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온 교수 '비침습 뇌자극 시스템’ 개발..."세밀한 뇌 자극으로 현실촉감 구현” 목표
가상공간 촉감 외 ‘뇌질환 치료 응용’까지

‘초음파 비침슴 뇌자극 시스템’ 을 개발 중인 이성온 한양대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초음파 비침슴 뇌자극 시스템’ 을 개발 중인 이성온 한양대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미국에서 공부할 당시 마우스의 뇌를 자극해 꼬리나 손을 움직이게 하는 실험을 알게된 후 가상현실 속 촉각을 느낄 수 있는 기술개발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가벼우면서도 세밀하게 뇌를 자극하기 위해 기존 자기장 뇌자극이 아닌 초음파를 선택했습니다. 가상현실 뿐 아니라 의료목적 등 정확한 자극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무궁무진한 만큼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의 뇌는 촉각을 전담하는 위치가 정확하게 나눠져있다. 과학자들은 뇌의 촉각 전담위치를 연구해 지도화 시켰는데 입술, 얼굴, 코, 눈, 손가락, 손바닥 등 세세하게 나눠진 것을 볼 수 있다. 펜을 움켜쥐었을 때, 축구공을 찼을 때, 얼굴에 화장품을 바를 때 뇌의 특정부위 신경세포가 활성화된다.
 
가만히 있는 사람의 뇌를 자극해 허공에서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성온 한양대 교수가 초음파를 이용한 비침습 뇌자극(두개골을 열지 않는) 기술을 통해 촉감을 컨트롤하는 기술에 도전장을 냈다. 뇌의 특정부위를 정확하게 자극해 리얼(Real)촉감을 생성하겠다는 것이다. 초음파로 뇌를 자극해 촉감을 생성하는 기술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초음파 촉감기술 개발연구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까지 상용화된 비침습적 뇌자극은 자기장을 이용한 TMS(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기술이 대표적이다.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편두통과 우울증 등 치료를 위해 실제 병원에서 사용 중이지만 자극기의 크기가 크고 원하는 자극부위를 세밀하게 조절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이 교수가 연구 중인 초음파 비침습적 뇌기능 조절 기술은 개념정립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TMS보다 세밀하고 깊은 뇌자극이 정확한 자극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뇌의 특정부위를 정확하게 자극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현재까지 개발된 뇌자극 방식을 보다 심화해 가상의 촉감을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함과 동시에 의료분야에도 적용해 뇌질환을 치료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성온 교수팀 연구실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이성온 교수팀 연구실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 뇌과학계 러브콜 “의료현장에서 꼭 필요한 기술”의뢰 봇물
 
이 교수팀이 개발한 '초음파 기반 착용형 뇌자극 시스템'을 머리에 쓰자 컴퓨터 화면에 현재 어느 부위를 자극하고 있는지 보인다. 컴퓨터에 원하는 자극 위치를 설정하자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따라 이동한다. 오차율은 1mm이하. 수동으로 맞추는 기존의 TMS에 비해 이 교수팀의 시스템은 약 6배 이상 오차를 줄였다.
 
뇌자극 기기와 컴퓨터로 연동해 볼 수 있는 SW '네비게이션 및 제어용 UI'를 모두 개발한 이 교수는 착용형 시스템의 특성을 고려해 경량화 설계도 직접 했다. 그는 "원하는 부위에서 정밀하고 세밀하게 움직이도록 탄성은 적고 강성을 유지할 수 있게 설계해야했다"며 "모터도 어디에 설치하느냐에 따라 경량화가 가능하다. 현재 개발한 시스템은 자전거 헬멧보다는 무겁기 때문에 경량화연구도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초음파 뇌자극 시스템은 의료계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기존 비침습적 뇌자극 시스템의 수동작동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의료영상 데이터를 표시해 세밀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
 
이 교수는 TMS장비판매업체와의 제안으로 내비게이션 및 제어용 UI를 기술이전하고, 업체로부터 제안 받은 수동팔 기술을 함께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업체뿐 아니라 뇌과학 연구자들로부터 공동연구도 제안도 꾸준하다. 그는 "초음파 기반 뇌자극시스템을 통해 우울증이나 간질, 편두통 등 뇌질환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병원에서 치료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새로운 장치도 개발 중"이라며 "가상현실 장치에서 경량화가 중요하다면, 의료용은 무엇보다 안전해야하기 때문에 사용자 안전성을 극대화한 '고정형 정밀 뇌자극 시스템'도 함께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 “정확한 부위 초음파 자극 중요...현장서 제대로 활용케 할 것”
 
지난 8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 의대신경외과 연구팀에서 재밌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뇌의 특정부위만 자극하는 소형 초음파 장치로 식물인간 청년의 뇌를 3일간 자극해 의식을 회복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자연적인 의식 개선시기와 초음파 치료가 우연히 일치했을 수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연구결과를 해석하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초음파로 뇌를 자극하는 연구에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가운데 이 교수는 좀 더 정밀한 초음파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출 것을 밝혔다. 그는 "손 전체가 아닌 엄지, 검지, 중지 등 정확한 부위의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초음파로 뇌를 세밀하게 자극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현실감 있는 촉감이 구현된다면 의료, 게임,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제대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뇌 부위별로 촉각 감지 연구와 초음파의 크기나 세기가 촉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조사하는 것은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단장 유범재)에 소속된 다른 랩에서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연구단의 지원을 통해 연구개발함과 동시에 다른 랩의 연구자들과 융합해 정밀한 감각생성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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