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연 닥터키친 대표 "식이과학 도전"…파스타 메뉴 등 임상시험 거쳐 내년 상품 출시

박재연 닥터키친 대표.<사진=백승민 기자>
박재연 닥터키친 대표.<사진=백승민 기자>
"오늘 저녁에는 외식을 하는데 OO점에서 불고기를 먹어도 괜찮을까요?"
"스파게티를 만들려고 하는데 소스와 면은 어떻게 조리하는 것이 좋을까요?"

박재연 닥터키친 대표는 요즘 당뇨환자 고객들로부터 걸려온 전화로 식사시간을 놓치기 일쑤다.
지난 2015년 7월 문을 연 '닥터키친'. 입구에 들어서자 다양한 음식냄새와 포토존에 음식을 놓고 촬영하는 직원들로 분주하다.

박재연 대표는 당뇨환자의 식이요법을 '식이과학'으로 표현한다. 그간 무작정 저염식이란 이름으로 다이어트 도시락 업체들이 존재했지만, 식단을 직접 연구개발하고 대학들과 임상시험까지 한 곳은 닥터키친이 유일하다고 자부한다.

박 대표는 "한 식단에도 탄수화물부터 지방, 염분 등 수십, 수천개의 영양소가 밀집해 있다. 이를 우리는 환자에게 필요한 영양소와 불필요한 영양소를 찾아내 당뇨환자 맞춤형 식단의 건강한 음식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 욕구억압식 식단 이제 그만!···"당뇨환자도 맛있는 식단을"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당뇨병 환자 수는 2015년 기준 25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4명당 1명꼴로 이미 당뇨 환자거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당뇨 환자에게 식단 관리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인터넷이나 매스컴을 통해 당뇨 관리에 좋다고 알려진 식재료를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환자들의 대부분은 고령층이라 입으로만 전해지는 비신뢰성의 정보가 대부분이다.

박 대표는 "대다수 환자들이 욕구억압식의 단조로운 저염식 반복 메뉴로만 치우치는 경우가 많아 당뇨 식사 관리를 고통스럽게 여기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닥터키친은 지속가능한 식이요법을 제시하며 좀 더 짜게, 달게, 맵게, 그렇지만 건강한 음식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당뇨환자를 위한 식이요법 연구는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가려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학과 영양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했다.

박 대표는 창업을 시작하고 도움을 구하기 위해 무작정 의사들을 찾아갔지만 대부분 문전박대가 일쑤였다. 당뇨환자 식단을 만들기 위해 적어도 내가 먼저 당뇨병에 대해서 전문가가 되자고 결심했다.

박 대표는 이후 당뇨병과 관련된 국내외 연구논문과 자료를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논문만 약 400편을 가까이 읽으며 몇 달을 공부하고 그 후 다시 의사들을 찾아가 정확한 의학적 상식과 사업 아이템의 당위성을 설명하니 사람들이 귀를 기울여줬다.

현재 닥터키친은 특급호텔 셰프들이 대거 참여해, 무려 370여개의 메뉴를 보유하고 있다. 1끼 식단 또는 2끼 식단의 매일 색다른 셰프의 요리로 질리지 않으면서도 맛있게, 그러면서도 효과적으로 당뇨를 관리할 수 있는 식사를 제공한다는 점에 환자들 사이에서도 최근 핫이슈로 떠올랐다.

닥터키친은 온·오프라인으로 당뇨환자의 식단 정보와 당뇨병에 관한 지식 등을 제공하고 있다.<사진=백승민 기자>
닥터키친은 온·오프라인으로 당뇨환자의 식단 정보와 당뇨병에 관한 지식 등을 제공하고 있다.<사진=백승민 기자>
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등 의학적인 연구를 통한 객관적인 검증과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어 의료계와 다양한 전문연구파트너십을 확장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박 대표는 "당뇨환자라고 해서 자장면이나 라면을 먹지 말란 법은 없다"며 "닥터키친의 자장면은 밀가루 면이 아닌 가지로 만든 면을 사용해 탄수화물과 포화지방이 낮기 때문에 당뇨 환자들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당뇨 환자 식이요법’이라는 주제로 전국 병원과 산부인과 등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산부인과와 여성병원 등에서 강좌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그는 "임신중 호르몬의 변화로 임신성 당뇨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산모는 함부로 약과 주사를 함부로 처방할 수 없다"며 "당뇨 전문 식사관리 프로그램들을 선보여 산모들로 부터 크나큰 환호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 과학기술과 만남···"'식이과학' 종합 플랫폼 도약"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기업이나 남보다 잘하는 분야보다는 생소하지만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박재연 대표는 전부터  F&B(Food and Beverage)와 관련된 멋진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영학 전공 후 대기업 전략본부에서 경영혁신팀장을 지낸 그에게 당뇨환자를 위한 식단 분야의 창업은 단순히 관심이 있다고 해서 도전하기에는 무모했다.

그는 "당시 독학으로 공부한다지만 대학기관이나 연구기관 등 전문기관에 연구성과 등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할 곳이 필요했다"며 "미래과학기술지주를 통해 이관수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의 '개인유전자(SNP) 분석 기반 당뇨 위험성 및 질병관리' 기술이전과 출자를 통해 회사를 설립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닥터키친은 현재 삼성서울병원 당뇨병센터가 임상시험을 주관하고 있다. 연내 효과ㆍ시사점에 대한 결과도 도출할 예정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와 SNP 맞춤형 식단을 검증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모든 임상시험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인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당뇨 환자들이 식품을 구입할 때마다 꼼꼼히 살펴보는 영양 성분표 등이나 외식을 할 때 자주 애용하는 유명 레스토랑 메뉴부터 햄버거 체인점, 휴게소의 핫바 하나까지도 분석해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나 영양섭취표 등을 제공하며 유의사항을 알리고 있다.

박 대표는 "우리는 식이과학에 있어 우리가 해내든 못해내든 먹는 것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환자마다 유전자 특성을 분석해 추후 빅데이터를 만들어 체세포 유전자 반응과 탄수화물 민감도, 지방민감도, 기초대사능력 등을 고려한 당뇨 식이요법을 위한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닥터키친은 홈페이지를 통해 당뇨환자의 일상생활을 위한 식단 및 외식업체 메뉴의 영양성분표 정보를 제공한다.<사진=닥터키친>
닥터키친은 홈페이지를 통해 당뇨환자의 일상생활을 위한 식단 및 외식업체 메뉴의 영양성분표 정보를 제공한다.<사진=닥터키친>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