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출신 상임감사 선임 이어 원장도 KT 출신 유력설
11일 이사회서 최종 결정…현장에선 "낙하산 인사 실패 우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상임감사에 이어 원장까지도 KT 출신 유력설이 돌고 있어 과학기술계의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연구현장에서는 특정 업체의 전횡이 우려될 뿐만 아니라 과연 제대로 된 연구소 운영과 대덕특구 발전이 되겠는가라며 우려를 표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동안 줄곧 연구소 내‧외부 출신 중심으로 기관장이 선임되던 ETRI는 내부 연구원들 사이 '국가를 대표하는 IT기관을 KT가 접수하나'라며 술렁이고 있다.

사실 ETRI의 통피아 출신 낙하산 이슈는 이번 원장 공모에서 불거진 것이 아니다. 지난 3월 KT 출신의 상임감사가 선임된 후 또 다시 원장 공모가 시작되자마자 기관장 자리까지도 KT 출신 인사 유력설이 나돌아 여파가 커졌다.

ETRI 상임감사 선임 절차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시작됐다. 작년 12월 감사 임기가 종료돼 예정대로 감사 공모가 3배수까지 가려졌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이사회의 과반수 찬성 부족 이유로 무산됐다. 3개월간 공석이 계속된 뒤 속전속결식 재공모 과정을 거쳐 2주만에 현 KT 출신의 상임감사가 선발되자 결국 통피아 출신 낙하산 인사를 위한 과정이 아니었냐는 의심을 낳게 했다. 현장에서는 KT출신 낙하산 인사가 모 국회의원과의 깊은 친분으로 상임감사가 됐다는 소문이 거의 정설이 된 분위기다.

현 김춘식 ETRI 상임감사는 1992년 한국통신(현 KT)에 입사해 12년간 KT에서 근무하다가 방송위원회 방송정책실장을 역임하고, 2007년부터 경민대 e-비즈니스경영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그런 가운데 상임감사에 이어 이번 원장 공모까지 KT 출신 유력설이 공모가 시작된 직후 불거지자 연구현장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ICT 연구기관의 원장 선임이 KT 통피아 출신의 장난인가라며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유력설이 나도는 이상훈 전 KT 사장은 KT에서 통신망연구소장, 연구개발본부장, 사업개발부문장 등을 비롯해 KT 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KAIST 초빙 교수 신분으로 공학한림원 산업발전규제개혁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다.

KT 출신의 ETRI 원장 유력설에 대해 정부와 연구회 측은 특정 인사의 내정설이나 유력설은 사실 무근이며 선임 과정도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 가운데 ETRI 노조는 최근 선호하는 차기 원장의 자질과 역량, 해결과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9월 23일부터 3일간 880여 명의 직원이 응답한 설문조사에서 신임 원장 출신으로 ETRI 출신 외부인사(31.2%)와 ETRI 내부인사(30.0%) 등 총 60%가 넘는 직원들 응답이 ETRI 출신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계(정치인) 인사'를 원한다는 응답도 20.0%였다. 이와 함께 '차기 원장이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로 기관 운영의 독립성과 연구 자율성 확보(27.5%)를 가장 우선순위로 꼽았다.

과학기술계 한 인사는 "전통적으로 낙하산 인사가 연구소 운영을 했을 때 제대로 된 경영을 펼치는 사례는 거의 보기 힘들다"며 "기관과 기술,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리더가 차기 수장이 되어야 연속성과 수월성을 담보한 국가적 R&D 경영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ETRI 한 연구자는 "3명의 후보중 누가되든 모두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훌륭한 리더들"이라며 "그러나 감사에 이어 기관장까지 KT출신이 되는 것은 여러가지 운영상 오해 아닌 오해도 살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이사회가 심사숙고해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TRI 원장 선임은 11일 오후 3시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주관하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ETRI는 오는 14일 원장 이‧취임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ETRI 차기 원장 3배수에 오른 인물은 김명준 ETRI 책임연구원, 안치득 ETRI 책임연구원, 이상훈 KAIST 초빙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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