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완 KAIST 교수 "뇌과학과 인공지능 접목한 연구 목표"
칼텍·MIT 등 세계적 대학 다양한 전공 융합 시도

"세계적인 인공지능 연구는 이 분야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 신경과학, 경제학 등 다학제간 융합연구를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알파고는 인공지능연구와 신경과학 등의 결합 과정 중에 나온 하나의 사례일 뿐입니다. 단기적인 연구성과에 급급하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연구와 학문의 융합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인공지능연구의 발전을 위해 이상완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바둑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대국으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교수는 승패자체보다 이번 알파고의 성공이 주는 융합연구의 중요성과 앞으로의 인공지능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11일 KAIST 바이오·뇌공학과의 강연 홀에서는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이하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의 강연이 펼쳐졌다. 한국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하사비스 대표가 쇄도하는 강연 요청 속에 KAIST를 찾은 이유는 이 교수와의 인연 때문. 이 교수는 KAIST에 부임한지 3개월 된 신진 교수다. 그를 만나 하사비스 대표와의 인연부터 뒷이야기, 인공지능 연구 방향 등에 대해 들어 봤다.   

◆ MIT 포스닥 中 만난 하사비스 대표…"뇌과학 전공자로서 인공지능과의 결합 모색"

이상완 교수와 하사비스 대표의 인연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서 학위를 마치고 MIT서 포스닥을 수행하던 이 교수와 마찬가지로 하사비스 대표도 영국 UCL(University College London·이하 UCL)의 웰컴 트러스트 연구원(Wellcome Trust Research Fellow)으로서 MIT와 하버드를 오가면서 포스닥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뇌과학을 전공한 하사비스 대표는 이를 인공지능과 결합한다면 재미있는 일들이 가능해 질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반면, 이 교수는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뇌과학과의 접목을 모색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은 대화 상대가 됐다.  

이상완 KAIST 바이오·뇌 공학과 교수.<사진=강민구 기자>
이상완 KAIST 바이오·뇌 공학과 교수.<사진=강민구 기자>
이상완 교수는 "당시 포스닥이었던 하사비스 대표는 소박하면서 호기심이 많았으며,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 항상 배우고 대화하려는 자세를 갖고 있었다"면서 "서로의 강점이 상반되면서 공통의 문제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끔 융합 관련 이야기들을 나눴다"고 회상했다.

이후 하사비스 대표는 영국으로 돌아가 딥마인드를 창업했고, 이 교수는 칼텍(Caltech·캘리포니아공대)으로 옮기면서 서로 길이 엇갈렸다. 4년 동안 서로 연락을 못하던 상황에서 이 교수는 올해 1월 하사비스 대표의 방한 소식을 듣고 학과에 초청하게 됐다. 

이상완 교수는 "개인적 관심사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융합연구의 본보기가 되고 용기를 줘야 한다는 생각에 학과에서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IT 헬스케어 사업 해외 석학 강연'의 일환으로 초청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하시비스 대표가 이 교수와의 인연뿐만 아니라 한국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인 KAIST의 열기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 강연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강연 당일 하사비스 대표와 이 교수는 개인적인 교류를 많이 하지 못했다. 아침회의 이후 KAIST를 찾은 하사비스 대표가 저녁 회의를 소화하기 위해 강연 후 곧바로 서울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딥마인드는 딥러닝 분야에서 전세계의 유능한 인공지능 연구자들을 채용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인턴십을 지원해서는 기회를 창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광현 바이오·뇌공학과 학과장과 이 교수는 이번 일정 중에 하사비스 대표에게 KAIST 학생들의 인턴십을 제안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이 교수는 "이번 강연을 통해 그가 KAIST 학생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없지만 딥마인드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학생들이 앞으로 도전하는데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완 교수 연구실 한 켠의 화이트 보드에는 다양한 아이디어 스케치가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이상완 교수 연구실 한 켠의 화이트 보드에는 다양한 아이디어 스케치가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 칼텍·MIT 등 세계적 인공지능 연구 추세는 융합…"새로운 것 창조"

이상완 교수는 세계적 연구자들과 많은 국제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칼텍에서 지난 5년 동안 만났던 동료 연구자, 원로 교수 등과의 끈을 아직까지 놓지 않고 있다. 당시 함께 일하던 비슷한 연배의 동료 연구자들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교수로 부임해 교류하고 있으며, 취리히대와 칼텍의 원로 교수들과도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 교수가 꼽은 협력 연구가 잘 되기 위한 조건은 공통의 해결 과제가 있으면서 서로의 강점은 다른 경우다. 그 예 중 하나가 취리히대와의 협력연구다. 이 교수가 실험설계와 분석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지만 뇌자극 분야에 대해서는 경험이 부족하다. 취리히대는 그 반대이기 때문에 협력이 활성화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 연구 동향은 학과의 경계가 없는 융합 연구를 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 이러한 흐름을 몸소 체험하고 돌아왔다. 칼텍에서는 계산모델과 신경과학의 융합 연구를 위해 전자공학, 경제학, 뇌과학, 심리학 등 최소 4개 분야가 밀접하게 연계된 'Computation & Neural Systems Program'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MIT에서도 전자공학, 전산학, 뇌과학, 인지 심리학 등이 연계된 ‘McGovern Institute for Brain Research’ 등 같은 건물에서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칼텍은 당장의 성과가 나오는 연구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오로지 남들이 안하는 것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논문은 이러한 활동 중에 발생하는 부산물로 간주되고 있지만, 우수 논문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예를 들면 뇌과학 연구실 맞은 편에 경제학과 연구실이 있어 서로 의견을 활발히 교환하고 연구를 함께 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것을 창출하기 위한 융합적 인공지능 연구 흐름을 한국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공지능 연구에 학문 융합 필요…이 교수 "인공지능과 뇌과학 접목한 연구 목표"

"인간 뇌의 시각 신경시스템 연구자들의 연구결과가 축적되면서 딥러닝 발전이 가능할 만큼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최근의 딥러닝 주요 패러다임인 컨벌루셔날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나 딥 볼츠만 머신(Deep Restricted Boltzmann Machine) 등도 인간 신경시각시스템의 계산 메커니즘과 많은 유사성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1980년대부터 컴퓨터 시각화(Vision)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 신경망(Neural Net) 연구는 최근에 딥러닝(DeepLearning)으로 발전되어 오면서 연구자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딥러닝의 성공 사례를 제시했다.  

기존에 사람 얼굴 찾기 등 단순한 이미지 어플리케이션 분야에 국한되었던 딥러닝이 전통적 응용 방식을 떠나 의사결정, 전략 설정, 추론 등 강화학습의 성공적 사례를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상완 교수는 "딥마인드는 단순한 인공지능 관련 기업이 아니다. 알파고는 딥마인드가 추진하고 있는 연구의 극히 일부일 뿐이고 내부적으로는 시스템 신경과학 연구도 하고 이를 응용해서 인공지능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다방면으로 하고 있다"면서 "단순한 현상보다는 뇌과학과 인공지능의 접목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연구 과정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공지능을 전공한 이 교수는 누구보다 융합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이 분야 연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행동과 메커니즘을 파악해야 하는데 기존의 연구는 서로 개별적으로 추진되면서 한계점을 많이 느꼈던 것이다. 따라서, 이 교수는 학위 과정 이후에는 뇌과학 연구를 수행해 왔다.

이 교수는 "알파고가 성공했다고 단순히 인공지능 분야에만 투자하면 예전의 인공지능 연구를 답습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작은 어플리케이션 개발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 관점의 융합연구이며, 다양한 난제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장기적 지원시스템 마련과 다학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임한지 3개월 된 이 교수는 KAIST에 적응하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앞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학습열기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뇌과학과 인공지능 분야 연구와 접목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학과 차원에서도 뇌인지 공학 프로그램, 바이오·IT 헬스케어 사업 등 융합 연구를 위한 좋은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그의 앞으로의 목표는 뇌과학과 인공지능연구를 접목해 그동안 각 분야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들을 해결해 가는 것. 이 교수는 "뇌과학과 인공지능을 잘 결합시켜 '인간의 지능이란 무엇인가'나 '학습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가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뇌과학과 인공지능연구를 접목해 그동안 각 분야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들의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상완 교수.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사진=강민구 기자>
뇌과학과 인공지능연구를 접목해 그동안 각 분야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들의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상완 교수.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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