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기 KAIST 교수 연구팀, 그린 디젤·항공유 생산 촉매 공정 개발
'수첨이성화·수첨분해' 반응 촉매 개발···"상용화 목표로 연구 지속" 

최 교수 연구팀의 목표는 현재 사용 중인 디젤과 항공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를 생산하는 것이다. 바이오오일을 연료로 쓰이기 위해서는 촉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 교수가 연구생들과 촉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최 교수 연구팀의 목표는 현재 사용 중인 디젤과 항공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를 생산하는 것이다. 바이오오일을 연료로 쓰이기 위해서는 촉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 교수가 연구생들과 촉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적 약속 이행이 본격화됐다. 한·중·미 등 197개국은 지난달 4일 발효된 파리 기후변화협정 세부 이행규칙을 오는 2018년까지 일정과 계획을 수립키로 합의했다.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적 약속으로 지구의 대기 온도 상승폭을 2도 이하로, 가능하면 1.5도 아래에서 묶어두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석유나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질 수밖에 없다. 특히 바이오매스로부터 생산하는 탄소기반 연료는 기존의 석유정제 및 공급 인프라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른 대체 에너지에 비해 실용화 가능성이 높아 더욱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식물성 기름이나 미세조류로부터 얻은 오일을 현재 일상에서 사용하는 디젤, 항공유와 같은 연료 물질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전환 공정이 필수적이다. 그 과정에서 핵심 기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촉매'다.     

촉매는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도와주는 물질로 촉매의 제조 방법과 성능에 따라 실용화 가능성 및 경제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프런티어사업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단장 장용근)의 지원을 받아 과제를 수행 중인 최민기 KAIST 교수 연구팀은 '그린 디젤 및 윤활기유 생산을 위한 촉매 공정 개발'을 위한 촉매와의 질긴 싸움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최 교수는 "자동차도 비행기도 연료를 넣어야 간다. 그런데 바이오기반 연료를 넣기 위한 주유소, 충전소 및 이를 이용한 엔진 등을 모두 새로 만들어야 한다면 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연구팀이 개발하는 그린 디젤과 바이오 항공유는 분자 구조 자체가 석유 기반 연료와 동일하기 때문에 어떠한 기술 장벽 없이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수첨이성화·수첨분해 반응 촉매 개발 큰 성과 

최 교수가 촉매 연구에 중요한 연구장비인 '연속 촉매 반응기'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최 교수가 촉매 연구에 중요한 연구장비인 '연속 촉매 반응기'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정부 지침에 의해 현재 바이오디젤이 5% 정도 기존 디젤과 혼합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디젤은 원유로부터 얻은 디젤과는 그 성질이 매우 다르고 연료로서의 품질이 낮기 때문에 기존 디젤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합니다."

지난 2014년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에 합류한 연구팀은 바이오디젤에서 산소를 제거함으로써 디젤과 항공유로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미세조류에서 추출한 오일은 분자 구조에서 에스테르(ester) 형태의 산소를 포함하고 있다. 바이오디젤도 에스테르를 기반으로 한 화합물이다. 현재 디젤, 항공유와 같은 물질과 같은 순수 탄화수고 기반의 분자 구조를 갖기 위해서는 산소를 제거해야 한다. 

최 교수는 "바이오디젤은 에스테르 기반 화합물로 분자 내 산소를 갖고 있고 극성이며, 장기 안정성 등의 문제가 있다"며 "산소를 제거한 바이오디젤에 촉매 반응을 통해 그린 디젤과 바이오 항공유를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년여 연구 끝에 탈산소화 촉매 및 수첨이성화 촉매를 개발했다. 수소를 오일과 반응시키는 이들 촉매 공정은 낮은 온도에서도 얼지 않고 연료로서 필요한 다양한 물성을 갖게 해준다. 

수첨이성화 반응은 석유정제 과정에서 디젤과 같은 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반응으로 탄화수소를 부분적으로 가지가 달린 탄화수소로 바꿔놓는다. 연구팀은 개발한 수첨이성화 촉매가 액체 연료 손실이 2% 미만의 범위로 오일의 흐름 성질을 크게 개선하는 것도 확인했다. 

수첨이성화 촉매로 그린디젤을 생산할 수 있게 된 연구팀의 다음 과제는 항공유다. 그린디젤로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게 됐지만 항공유는 조금 달랐다. 높은 고도에서 운행하는 항공기는 영하 47도 이하에서도 얼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끈질긴 연구로 '수첨분해' 촉매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수첨분해는 미세조류에 포함된 탄소 사슬 길이를 적당한 길이로 자르는 것으로 항공기가 기온이 낮은 고도에서도 항공유가 얼지 않게 해 준다.   

최 교수는 "미세조류에 포함된 탄소 사슬 길이는 12 내지 22인 지방산으로 이뤄져 있다. 분자 내에서 산소를 제거하면 디젤 영역에 선형 파라핀을 생산할 수 있다"며 "항공유는 온도가 낮은 높은 고도에서도 연료로 사용해야 하는 만큼 쉽게 굳을 수 있는 긴 파라핀들은 모두 자르고, 선형 파라핀들은 거의 대부분 가지가 달린 이소 파라핀으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수첨분해 촉매는 기존 촉매와 비교해 높은 항공유 수율을 보일 뿐 아니라 높은 이소·선형 파라핀 비율을 통해 흐름 성질이 개선된 고품질의 항공유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최종 목표는···"현존 디젤과 항공유 대체가능 한 연료 생산"
 
"기존 연구에서는 각각의 요소 반응에 대해 촉매를 개발했다면 이제는 이렇게 개발된 요소 촉매 공정을 실제로 연결해 미세조류 기반 바이오 오일로부터 그린 디젤과 항공유 등을 생산해 내는 연속 공정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팀의 향후 계획은 그동안 진행해 온 연구보다 더 험난하다. 실제 미세조류 기반의 바이오오일로부터 고품질의 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최적화 된 촉매 공정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미세조류에서 추출한 오일은 지방 성분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화학물질이 미량 섞여 있다. 이런 화학물질들은 촉매공정에서 촉매를 비활성 시키는 등 예상치 못한 나쁜 기능을 하게 된다. 또 미세종류에 따라 같은 종이라도 배양 시기에 따라 오일의 조성이 크게 달라져 촉매 공정을 다르게 최적화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최 교수는 "촉매를 개발하면 예측 불허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때 축적된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기존에 발표된 문헌이나 자료에서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연구팀의 최종 목표는 미세조류 기반의 바이오 오일을 이용해 현존하는 디젤과 항공유를 대체할 수 있는 고품질의 연료를 생산하는 것이다. 아직 상용화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목표가 있기에 연구를 멈출 수는 없다. 

그는 "실용화는 저는 물론 바이오매스연구단의 전체 목표이기도 하다. 실용화를 위해 연속 공정의 개발을 마무리하고 공정을 통해 생산된 최종 생산품이 국제 규격에 따르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촉매 및 공정이 원천성이 있고 특허 등록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단의 사업 후반에는 기술이전 등 실용화가 가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생들의 궁금증 해결사로 나서는 최 교수. 진지하면서도 유쾌하다. <사진=박은희 기자>
연구생들의 궁금증 해결사로 나서는 최 교수. 진지하면서도 유쾌하다. <사진=박은희 기자>

최 교수가 이끄는 '그린 디젤 및 윤활기유 생산을 위한 촉매 공정 개발 연구팀'은 어려운 연구에도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사진=박은희 기자>
최 교수가 이끄는 '그린 디젤 및 윤활기유 생산을 위한 촉매 공정 개발 연구팀'은 어려운 연구에도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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