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논문' 형식 배경-방법-결과-결론 순서 시국선언문 발표···결론은 '대통령 사퇴'
"합리적·과학적 국가시스템 대전환 위해 집단지성 발휘해야"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한반도가 그야말로 격랑 속에 놓였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계에서도 관계자의 엄중처벌과 불합리한 사회체질 개선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연구현장 과학기술자들은 과학계도 이번 최순실 사태 여파를 직·간접적으로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면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거리 집회 시위에 참여하는가 하면 시국선언에 동참하는 등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과학기술인 500여 명이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과학논문' 형식의 이색 시국선언문을 발표해 이목을 끌고 있다.

사단법인 과학기술인 단체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대표 윤태웅)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고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책임을 묻는 과학기술인들의 주장'의 제목으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동참 서명을 받았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는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사진=ESC 홈페이지 제공>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는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사진=ESC 홈페이지 제공>

시국선언문 서명에는 ESC 회원 156명을 포함해 비회원 과학기술인 347명 등 총 506명이 동참했다. ESC는 지난 2일 오후 5시부터 온라인으로 서명을 받기 시작한지 하루 만에 500여 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시국선언문은 과학논문 형식인 '배경-방법-결과-결론' 순서로 작성됐다. 배경 부분에서 시국선언의 원인이 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설명했다. 방법과 결과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국정 농단 행위가 헌법에 어긋남을 세부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새누리당-최순실 게이트는 현 정권 하에서 국가권력이 개인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해 악용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는 대통령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선언문 전문.<사진=ESC 홈페이지 제공>
선언문 전문.<사진=ESC 홈페이지 제공>

선언문에서는 "임명되지도 않은 비선 실세가 오천만 국민의 생계와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 시스템에 개입했으며, 정부기관과 기업을 겁박하여 자신의 사익을 추구했다"며 " 민주공화국의 헌법을 수호할 책무(헌법 66조)를 지닌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시국선언을 주도한 윤태웅 대표는 "과학기술인들의 작은 몸짓이 세상을 좋게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선언문 전문과 서명자 명단은 단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KAIST 명예박사 타이틀 먹칠···'박 대통령 하야' 문화제 준비됐다"

박근혜 KAIST 명예박사 박탈식 모습.<사진=KAIST 대학원 총학생회 제공>
박근혜 KAIST 명예박사 박탈식 모습.<사진=KAIST 대학원 총학생회 제공>
KAIST 학생들은 박근혜 대통령 명예박사 학위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학내 문화제를 만들어가며 목소리를 키워나갈 양상이다. 

지난 3일 오후 KAIST 학생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박사 학위 철회를 요구했다. 이날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와 학부 총학생회, 전국대학생 시국회의 등은 KAIST 본관 앞에서 '박근혜 KAIST 명예박사 박탈식'을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08년 KAIST 명예박사를 수여받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은 KAIST의 명예를 바닥까지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집회가 촉발된 것이다.

KAIST 본관 앞 집회 장소는 이날 촛불부대가 운집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온전히 자발적으로 모였고 이들은 "KAIST 명예가 바닥까지 실추됐다", "명예박사 타이틀에 먹칠하고 있다", "명예박사 학위를 철회하라"와 같은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참가한 한 학생은 "박사과정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님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며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런 수고도 없이 명예박사를 수여받았고 그 타이틀에 먹칠을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또 한 참가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학내 문화제를 만들어갈 것"이라며 "KAIST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모이는 경우가 드물지만,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이공계 학생들이 언제라도 결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회에 참가한 이공계 학생들의 목소리가 청와대와 사회에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다"며 "박 대통령 명예박사 학위 회수를 위한 촛불집회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KAIST 명예박사 철회를 촉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도 빗발치고 있다.

페이스북 KAIST 대학원 총학생회 페이지에서는 "명예란 스스로 얻는 것이며, 스스로 잃는 것"이라며 "KAIST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수여한 명예박사학위는 명예를 담고 있었던 학위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명예를 잃었고, 그로써 그가 받은 명예박사학위도 의미를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계 한 원로는 "과학기술인들도 현 난국을 타개할 구체적인 대안을 고민하면서 국가적 문제해결에 동참해 나가야 한다"라며 "이번 위기 속에서 우리는 일부 특정계층에 대한 일방적 국가경영이 얼마나 위험한지 배움을 얻었고, 앞으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으로의 대전환을 이뤄내기 위해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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