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첫 승리에 서로 축하…알파고 팀도 싱글
"훈련에 의미 두어 많은 개선 계기…이 선수 택한 이유"

이세돌 9단이 4국 승을 거둔 뒤 환하게 웃으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승리"라고 감정을 표현했지만, 알파고는 경기에 패한 뒤 "AlphaGo resigns"라는 문구만 내보냈다. 인간과 기계의 감정표현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그림이다. <바둑TV 캡쳐=대덕넷>
이세돌 9단이 4국 승을 거둔 뒤 환하게 웃으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승리"라고 감정을 표현했지만, 알파고는 경기에 패한 뒤 "AlphaGo resigns"라는 문구만 내보냈다. 인간과 기계의 감정표현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그림이다. <바둑TV 캡쳐=대덕넷>

이세돌 선수가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첫 승을 거뒀다. 그동안 내리 3판을 지며 침체 상태이던 한국 기원측과 한국어 기자실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처음으로 게임에서 진 알파고 측도 침울한 표정은 찾을 수 없고, 새로운 개선점을 찾았다며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대국이 끝나고 기자 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이세돌 9단은 "3국을 이기다가 1국을 졌으면 기분이 안좋았을 터인데, 내리 지다가 1승을 거두니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승리"라고 소감을 밝혔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대표는 "이세돌 선수가 정말 환상적인 경기를 했다"고 칭찬하며 "알파고가 오늘 좋은 경험을 했다. 이번 경기의 목적 가운데 하나도 알파고의 약점을 찾아내 개선시키는 것이었는데, 이세돌 선수가 알파고의 허점을 찾아내 이겼다. 기보 등을 분석해 약점을 보완하고 더 기량을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 제기된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해 이 선수는 "알파고에 대해 처음 어느 정도 정보가 있었다면 수월했겠지만, 기본적으로 제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라며 "정보 비대칭이 큰 문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편, 남은 대국은 1차례이고, 5국은 15일 열릴 예정이다.

4국이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선수는 "알파고가(자기가 잡은 돌이) 흑일 때 힘들어하는 것 같다"며 "오늘 경기에서는 내가 백을 잡고 이긴만큼 마지막 대국에서는 반대로 하고 싶다"고 알파고팀 측에 제의했다.

그는 하사비스 대표를 쳐다보며 "다음 대국에서 돌잡기를 하지 말고 여기서 아예 내가 흑을 잡는 것을 허용하도록 부탁한다"고 말했고, 이에 하사비스 대표도 흔쾌히 승낙했다. 다음 대국에서는 이 선수가 흑, 알파고가 백으로 경기가 진행될 전망이다.

4국 승리에 대해 과학자들은 기쁨을 나타내며 한국 과학이 앞으로 알파고 이상의 인공지능을 개발해 미래 사회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문홍규 천문연 박사는 "인공지능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 우리는 철학과 윤리 측면에서 깊이 성찰해야 한다"며 "정부는 이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기술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그 바탕이 되는 수학, 물리학, 생물학, 뇌과학, 인지과학 이외에 철학, 인류학, 심리학 같은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는 정책을 동시에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대국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공지능은 자연과학과 공학이 만나는 접경지대일 뿐 아니라, 인문학의 뒷받침이 없다면 우리 인간과 사회를 겨누는 무기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 한국이 '따라 하기'를 멈추고 무언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한발 앞서 국제 사회에 그 비전과 철학, 그리고 표준을 제시해야 한다. 그게 선진국"이라고 덧붙였다.

정용환 원자력연 박사는 "딥마인드가 글로벌 차원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국경을 뛰어넘어 활동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울타리를 벗어나 첨단 분야 연구에서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원유형 KIST 정책실장은 "이번 경기를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진 것을 일상에서도 실감한다"면서 "과학계에서 이번 계기를 잘 살려 인공지능과 관련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도록 몰입할 필요가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제4국 경기를 마치고 이세돌 9단과 허사비스 딥마인드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석봉 기자>
제4국 경기를 마치고 이세돌 9단과 허사비스 딥마인드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석봉 기자>

기자회견장 내부에서 취재열기가 뜨겁다. <사진=이석봉 기자>
기자회견장 내부에서 취재열기가 뜨겁다. <사진=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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