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KAIST 교수 "중국, 베트남 등 후발 반도체업체들 기술적 추격 가능"

"우리나라의 전자산업을 받쳐주는 반도체 산업이 10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므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이용훈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지난달 30일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세종캠퍼스에서 열린 '지식재산전략 최고위과정(AIP과정)' 강의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이용훈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사진=대덕넷>
이용훈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사진=대덕넷>

이용훈 교수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탱하는 기술의 핵심은 반도체 선폭을 줄이는 것인데, 선폭(線幅)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공정이 10년 뒤에는 한계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반도체 제조 선폭은 18nm(나노미터) 공정인데, 전문가들은 선폭을 7 나노미터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7 나노미터는 원자 크기 70배 정도의 매우 좁은 폭이다.

이 교수는 "반도체 공정은 층층이 높이 쌓는 방식으로 발전했으며 현재는 64층까지 올라갔다"며 "그러나 층층이 쌓는 것도 100층 정도면 한계에 도달해서 그 이상 높이 쌓을 경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조선산업 역시 기술적인 분야에 대한 경고음이 예전부터 나왔지만, 대응을 미루다가 현재와 같이 경쟁력이 떨어진 수순을 반도체 산업도 밟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스마트폰과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국내 대기업들이 과연 10년 뒤에도 지금 같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공정이나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 공정이 나와야 하지만, 아직 뚜렷한 방향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개념의 공정이 한계에 도달하면, 중국, 베트남, 대만 등 후발 반도체업체들이 기술적으로 추격이 가능해 결국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책으로 수학교육 개선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피해갈 수 없는 핵심 요소로 이에 대비한 공대교육을 바꿔야 한다"며 "KAIST 경우 공과대학 1, 2학년에 배우는 수학 중 80% 정도가 미적분 관련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적분은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학문이므로 디지털 환경에 맞는 '이산수학(離散數學 discrete mathematics)'과 빅데이터를 처리하는데 필요한 '확률통계' 교육을 중·고등학교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AIST 미래전략대학원(원장 이광형 교수)이 운영하는 AIP과정은 중소기업청과 특허법원, 특허청, KAIST가 협력해 개설한 지식재산 교육 프로그램이다. 중소기업청은 기획·재정, 특허법원은 교육과 실습, 특허청은 교육·재정, KAIST는 교육과정의 운영을 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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