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인 KAIST 석좌교수 연구팀, 미세조류 관련 신기술 '펑펑'
한 교수 "경제성 높은 미세조류 대량생산 기술 개발 중요"

한 교수가 담당하는 연구분야가 넓어 그를 따르는 연구생들도 제법 많다. 예정없이 찾아갔음에도 연구생들이 기념촬영에서 환하게 웃어보인다.<사진=박은희 기자>
한 교수가 담당하는 연구분야가 넓어 그를 따르는 연구생들도 제법 많다. 예정없이 찾아갔음에도 연구생들이 기념촬영에서 환하게 웃어보인다.<사진=박은희 기자>
"미세조류와 관련한 기술은 많지만 경제성 있는 기술은 아직 없습니다. 새롭고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할 것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프런티어사업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이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한 2012년. 연구단 소속 한종인 KAIST 교수가 공개적으로 밝힌 포부다. 딱 4년 만이다. 언론 앞에 다시 선 그는 당당했다. 이미 미세조류계의 겁 없는 '개척자'로 다양한 신기술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단의 연구 분야 중 그의 손이 거치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다. 미세조류의 배양부터 수확, 오일 추출, 바이오디젤로의 전환까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 현장에 적용하는 등 미세조류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기술 개발로 쉴 새 없는 그를 만나 그동안 미세조류 연구에 도입된 새로운 기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경제성' 약한 기술은 취급 안 해···"대량생산 기술 확보해야"

그의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미세조류의 대량생산을 위한 '경제성'이다.  

이는 4년 전 밝힌 포부의 핵심이기도 하다. 잠재력 높은 미세조류가 훌륭한 바이오 연료가 되기 위해서는 질이 좋아야 하지만, 결정적으로 저렴해야 한다. 그래야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기술도 비싸면 '죽은 기술'로 구분하는 이유다. 

가령 미세조류를 원료로 사용해 바이오디젤을 만들려면 미세조류 배양액에서 물을 제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광합성 미생물의 특성상 99%가 물이고 바이오매스는 겨우 1%뿐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략 물이 80% 수준인 20% 바이오매스를 만들어야 하부공정의 단가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수확(harvesting)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방법은 원심분리법.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기계 안에 미세조류 배양액을 넣으면 원심력에 의해 물과 미세조류가 분리된다. '탈수기'와 같은 원리로 효과는 좋으나 전기세 등 비용이 과도하게 많이 든다.

좀 더 실용적인 기술로는 '응집'과 '막여과' 활용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응집의 경우 응집제라는 화학약품이 첨가돼야 하기 때문에, 약품에 대한 비용 부담이 있고 무엇보다도 배지 재사용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 막여과 기술은 미세조류에 의한 막오염이 다른 막기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한 교수 연구팀은 이런 단점들을 미세조류라는 대상에 맞게 개선했다. 응집의 경우 철판에 전기를 걸어 녹이는 방식으로 응집제를 배양액에 투여했다. 이렇게 하니 배지에 남은 응집제 양을 최소화 할 수 있어 배지 재사용이 가능하게 됐다. 

연구팀은 탄광 폐수도 활용했다. 탄광에선 쓸모없는 폐수지만 응집제 역할을 하는 철이온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이를 응집제로 사용했다. 응집제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을 없애고 탄광 폐수를 정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도 얻게 됐다.  

또 막기술에는 직경이 급격히 변하는 관을 통해 물이 흐를 때 생성되는 수리학적 공동현상(hydrodynamic cavitation)을 활용해 막오염이 발생하기 않도록 했다. 

한 교수는 "여과막 장치 입구에 작은 구멍 몇 개 뚫려 있는 판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막표면에 축적되는 미세조류 층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매우 효과적일 뿐 아니라 막여과 장치에 추가 장치 및 전기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막오염은 미세조류 세포가 막표면과 물리적으로 접촉할 때 발생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물리적인 여과막이 아예 없는 막여과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한 교수는 "신기술 연구에 있어 경제성을 가장 중요시 생각한다. 자동차를 굴리는데 원유보다 비싸면 누가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려 하겠는가. 경제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추기 위해서는 싸고 좋은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밝혔다. 

◆ "이산화탄소‧질산 등 오염물질을 유용한 물질로"···지속적 노력 통해 신기술 개발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일삼는 한 교수는 이산화탄소, 질산 등 오염물질도 미세조류 연구에 유용한 물질로 활용하고 있다. 연구실 벽에 붙은 화이트보드에는 그의 연구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사진=박은희 기자>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일삼는 한 교수는 이산화탄소, 질산 등 오염물질도 미세조류 연구에 유용한 물질로 활용하고 있다. 연구실 벽에 붙은 화이트보드에는 그의 연구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사진=박은희 기자>
"일정 지역에서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광의 양은 정해져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써먹느냐가 미세조류 배양에 있어서의 근본적인 숙제입니다."

미세조류를 잘 배양하려면 태양도 연구 대상이다. 미세조류는 광합성을 하는 수중 단세포로 태양광 중에서 필요한 파장은 흡수하고 다른 파장은 반사하는 이유에서다. 

한 교수는 "태양은 자외선부터 적외선까지 다양한 파장을 지녔는데, 미세조류가 쓰는 파장은 오직 파란색과 빨간색 파장뿐이다. 나머지는 못쓰고 버려지는데, 자외선은 미세조류에 해롭기까지 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구팀은 특정 유기 염료를 이용해 자외선광은 파란 파장으로 바꾸고, 녹색 파장은 빨강 파장으로 바꾸는 기술을 연구, 미세조류의 양을 늘리는 효과를 거뒀다. 

중탄산을 활용한 배양 기술도 개발 중이다. 미세조류는 이산화탄소를 먹고 살이 찌는데, 가스 보다는 액체 상태 일 때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물에 녹아 있는 형태인 중탄산을 만들었으며, 중탄산에 특화된 미세조류 균주도 확보했다. 최적의 배양 조건을 찾는 것까지도 동시에 진행해 희망적인 결과를 속속 만들어 내고 있다. 

오일 추출과정에서는 수력학적 공동 현상을 활용한 기술을 개발해 적용했다. 배양된 미세조류 배양액에서 바이오오일을 얻기 위해서는 세포를 깨야하는데 세포가 무척 단단해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는 "수확된 배양액을 직경이 급격히 변하는 장치에 넣고 일정 기간 통과 시켜주는 방식으로 세포를 파쇄하고 있다. 이 기술은 경쟁 기술에 비해 현저히 적게 들고, 장치가 간단해 스케일업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세포를 깨는 방법으로 질산과 탄산염을 활용하기도 했다. 질산을 주입해 온도를 높이면 세포가 깨져 오일을 추출할 수 있으며, 탄산도 세포를 깨는 동시에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촉매제로 활용한다. 

흥미롭게도 공기오염의 주범인 질소산화물(NOx)와 이산화탄소(CO₂)가 미세조류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한 교수는 "NOx를 순수하게 포집해서 질산을 만드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산화탄소를 잡아 탄산염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구팀은 최근 개발한 전기화학적 수확기술을 활용해 녹조를 제거하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어 세간의 관심도 받고 있다. KAIST 명현 교수팀이 기존에 개발한 해파리 잡는 로봇을 개조해 해파리가 아닌 녹조를 찾아 제거하는 로봇으로 변환시켜 오는 7월 녹조 현장에 투입해 그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한 교수는 "미세조류를 모으는 기술이 생물학적으로 유사한 녹조 제거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연구를 시작했다"며 "기존에 만들어진 해파리 잡는 로봇이 아닌 녹조 먹는 로봇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의 연구가 종료되기까지는 앞으로 3년. 여전히 남은 과제가 많다고 말하는 한 교수. "연구단이 구성되기 전 미세조류 연구는 선진국과 비교해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연구단의 공격적인 연구로 선진국에서 '와우~'할 정도로 놀랄만한 기술이 많이 나왔죠. 하지만 실용화라는 실질적인 목표까지는 부지런히 달려가야 하고 지금 그러고 있습니다."

미세조류가 사회 전반에 필요한 환경친화형 녹색에너지로 활용되는 그날까지. 한 교수 연구팀의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한 교수는 미세조류 연구의 핵심을 '경제성'에 둔다. 실용화로 이어지려면 질도 좋고 싸야 한다. 성능이 좋아도 비싸면 '죽은 기술'에 불과하다 말한다.<사진=박은희 기자>
한 교수는 미세조류 연구의 핵심을 '경제성'에 둔다. 실용화로 이어지려면 질도 좋고 싸야 한다. 성능이 좋아도 비싸면 '죽은 기술'에 불과하다 말한다.<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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