박성민 기자>
모교에 3000만 원 기부한 오승규 재학생. <사진=박성민 기자>
"저는 '받은 만큼은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국비를 지원받으며 공부해 왔죠. 국가에서 저에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 줬고, 이에 대한 성과가 나왔습니다. 국가에서 받은 만큼 돌려드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기부를 결정했습니다."

한국과학영재학교를 거쳐 KAIST에 입학한 그는 국가로부터 큰 지원을 받고 있다는 책임감을 항상 품고 지내왔다. 그러던 중 앱 개발 수익금이 모여 그동안 받아온 정부 지원을 환원하는 차원에서 모교에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

먼저 학교 차원에의 역할에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개인의 노력과 재능에 더불어 학교에서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면, 학생이 공부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원한 학교 역시 의미 있는 역할을 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뛰어난 동문들이 큰 성공을 이루어 후배들의 성장을 이끌어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근 IT·BT·NT 등의 첨단 기술 산업의 등장으로 개인도 충분히 고부가가치형 산업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 오 학생의 설명이다.

그가 후배들에게 바라는 점은 한가지다. 학업에만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경험과 시도를 해보라는 것. 그는 "학업에 집중하다 보면 여유 시간을 빼앗기기 마련"이라며 "여유 시간을 만들어 다양한 경험과 도전으로 시행착오를 겪고, 내공을 쌓아 고부가가치형 산업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오 학생의 앱 성공기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앱 출시 이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4년 전부터 업데이트 데이터 용량이 점차 방대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앱의 한계 용량이 초과하면서 2년간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앱을 방치하게 된다.

오 학생은 앱 관리·유지를 포기했지만, 사용자들은 꾸준히 앱을 이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오 학생에게 업데이트 요구·문의 등의 이메일이 수차례 왔다. 500만 사용자를 위한 앱 관리·유지를 결심한 끝에 대용량 데이터를 입력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낸다.

대용량 데이터의 패턴을 추출해 일종의 압축으로 빠르고 간편하게 앱으로 입력이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이후 사용자를 위해 업데이트를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고, 사용자의 만족도는 점점 높아졌다.

그는 "업데이트가 안돼 사용자가 다른 앱을 사용할 줄 알았는데, 꾸준히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사용자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앱 개발자로써의 도리가 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학생이 만든 개인법인 이름은 '오리지날'이다. '오승규'의 성과 KAIST의 상징인 오리를 합해 '날아오르는 오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는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던 환경에서 벗어나 사회생활을 경험하며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 오리가 더 높게 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성모 총장은 "오승규 학생의 선례를 계기로 학교발전을 위한 마음이 KAIST 전 구성원에게 모두 전달되기를 바란다"며 "학교 발전에 소중히 사용하겠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